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대한민국사 1
한홍구 지음, 전국 시사만화작가회의 그림 / 이끌리오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나는 원래 사회에 대한 비판 같은 건 모르고 살았다. 오히려 사회에 대한 냉소적이고, 무관심했다.

대학교 때도 데모한다고 하면 단축수업한다고 좋아하고, 오후엔 놀러다니고 했었다. 운동권인 같은 과 친구들이 뭐라 그래도 내 갈 길을 갔다. 별로 묻혀진 사실에 대해 알고 싶지도 않았고, 굳이 바꿔야 한다는 당위성도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이 서른을 넘기면서부터 몇 가지 불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제일 불만스러운 게 공적자금의 투입이다. 소수의 사람들이 배를 채운 걸 국민의 세금으로 메꾸는 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요즘은 많이 나아졌지만 공무원이나 준공무원(공사,공단)들의 서비스는 예전엔 국민들 위에 군림했었다. 그리고 방만한 자금운용과 쏟아져 나오는 비리들. 국민연금의 고갈에 대한 걱정, 의료보험비의 끝없는 상승.

물론 이런 불만도 지극히 현실적이고 개인적인 것 같다. 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한때 '전공투'에 열심이었던 사람도 나중엔(요즘엔) 지극히 개인적인 사람이 되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을 보면 몰랐던 이야기, 관심이 없었던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사회의 기득권층의 뿌리가 '친일'이었다,라는 걸 다양한 사례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그간 미국에 대한 우리의 사대주의적인 태도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짐작도 하고 알고 있었지만 실상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니 우리나라가 그동안 참 한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누군가가 추천을 해서 보게 되었는데, 아마 일반 책이었다면 그냥 흘려 듣고 말았을 것이다. 이 책의 서문에도 나오듯이 대중적인 관심을 위해 만화로 다시 나온 책으로 나 같은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획 의도가 돋보인다.

내가 이 책을 본다고 사회가 바뀌지는 않겠지만 순진하게 내 문제가 아닌데 뭘, 하면서 그냥 넘겼던 부분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좋은 계기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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