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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떼들에게로의 망명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112
장석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5년 6월
평점 :
1) 1992년 제11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
2) 책 표지 뒷면에 적힌 저자의 변(?)
“나는 춤꾼이거나 歌手거나 아니면 유능한 세션맨이 되었어야 옳았다. 가끔 휘파람을 불며 여기저기 배회할 때 나는 그런 생각을 한참 동안 하곤 한다. 춤이나 음악은 말(言)에서부터, 도덕에서부터 얼마나 자유롭고 즐거운가. (중략)
타오른다는 것, 아니면 깊이깊이 고요해진다는 것, 어떤 충만함으로 타오르며 그 속에서 파르라한 自己 존재의 떨림을 감지한다는 것, 그게 시보다는 춤이나 음악 속에서 훨씬 용이하리라는 생각에는 아직도 변함이 없다.
나는 나의 삶이 음악 같아지기를 매일 꿈꾼다. 음악이 가지 못할 곳은 없다. 문맹자의 가슴속에서까지 음악은 쉽게 웅덩이를 파놓는다.
시는 내가 음악까지, 춤까지, 타오름까지 타고 가야 할 아름다운 뗏목이다.
뗏목이 아름답다? 그래 그게 일상이니까.”
3) 그리고 시 한 편을 인용한다. 아래 시를 역사시로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5월 (장석남)
아는가,
찬밥에 말아먹는 사랑을
치한처럼 봄이 오고
봄의 상처인 꽃과
꽃의 흉터로 남는 열매
앵두나무가 지난날의 기억을 더듬어
앵두꽃잎을 내밀 듯
세월의 흉터인 우리들
요즘 근황은
사랑을 물말아먹고
헛간처럼 일어서
서툰 봄볕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