새 책이 출간되었어요. 너무 오랜만에 신간 소식을 전하려니 죄송하고 쑥스러운 마음이 앞서네요.
하지만 지금 세상에 나온 이 책이 독자분들의 가슴과 머릿속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설레는 마음이 훨씬 더 큽니다.
저희가 이번에 낸 책은
새뮤얼 존슨 상과 캐나다 훈장, 하버드 대학교 100주년 메달을 수상했으며
"강력하고 예리하고 엄청나게 박식한 작가"(가디언), "21세기를 대표하는 탐험가"(내셔널지오그래픽협회)로 불리는
웨이드 데이비스가 쓴 인류학 에세이예요.
이 에세이를 박희원 번역가님이 유려하면서도 적확한 우리말로 옮겨주시고,
형태와내용사이의 홍지연 디자이너님이 예쁘게 디자인 해주셔서
아래와 같은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인류학의 렌즈로 세상을 들여다보다
“인류학은 사물의 표면 아래에 있는 것을 드러낸다.” 문화다양성과 생명권 수호의 최전선을 지키는 ‘행동하는 인류학자’ 웨이드 데이비스의 『사물의 표면 아래』는 인류학의 렌즈로 우리 삶과 세계를 들여다본다. 세계대전과 현대성의 탄생, 코로나19로 치부를 드러낸 미국의 실체, 탐험과 신성의 의미, 코카의 악마화와 마약 전쟁 등 다양한 소재의 에세이 13편을 담은 이 책은 편견과 인식의 한계로 인해 우리가 미처 살피지 못했던 이면의 진실을 보여준다. 웨이드 데이비스는 역사, 문화, 환경, 종교 부문의 여러 편린들을 자신의 경험과 통찰, 연구와 결합해 ‘현대 사회의 지도’라는 거대한 태피스트리로 직조해냈다.
“강력하고, 예리하고, 엄청나게 박식한”(《가디언》) 사상가,
웨이드 데이비스의 현대 문명 진단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의 인류학 교수인 웨이드 데이비스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인류학과 생물학을 공부하고 민속식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50년 가까이 동아프리카, 보르네오, 페루, 폴리네시아, 티베트, 토고, 콜롬비아, 바누아투, 북극과 그린란드 등 지구 곳곳의 오지를 연구 현장 삼아왔다. 그러면서도 “사회 변화를 예고하고 더불어 그 지적 기반을 다지”며 새로운 시대정신을 창출해내는 것이 인류학자의 책무임을 잊지 않아, 말과 글로 자신의 사상을 전하는 데에도 열성적이었다. TED의 인기 강연자로 활약하는가 하면, 200여 개 대학과 여러 기업체의 강단, 22개 언어로 번역된 23권의 책과 무수한 매체의 지면을 통해 사회적 목소리를 내왔다.
그렇게 쉼 없이 세계를 누비던 그가 코로나19로 인해 발이 묶이게 된다. 연구실 안, 빽빽한 텍스트 숲으로 빠져든 그는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고 쓰도록” 고무됐다. 동시에 팬데믹 상황에서 현대 문명의 무능을 목도하고, 이 위기가 “의학과 공중보건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의 이야기”임을 깨달았다. 그는 세계 각지의 다양한 문화권 대신 서구 사회의 민낯으로 시선을 돌렸고, 집필 후 6주 만에 500만 독자에게 읽히고 소셜미디어에서 3억 6,200만 회 노출된 「허물어지는 미국」을 필두로 현 시기 인류 최대인 문제인 「기후 불안과 공포를 넘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오랜 갈등을 색다른 시각으로 살핀 「약속의 땅」, 전망을 고민하는 청년에게 보내는 「딸에게 전하는 말」 등의 글들이 탄생했다. 여기에 우리의 문명 체계를 만든 역사적 사건들과 그 속에서도 늘 생명력을 잃지 않는 사람들을 다룬 글들이 함께 엮여 이 책이 완성되었다.
탄소 순배출을 0이 되게 하겠다는 등 실현 불가능한 약속만을 내지르며 기후 불안을 조장하는 현재의 접근법으로는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거나, 마약 암거래와 그로 인한 해악을 없애는 방법은 합법화라는 주장, 북극과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탐험가들을 영웅이 아니라 국가 이데올로기나 헛된 명예욕에 희생된 인물들로 바라보는 관점 등 이 책에 담긴 많은 이야기들은 주류적 사고에서 벗어나 있다. 그러나 이 책의 목적은 어떤 주장을 관철하는 데 있지 않다. 대신 무언가를 판단하고 평가하기 전에 “충분한 정보가 바탕이 되게끔 판단을 미루라”고 말하며, 우리의 지식과 관념 그리고 모든 사건과 현상은 독자적으로 존재하지도, 단 하나의 정답만을 갖고 있지도 않음을 강조한다.
뿌리 뽑혔으나 생동하는 이들의 인류학
이 책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마그리트의 그림에는 얼굴을 감춘 여인이 등장한다. 아름다운 꽃으로 가려놓은 ‘사물의 표면 아래’ 여인의 진짜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피상적으로 드러나는 현상 아래에 보다 깊고 본질적인, 겉보기와는 다른 진실이 숨겨져 있을 수도 있음을 알려주는 이 그림의 제목은 “대전(La Grande Guerre)”이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마그리트는 이 작품에 대해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더라도 그 속에는 추악한 진실이 숨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마그리트와 마찬가지로 전쟁에 희생되었으나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무고한 시민들의 이야기는 이 책에 실린 「전쟁과 추모」에서도 다뤄지고 있으며, 웨이드 데이비스는 책 전반에 걸쳐 자신의 문화, 자신의 시대를 성실히, 묵묵하게 살아나갔던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그를 통해 우리의 세상에는 “다른 존재 양식과 다른 사고방식, 다른 삶의 비전”이 존재하며, “모든 사람은 언제나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붙들고 춤추고 있”음을 알려준다.
뒤틀린 세상의 구조를 이야기하면서도 시종일관 열린 자세와 긍정적 태도,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는 이 책은 “인류학의 렌즈가 최선의 효과를 낼 때 우리는 중도의 지혜를 보고” “가능성과 희망의 관점”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사물의 표면 아래를 보는 눈과 포용력 있는 자세를 갖게 하는 이 우아하고 지적인 에세이는 맹목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