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인상 깊다거나 새롭지는 않고... 그저 읽었다.


  우리도 여러 방면에서 허브 국가가 되려는 구상을 하던 때가 있었다.


  시스템이 많이 다르기는 하지만 우리가 불필요하고 어리석은 비효율을 겪는 사이, 아래 이코노미스트지 기사에서도 보는 것처럼 경쟁의 승자는 싱가포르로 굳어지는 것 같다. 경쟁력 격차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고...


https://www.economist.com/asia/2023/05/11/a-winner-has-emerged-in-the-old-rivalry-between-singapore-and-hong-kong




  세계가 STEM에 집중하고 인도 수재들이 공과대학으로 몰리는 동안, 우리 대학들에는 의과대학만 남게 생겼고, 그마저 2028년 수학능력시험부터는 수학 시험 범위를 더 줄였다고 한다. 포퓰리즘이다. 범위를 줄일수록 계급 격차는 더 커질 것이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는 야근으로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고, 어차피 대부분 영역이 쪼그라들어 곧 소멸하게 생겼는데, 국가와 관료들은 이제 교육에서 손을 떼고 각급 학교와 학생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성장할 수 있게 놓아줄 때가 된 것 같다.


https://www.economist.com/graphic-detail/2023/10/04/productivity-has-grown-faster-in-western-europe-than-in-america



  책 얘기로 돌아와서...


  1978년 11월 덩샤오핑의 싱가포르 방문을 전후해 싱가포르가 중국의 개방, 발전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미처 알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리는 [...] 공산국가인 중국이 적극적으로 자본주의 시스템을 도입하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물론 중국이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리의 기여도를 과대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과소평가 역시 곤란하다. 당시 중국 공산당은 중국인들이 일구어낸 성공 스토리의 모델을 찾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1978년 당시 그러한 모델은 그리 많지 않았고, 그중 하나가 바로 싱가포르였다. 덩이 주목했던 것은 스칸디나비아가 아니라 아시아였고, 그리고 그 주인공은 일본인이 아니라 중국인, 그것도 승리를 거둔 중국인이었다. (88, 89쪽)


  쑤저우 공단을 건설할 때 싱가포르의 협력이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기여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싱가포르가 보증을 서준 셈이군요?" [...]

  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가 중국에 신용을 선물한 거죠. [...]" (95쪽)


  최도식 기자, "[차이나이코노미] 중국-싱가포르 경제협력 ①쑤저우공업단지", WORLDTODAY (2022. 4. 17.) https://www.iworld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408300 도 참조.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은 이것이다. 리콴유의 바람과 달리 중국이 저러고는 있지만 과학기술 등에서만큼은 더 이상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우리를 압도하게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인도가 미국의 역할을 맡게 된다고?


  "누가 힘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까요? 우선 일본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일본이 미국과 손을 잡아야 경제적, 물리적, 군사적으로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향후 100~200년 사이에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상당히 약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렇다면 아시아 지역에서 누가 미국의 역할을 맡을 수 있을까요? 아마도 인도가 될 것입니다." (148, 149쪽)


  그리고 책에서 이 부분은 뭔가 이상하다. 인도가 이슬람을 대표하는 나라라고??? 오역인가 싶어 원문을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아직 찾지 못하였다. 아무튼 싱가포르에 사는 말레이인들은 싱가포르 정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참으로 많은 이슬람 사람들이 살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슬람 인구가 살고 있는 나라이다. 놀랍게도 이슬람을 대표하는 나라라고 생각되는 인도가 두 번째이고, 그리고 그 인근에 위치한 파키스탄이 뒤를 잇고 있다. (164, 165쪽)


  원작은 2010년에 나왔는데, 싱가포르에서 출생률 저하에 대처하기 위해 어떻게 이민정책을 실시했는지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156쪽 이하). 우리에게도 닥친 현실이다. 유대 사회와 가톨릭 성직자들을 비교하기도 한다.




  글을 쓴 톰 플레이트(Tom Plate) 전 LA타임스 논설실장은 반기문 전 총장 등 여러 사람을 인터뷰했다.


"서구 국가들은 내가 그들의 평가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내가 신경 쓰는 것은 오직 싱가포르 국민들의 평가입니다." - P44

"그러면 가까운 관계를 맺었던 미국 대통령들 중 최악의 인물을 꼽는다면요?"
"카터입니다. 그는 신을 두려워하는 평범한 사람에 불과합니다. 대통령 별장에서 오랫동안 고민을 하고 나서 한다는 말이 고작 미국인들이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다는... [...] 리더란 사람들을 격려하고 자극하는 자리이지, 자신의 복잡한 생각들을 공유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카터의 그 연설은 미국인들을 낙담하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 P122

"[싱가포르는] 정치적인 논리로 인물을 등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치인들은 누구나 선거운동 기간 도움을 준 사람들을 먼저 등용하고자 합니다. 은혜에 보답하고 싶은 거죠. 하지만 차별화된 인재를 발탁하고자 한다면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통해 사람을 뽑을 수 있어야 합니다." - P129

"대통령중심제에서는 텔레비전 속 리더의 이미지가 결정적인 작용을 합니다. 반면 의원내각제에서 총리 후보는 오랫동안 의회와 정부에서 활동하면서 점차적으로 정치적 기반을 닦아온 인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을 그가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얼마나 진실성을 담고 말을 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 P129

도덕적, 종교적 차원에서 다수결 민주주의 시스템의 가치를 믿고 있다면, 여러분은 ‘민주주의 세금‘을 기꺼이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 P151

우드로 윌슨 공공정책대학원에서 공부할 무렵 당시 동료들은 이상적인 공공정책을 상상하는 게 살벌한 정치 분야에서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쉬울 것이라는 의견에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 P273

"나는 불가지론자입니다. 다윈주의를 믿을 뿐이죠." - P279

수십 년 전 동남아시아 사람들 모두 ‘아라비아의 로렌스‘ 같은 뜨거운 열기에 비지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을 때 리콴유는 싱가포르의 모든 관공서에 보란 듯 에어컨을 설치했다. [...] 그리고 그건 대단히 현명한 결정이었다. 에어컨이 돌아가면서 공무원들은 더 오래 남아서 일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당시만 해도 일반 가정집에는 에어컨 보급이 거의 전무했다. 덕분에 싱가포르 공무원들은 특권적인 시원함을 만끽하면서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었던 것이다! -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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