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권리를 말하다 - 한국 최초의 법의학자, 검시제도를 논하다
문국진 지음 / 글로세움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중요한 책이라고 생각되어 별점 다섯 개를 주러 왔다가 책 표지에 관한 문제제기를 보고 별 네 개를 거둔다. 출판사의 해명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http://www.amazon.com/The-Valley-Masks-Tarun-Tejpal/dp/9350290464/ref=sr_1_1?ie=UTF8&qid=1346113053&sr=8-1&keywords=the valley of masks

 

  한국에서 변사자에 대한 부검은 판사의 영장을 받아, 검사의 지휘 하에, 주로 경찰관이 위임을 받아 집행한다. 이들은 모두 비전문가들이다. 검시에 참여하는 의사마저 법의부검 전문가가 아닌 경우가 많다.

 

  영미법계에는 검시를 전담하는 직책인을 두는 이른바 '전담검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검시관(coroner)을 두고, 미국에서는 선거로 선출하는 법의관(medical examine)을 둔다. 미국에서 일반의사들은 자신이 담당하던 환자가 사망하였을 때에 한하여 사망진단서를 발부하고, 다른 죽음에 대해서는 손을 대지 않고 법의관에게 사체를 넘긴다. 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 검시교육의 필요가 없기 때문에 미국 전체 의과대학 중 법의학 교실을 개설한 대학은 불과 5개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207쪽). 반면 대륙법계에서는 특정 직종의 공무원이 검시업무를 겸임하는 '겸임검시제'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는 해방 이후 법제도 측면에서는 (일본을 통하여) 대륙법 체계를 받아들이면서도, 의학 교육 측면에서는 미국의 교육과정을 도입하였다. 당시의 시찰단은 미국 의과대학 교육과정에 없는 것을 굳이 우리나라 대학에서만 교육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 바람에 우리는, 미국과 같은 법의관 제도가 있는 것도 아니면서, 제대로 된 법의학 교과가 없는 채로 60여 년의 세월을 흘려 보냈다(2012년 책 출간 당시 43개 의과대학 중 12개 대학에만 개설). 그 사이 억울한 죽음들도 수없이 묻혀 보냈다(단적으로, 몇몇 유명 연예인들의 석연치 않은 죽음을 둘러싸고 끊임없는 설왕설래가 오가는 것을 보라).

 

  초동수사에서부터 법의학 전문가가 개입하도록 하는 검시제도의 개혁이 시급하다. 비전문가인 수사기관이 보는 외관만으로는 결코 범죄성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다. 부검은 수사기관의 시각에서 범죄에 의한 사망일 때 비로소 실시하는 것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반대로, 전문가가 부검을 통하여 사인을 명확히 규명한 뒤에야 판단할 수 있는 것이 범죄성이다. 법의학 전문의를 충분히 양성하여야 하고, 법률가들 역시 법의학 교육을 충실히 이수하여야 한다. 범죄수사만을 목적으로 하는 사법검시 외에도 전염병 사망, 행려 사망, 사인불명의 병사, 신생아 및 임부의 사망 등과 같이 보건정책상 필요한 부검에 대하여 '행정검시'를 실시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우리 법과 연계성이 높은 독일, 일본, 오스트리아 등에서 이미 도입하고 있다). 끝으로, 제도개혁을 위해서는 '두벌주검'에 대한 인식 전환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환자가 생존 시 앓고 있던 병에 대한 진단이 정확하였는지, 그 질병에 사용된 약물이 어느 정도로 효과적이었는지와 같은 것은 사후 부검을 통해서만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의료행위에 대한 비판과 반성, 시정과 개선이 반복되는 가운데 의학은 발전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부검이 여의치 못해 다른 나라 통계를 빌려 쓰고 있는 실정이다. 의학발전을 위한 부검은 고사하고, 사법부검마저 두벌주검이라는 인식 때문에 가로막히기 일쑤이다. 유럽에서는 늦게는 18세기 초경까지도 '용의자가 진범이라면, 자신이 가해한 피해자의 사체를 보거나 접촉하는 순간 시체의 상처에서 출혈이 야기된다거나, 해당 용의자의 얼굴 표정과 몸의 거동이 달라진다'는 식의 '관법 棺法 Baarrecht'에 의거한 검시가 이루어졌다. 그에 비하여, 우리는 이미 1438년(세종 20년) 『신주무원록 新註無寃錄』[책 20쪽에 따른 것이고,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역시 동일하나, 두산백과 등에는 1440년(세종 22년) 출간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다], 1456년(세종 38년) 『심리록 審理錄』이 간행되고, 1792년(정조 16년) 앞의 책을 증보한 『증수무원록 增修無寃錄』을 편찬하는 등 수백 년을 앞선 과학적 검시기술과 제도를 갖추고 있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이미 법의학을 다룬 다양한 대중서를 펴냈다. 2000년 이후에 나온 책들만 최근작부터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미술작품과 연계한 저서들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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