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마흔에 묶으셨다니...

참 요즘은 더디 어른이 되는 시대 같다.

혁명은 안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
나는 인제 녹슬은 펜과 뼈와 광기 —
실망의 가벼움을 재산으로 삼을 줄 안다
이 가벼움 혹시나 역사일지도 모르는
이 가벼움을 나는 나의 재산으로 삼았다
​ — 김수영, 「그 방을 생각하며」에서
- P5

그러므로 제발 비판이라는 말을 만병통치약인 양 남용하지 말자.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비판이다>라는 식의 지당한, 그러나 낙후한 결론으로 만족하지 말자. 비판의 신화, 입장의 이데올로기를 벗어나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하는 척이라도 하자. 아무런 비판이나 그대로 진보로 이어진다는 망상에서 벗어나 비판의 의미, 전략, 효과를 되새기는 시간을 갖도록 해보자. 혁명이 안 될 때의 김수영처럼 방이라도 바꾸어보도록 하자.

​- 1999년 9월, 김상환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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