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근본문제에 관한 10가지 성찰
나이절 워버턴 지음 / 자작나무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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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개론서는 크게, 철학자들의 공헌을 시간적 순서에 따라 역사적으로 검토한 '철학사' 책과, 철학의 핵심적인 쟁점들을 주제별로 다룬 책(동사 '철학하기'에 좀더 가까운 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으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후자에 속하는 대표적인 입문서로서, 영국에서 널리 읽혔던 책이라고 하고 제가 대학에 입학하던 즈음만 해도 간혹 이 책을 추천해주는 선배가 있기도 했지만, 요즘은 잘 읽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를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이 책은 그것의 좀더 일반화된 버전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하위징아, 『중세의 가을』을 읽으려고 (고대) 중세 철학 읽는 김에 갖고 있던 책 처분한다는 기분으로 한번 읽어 본 건인데, 대체로 기본에 충실하지만 그리 새로운 내용은 없고 주요 쟁점들을 훑어보는 수준이어서 이런 류의 책을 이미 몇 권 읽어보신 분들은 굳이 또 읽으실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요즘도 서점에는 각종 개설서들이 쏟아지고 있고, '철학'이라는 말이 착취되는 것 같다는 느낌마저 없지 않지만, 두 번째 부류의 책으로는 단연 이정우, 『개념 뿌리들』(그린비)을 읽으셔야 합니다. 역시 비슷한 종류의 책으로 양운덕 님의 『피노키오의 철학 시리즈』가 최근까지 많이 읽혔던 것 같고(훑어만 보았으나 저자의 논문 몇 개를 읽어본 경험에 비추어 신뢰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강신주, 『철학, 삶을 만나다』(이학사)라는 책도 나와 있네요. 학술적으로 좀더 심화를 원하시면 서양근대철학회에서 낸 『서양근대철학의 열가지 쟁점』(창비)이 있습니다. 이 책은 인물 중심의 같은 학회, 『서양근대철학』(창비)과 세트입니다. 저는 뒤의 것을 읽어보았습니다. 과거에 많이 읽혔던 것들 가운데는 조성오, 『철학에세이』(동녘), 특히 『현대사회와 마르크스주의 철학』(동녘)으로 유명한 '한국철학사상연구회'가 역시 동녘출판사에서 펴낸 『삶과 철학』, 『삶, 사회 그리고 과학』과 같은 책들이 있습니다. 이런 류의 이른바 '대학가 필독서'는 저도, 책을 주로 헌책방에서 사보다 보니, 어지간한 건 거의 다 구해서 읽으려 애썼는데 이제 다소 철 지난 감이 드는 책들도 있습니다. 2000년대에 위 책들의 개정판이 나오기는 했고, 한국철학사상연구회는 요즘도 많은 책을 출간하고 있습니다(『인간을 이해하는/세계를 바꾼/현실을 지배하는 아홉 가지 단어 시리즈』 등. 철학사 책인 『다시 쓰는 서양근대철학사』도 있습니다.). 프랑스 고등학교 철학교과서인 앙드레 베르제즈, 데니스 위스망, 『새로운 철학강의 1, 2』(인간사랑)도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정평이 나있는 책입니다. 이정우 선생님께서 번역하셨습니다. 전설로만 전하고 아직 구경하여 본 일이 없는 소광희, 『철학의 제문제』(벽호)를 혹시 인연이 닿을까 싶어 끝으로 언급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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