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평전
앤 핌로트 베이커 지음, 이종길 옮김 / 길산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헌책방에서 주워오다시피 사왔는데, 간결하고 조야해 보이는 책이지만 의외로 기대 이상의 수확이 있었습니다. 풍부한 야사!!!^^;;

몇 가지를 소개해드리면, 베토벤이 마흔 살이던 1810년 즈음에는 베토벤이 프러시아의 왕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또는 프레더릭 대왕)의 사생아라는 소문이 떠돌기도 했고, 이는 그가 죽기 전까지 음악 연감에도 기록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베토벤 스스로도 이 소문을 굳이 부정하지 않았고, 심지어 자신은 본디 고귀한 태생인데 자기의 친부모가 누구인지를 모두들 숨기고 있다는 몽상에 빠져있기까지 했다는데... 비엔나에서는 네덜란드식 이름인 ‘van’과 독일에서 귀족에게 붙이는 칭호인 ‘von’을 비슷한 것으로 혼동해 Ludwig ‘van’ Beethoven을 귀족 가문 출신으로 여기는 해프닝이 벌어진 적도 있었답니다.

베토벤과 그 지인들이 속해있던 독서토론회, Lese-Gesellschaft에 관한 이야기도 짧게 언급됩니다. 그 즈음에 베토벤이 칸트를 읽었다네요. 하이든이 자신을 제자로 받아놓고는 잘 안 챙겨줘서 마음 상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그래서 베토벤은 자신의 작품집 첫 장에 ‘하이든의 제자 베토벤’이라고 써달라는 하이든의 부탁을 차갑게 거절했다는군요.

베토벤을 다룬 책은 워낙 많지만, 제가 읽은 것들 가운데는 윤소영 교수님께서 번역하신 메이너드 솔로몬 외, 『베토벤, ‘윤리적 미’ 또는 ‘승화된 에로스’』(공감)가 상당히 심도 깊었고, 낙소스 레이블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를 번역한 제레미 시프먼, 김병화 옮김, 『베토벤 그 삶과 음악』(포토넷)도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포토넷 출판사에서 나온 이 시리즈물의 다른 책들도 좋습니다. Anton Schindler의 책도 참고해야 하고, 결국은 Gustav Nottebohm의 『Beethoveniana』를 읽어야할 텐데 아직 한국에 번역이 되지 않았고, 로맹 롤랑의 책 한 권이 나와 있습니다. 『베토벤의 생애』(이휘영 옮김, 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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