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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학의 전통을 낳은 아버지(윌리엄 포크너), “현대 소설을 만든 인물(존 스타인벡), “영어로 글을 쓰는 가장 훌륭하고 섬세한 작가(스콧 피츠제럴드), “극소수의 작가들만이 이루어낸, 자기만의 세계를 창조한 작가(버지니아 울프), 그러나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한 셔우드 앤더슨.

 

셔우드 앤더슨이 미국 문학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고려했을 때, 국내에 출간된 그의 단독 저서가 <와인즈버그, 오하이오> 딱 한 권뿐이라는 사실은 한국 번역 출판의 편협함을 절감하게 합니다. 여섯 개 정도 되는 출판사들이 <와인즈버그, 오하이오>를 중복 출판했을 뿐이고 좀 더 다채로운 작품으로 셔우드 앤더슨의 진정한 문학 세계를 만날 기회가 독자들에게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나는 바보다>는 셔우드 앤더슨이 펴낸 세 권의 단편소설집 달걀의 승리, 말과 인간, 숲속의 죽음과 다른 이야기들에서 가장 빼어난 작품 12편을 모은 것입니다. 이제 막 산업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한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하여, 전통적인 생활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형태를 갈망하게 된 현대인들의 좌절과 소외, 고독을 그린 작품들입니다. 프로이트적 심리 분석과 절제된 언어를 사용해 인간의 욕구불만과 외로움을 밀도 높게 묘사한 이 이야기들은 우리 인생사의 그로테스크함과 숭고함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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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우드 앤더슨

Sherwood Anderson


미국 현대 단편문학의 초석을 다진 작가. 윌리엄 포크너는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문을 통해 셔우드 앤더슨은 미국 문학의 전통을 낳은 아버지다. 나와 헤밍웨이, 피츠제럴드를 포함한 우리 시대 작가들은 모두 그의 영향을 받았다고 상찬했다.

셔우드 앤더슨은 1876913일 미국 오하이오주의 작은 농촌 마을 캠던에서 태어났다. 마구(馬具) 제작자였던 그의 아버지는 한때 돈을 벌어 캠던 사람들에게 마을의 희망으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앤더슨의 만 한 살 생일 직전에 빚을 진 채 마을을 떠나는 신세가 됐다. 일곱 남매 중 셋째였던 앤더슨은 어려서부터 신문 배달원, 심부름꾼, 목동, 마구간지기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했고, 정규 교육은 열네 살 때 중단되었다. 스무 살 무렵 야간 학교를 다니며 문학에 눈을 떴고, 그후 광고 회사에 취직해 광고 문안과 칼럼 쓰는 일을 했다. 부유한 사업가의 딸과 결혼한 그는 우편주문 회사를 운영하며 성공한 사업가로 사는 듯했다. 그러나 서른여섯 살이던 19121128내 발이 젖었고 점점 더 축축해지고 있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가, 나흘 후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해리성 둔주 상태로 발견되었다. 이 일은 앤더슨이 사업을 접고 전업작가의 길을 걷는 계기가 되었는데 그는 나중에 이 사건을 물질주의적 존재로부터의 탈출이라고 말했다.

1916년 첫 소설 윈디 맥퍼슨의 아들Windy McPherson’s Son을 펴냈고, 1919년 연작단편집 와인즈버그, 오하이오Winesburg, Ohio를 출간해 명성을 얻었다. 와인즈버그, 오하이오는 모던라이브러리에서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영문 소설 100에 들었으며, 위대한 개츠비와 함께 미국 대학들에서 수업 교재로 가장 많이 쓰이는 작품이다. 셔우드 앤더슨은 계속하여 단편소설집 달걀의 승리The Triumph of the Egg(1921), 말과 인간Horses and Men(1923), 숲속의 죽음과 다른 이야기들Death in the Woods and Other Stories(1933)을 펴내 미국의 대표적인 단편소설가로 자리매김했으며, 이 세 권의 소설집에서 가장 빼어난 작품들을 모은 것이 바로 이 책 나는 바보다.

윌리엄 포크너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문학적 멘토였던 셔우드 앤더슨은 그들에게 글을 쓰는 방법과 작가의 임무에 대해 조언하며 작가의 의무는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들어 인내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프로이트적 심리 분석과 절제된 언어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속에 숨겨진 복잡한 감정과 내면의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낸 그의 작품들은 우리 인생사의 그로테스크함과 숭고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현대 소설을 만든 인물”(존 스타인벡), “영어로 글을 쓰는 가장 훌륭하고 섬세한 작가”(스콧 피츠제럴드), “극소수의 작가들만이 이루어낸, 자기만의 세계를 창조한 작가”(버지니아 울프)라는 찬사를 받아, ‘소설가들의 소설가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단편소설 외에도 가난한 백인Poor White(1920), 어두운 웃음소리Dark Laughter(1925) 등의 여러 장편소설과 시, 에세이를 남겼다. 1941년 남미를 여행하다가 실수로 이쑤시개를 삼키는 바람에 복막염으로 사망했다. 그의 묘비에는 죽음이 아닌 삶이 위대한 모험이다라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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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arFrsg6WjzM?si=xLv_mZ4rZ391N6sj


“무(無)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으며 막다른 길은 어떻게 기억할 수 있을까, 어떻게. 그들이 내게서 모든 것을 앗아가버려 다시 살릴 불씨조차 남지 않았다. 마녀들의 집회는 끝났다. 하이힐의 자존심도 끝장났고 벽장은 내 위에서 관뚜껑처럼 닫혀버렸다. 그 모든 것에 안녕을 고했다. 내 삶에 안녕을 고했다. 전에 머물렀던 그 어느 곳보다 더 깊은 곳에서 천체의 움직임이 들려왔지만 볼 수 없었고, 파도의 춤사위가 들렸지만 함께할 수 없었다. 그 아래, 빛이 닿지 않는 곳, 거짓 무지갯빛만이 남은 그곳에서 나는 그 빛을 내 하늘로, 내 별로 삼기로 타협했다. 모두의 목소리는 무음 상태로 심연을 맴돌았고 질문은 얼굴도 목적도 없었으며 나는 모든 질문에 ‘예’라고 대답했다. 그 야만의 어둠 속에서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힘이 움직였다. 수면 위로 던져진 시체들이 가라앉았다. 끔찍한 심해 물고기처럼 굶주린 나는 그 시체들로 배를 채웠다. 내 육신은 차가워졌고 내 마음은 관성과 모호함으로 가득 찼다. 나는 공허의 물살을 물리칠 수 없어 끝없는 흐느낌에 갇혀 있었다. 침묵은 나의 연인이었지만 나는 그가 역겨웠다. 그곳에는 달빛도 와닿지 않았다. 태양의 횡포도 없었다. 무를 이야기할 수도 없었다. 그럴 수 없었다.”
<나쁜 버릇>의 작가인 알라나 S. 포르테로가 직접 낭독한 소설 속 한 대목.
(맨 위의 링크를 누르시면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알라나 S. 포르테로는 <나쁜 버릇>의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마드리드 산블라스의 빈민가에서 자랐으며, 자신을 남성으로 규정하는 세상과의 불화를 겪었다.

마드리드국립자치대학교에서 중세 역사를 전공했으며, 시인, 극작가, LGTBQ 활동가다. 극단 스트리가를 공동 창립했으며, 아헨테 프로보카도르》《보그》《에스모다》《엘 살토 디아리오등에 트랜스 여성의 관점에서 페미니즘과 LGTBQ 활동을 이야기하는 글을 쓰고 있다.

이 책 나쁜 버릇은 그녀의 첫 소설로 올해 가장 화제가 된 화려한 데뷔작(타임아웃 스페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이 책은 17개국 번역 출간 계약이 완료되었으며, 영화로도 제작 중이다. 베니티 페어 최우수 소설상, 칼라모 문학상, 스페인 서점협회 최고 신인작가상 등 여러 문학상을 받았다.

자신의 성정체성과 자신을 남성으로 규정하는 세상 사이에서 방황하는 트랜스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성별과 계급 문제, 정체성 탐구, 공동체의 힘을 말하는 이 소설은 우리 내면의 소외된 자아를 들여다보게 하는 매혹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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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2시간반 만에 무효화..'내한' 두아 리파 어리둥절”.

포털사이트에 뜬 한 기사의 제목과 사진은 사회적 영향력이 어떻게 발휘되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문화자본이 풍족한 환경에서, 뛰어난 지능을 갖고 태어났어도, ‘몇십 년간 책을 읽지 않고 살다 보면 인간이 얼마나 비루해지는가도 생각하게 한다.

 

나는 사실 두아 리파라는 가수를 잘 모른다. <나쁜 버릇> 편집 중에 두아 리파가 이 책을 자신이 운영하는 북클럽 Service95에서 이달의 책으로 선정했다고 해서 알게 됐을 뿐이다. 그런데 두아 리파와 Service95에 대해 알아보다 보니, ‘이 여자 참 멋있게 살고 있구나싶었다.


엠마 로버츠를 비롯한 할리우드 스타들뿐 아니라 문가영, 하석진, 한소희 같은 우리나라 배우들도 점점 더 많이 책을 읽고 추천하는 추세지만, 두아 리파는 아예 북클럽을 운영하는 회사까지 설립해 Service95를 전문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나쁜 버릇> 외에 Service95에서 선정했던 도서들 중에는 <천 개의 찬란한 태양>, <백년의 고독>, <절반의 태양> 등이 있는데, 저항 정신과 주체적인 여성상, 여성 연대를 이야기하는 그녀의 노랫말과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책을 통해 더 넓고 깊은 세상을 살며, 본업에서 재능을 펼칠 뿐 아니라, 그를 통해 얻게 된 사회적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여자. 참 아름답다.


윤석열 욕하는 건 줄 알고 좋아라 읽기 시작했는데 또 책 얘기냐, 그리고 책을 읽든 말든 사람이 뭐가 달라져, 라고 생각하는 분들 있겠다. 책을 안 읽고 살면 정말로 사람이 퇴보할까? 정말 그렇다. 세상을 보고 자기를 보고 더 나은 삶을 꿈꾸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좋은 방법이 책을 읽는 것이며, 그런 거 하나도 안 하고 그냥 되는 대로 살다 보면 인간이 망가진다. 제 자식, 정치인, 자기가 깔고 앉아 있는 집값 외에는 무엇에도 관심이 없는 슬픈 인간이 된다.

 

사회적 영향력이 없는 내가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좋은 책을 만들고 파는 것이므로, 이 글도 책 홍보로 끝맺겠다. 두아 리파는 <나쁜 버릇>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때때로 이 이야기는 참을 수 없는 외로움을 외치지만 진정한 자아를 찾는 데 따르는 행복감으로 치솟기도 한다. 당신은 클럽과 광장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따라 마음을 다해 노래하면서 거리의 여왕, 왕따, 부적응자 들의 사악한 자매애를 즐기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음미해야 할 책이다. 모든 단어를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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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소설이라고 하면, 어둡고 무겁고 퇴폐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분이 많을 거예요.

하지만 저희는 이 책의 표지에

밝고 따뜻하고 희망적인 느낌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헤로인과 폭력으로 황폐한 도시를 배경으로

지옥의 초상을 그리고 있지만

이 작품은 어떤 동화나 힐링소설 못지않게 따뜻한 소설이거든요.

이 소설의 주인공은 아홉 살 나이에도

누군가에게 어떤 사정이 있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생각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를 알아요.

그 사람이 부랑자건 마약 중독자건 모녀가 함께 몸을 파는 여자들이건 말이지요.

모든 사람에겐 다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괴로움이 있다는 소설 속 무언의 메시지는

힘들고 외로운 시간을 지나본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위안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자신을 남자로 여기지만,

예쁜 옷도 입고 싶고 화장도 하고 싶고

TV 속 스타들처럼 아름다워지고 싶은 소녀의 바람이

표지에서나마 구현이 되었을까요.

 

그 소녀가 오늘밤 꾸는 꿈은

이 책의 표지 색깔처럼

무채색이 아닌 라임색으로 펼쳐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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