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노래 (최영철)
나는 비록 꽃이 아니어도 좋으니 나를 견딘 매화나무 기다림이 욕되지 않게 해달라 빌었습니다 나는 비록 새가 아니어도 좋으니 나를 잃고 먼 하늘을 헤맨 소쩍새의 소망이 헛되지 않게 해달라 빌었습니다 나는 비록 밥이 아니어도 좋으니 나를 찾아 온 눈밭을 들쑤신 살쾡이의 배고픔이 슬프지 않게 해달라 빌었습니다 나는 천근만근이어도 좋으니 내 안의 무게에 저것들이 떠메고 온 짐 다 얹어달라 빌었습니다 내 안에 숨긴 고운 꽃다발 풀어 저것들의 길 위에 뿌려달라 빌었습니다 오래 더 오래 저것들의 등을 어루만질 수 있게 남은 두 손 잘게잘게 부수어달라 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