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826(?) 마셜 맥루언과 가상성, 크리스토퍼 호락스, 김영주, 이원태 옮김, 이제이북스, 2002



  최근에 마셜 맥루언(Marshall McLuhan)을 재미있게 들여다 보고 있는데...


  이 책도 그래서 읽었지만 아주 큰 감흥은 없었다.


  맥루언은 1980. 12. 31. 사망하였고, PC와 월드와이드웹의 대중화, 상업화를 목격하지 못했다. 디지털 미디어에 관한 사이버펑크, 탈인간(posthuman), 사이보그 등 담론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탐구 일부가 가상 시대 인간의 확장과 연결될 여지가 있다는 점이 토론토 대학에서 맥루언 프로그램을 부활시켰고, 맥루언 자신도 몰랐고 예견하지 못했던 맥루언주의자들을 다시 만들어 내고 있다. https://en.wikipedia.org/wiki/McLuhan_Program_in_Culture_and_Technology


맥루언주의자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들 중의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여러분은 분명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무언가를 배우는 사람들은 그 누구라도 그것을 조금은 어긋나게 배울 거라는 사실을 나는 잘 안다. 제자들을 갖는다는 것이 엄청나게 성가신 일이 될 것이라는 걸 난 쉽게 상상할 수 있다. - 마셜 맥루언(책 22쪽)


  그러나 맥루언의 통찰을 종교적, 예언적인 것으로 간주하여 그 의미를 윤색하고 왜곡하는 낭만주의적 경향은 경계하여야 할 것이다(113쪽 역자 후기). 저자는 맥루언의 미디어 효과 이론이 정치경제학적 분석을 결여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제'는 대부분 절판되었지만 이제이북스 '아이콘북스' 시리즈(총 24권)는 주요 저자들을 다른 시각에서 비평해 볼 수 있게 해주는 책들이어서 보이면 사두는 편이다(이제이북스에서 E와 J는 Equality와 Justice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아이콘북스' 시리즈는 2002년 9월부터 2004년 6월까지 사이에 나왔는데, 그 즈음부터 함께 나온 '사이코북스' 시리즈와 더불어 이제이북스의 등장과 지향을 국내 인문학계에 알린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이제이북스에서는 중요한 책을 많이 번역해 내셨고, 나도 『헤겔 또는 스피노자』, 『스피노자와 정치』, 『개념표기』, 아리스토텔레스의 책들을 비롯하여 여러 권을 가지고 있는데 2015년 말까지 정암학당 플라톤 전집을 활발하게 내시다가 2018년 1월 『에우튀프론』이 나온 후로는 더 이상 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정암학당 플라톤 전집은 '아카넷'에서 개정판이 나왔다).


  찾아 보니 폐업하신 건 아닌 것 같은데, 전응주 사장님의 인터뷰 기사가 몇 개 검색된다.

  "[권은정의인터뷰무제한] ‘적(的)’자와 싸우고 ‘적자’와 또 싸우고", 한겨레 (2006. 3. 30.)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12247.html 

  “제대로 된 철학서 누군가는 내야겠죠”, 경향신문 (2006. 8. 11.) https://www.khan.co.kr/article/200608111517371

  "<인터뷰> '플라톤 전집' 도전 전응주 EjB 대표", 연합뉴스 (2008. 2. 4.) https://v.daum.net/v/20080204071213706 [연합뉴스 누리집에서는 검색되지 않는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인 2000년대가 우리 인문학계의 마지막 벨 에포크가 아니었나 싶기도 한데, 이제이북스의 포트폴리오는 지금 봐도 경외심이 드는 면이 있다. 이제이북스가 앞당기려 한 시대는 이제는 올 수 없는 시대가 되어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




  나중에 참고하기 위해 자료를 정리해 둔다. McLuhan의 저작 중에 검색되지 않는 것들이 꽤 있다.





맥루언주의자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들 중의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여러분은 분명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무언가를 배우는 사람들은 그 누구라도 그것을 조금은 어긋나게 배울 거라는 사실을 나는 잘 안다. 제자들을 갖는다는 것이 엄청나게 성가신 일이 될 것이라는 걸 난 쉽게 상상할 수 있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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