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 - 김훈 장편소설
김훈 지음 / 학고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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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박해의 역사를 다룬 작가 김훈의 최근작으로(그래도 벌써 2011년), 술술 잘 읽힌다. 그래서 슬프고 안타깝다. 작자 스스로가 자신 없어 했던 것처럼 철저한 고증을 거친 역사서가 아니긴 하지만 앞뒤가 안 맞는 등의 오류가 발견된다.

한국에서, '구교'인 천주교가 절명의 순간마다 본도로 돌아가 소외되고 억압받는 이들의 편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역사를 통해 볼 때 그 출발이 외부로부터의 이식이 아니라 이를 대안적 가르침으로 여긴 이수광, 허균, 이익, 안정복, 정약전 3형제와 같은 실학자들에 의한 자생적 연구에서 비롯되었다는 점, 인간평등사상과 결합해 가렴주구에 신음하던 조선 후기 민중들에게 전승되는 과정에서 전통적 위계질서를 부정한다는 이유로 혹독한 박해와 수난을 이겨내야 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새남터에서 막걸리 한 사발 하고 싶다.


"천사는 하느님의 마음을 즐겁게 한다. 그런데 천사의 찬양보다 그 이상으로 하느님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사람은, 이 인생의 최후의 항로에서 하느님이 어떤 말로도 할 수 없을 만큼 잔혹한 일을 꾸며서, 인생의 안락을 빼앗기 위해 더 이상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하게 모든 일을 행한다고 해도, 그럼에도 하느님은 사랑이며, 사랑하는 까닭에 그런 일을 행한다고 하는 신앙을 견고히 붙드는 인간이다. 그와 같은 인간은 마침내 천사가 된다. 그래서 하늘 나라에서 그가 하느님을 찬양하는 일은 쉽다. 하지만 도제 시기 또는 수련 시기는 항상 가장 고달픈 때인 것이다."

- 키에르케고어의 마지막 일기 중에서


"연대성은 진정한 도덕 덕목 가운데 하나이다. 연대성은 수많은 사람들의 불행을 보고서 막연한 동정심이나 피상적인 근심을 느끼는 무엇이 아니다. 그와는 반대로, 가깝든 멀든 공동선에 투신하겠다는 강력하고도 항구적인 결의이다. 우리 모두는 자신이 속한 사회에 빚을 지고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이 있는 만큼, 만인과 각 개인의 선익에 투신함을 뜻한다."

- 「간추린 사회교리」 제193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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