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회의에서 만난 한 젊은 싱가포르 관료가 야단스럽지 않고 세련된 방식으로 실력과 품격을 뽐내는 모습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적이 있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두 곳 모두에서 학위를 받은 인재였다. 여러 나라 대표들이 묵는 최고급 호텔에 함께 묵으면서 열심히 시간을 쪼개 미팅을 하고 돌아 가더라. 모르긴 몰라도 싱가포르에 대한 흥미와 호감을 잔뜩 불러일으켰을 것 같다.


[여담이지만, 나는 난양공과대학(NTU)의 빠른 발전상을 흥미롭게 보고 있었던 터라, 그에 관하여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싱가포르 대표단으로 온 사람들이 문과생이고 또 일부는 싱가포르 국립대(NUS) 졸업생에 리콴유 장학금을 받은 수재들이어서 그런지, 'NTU가 왜? NTU가 그 정도라고?'라는 식의 반응이어서 의외였다.]


한편 돈을 모으면 리버풀 안필드에 축구 경기를 보러 가곤 했다는 싱가포르의 그랩(Grab) 기사는 이런 말을 했다(싱가포르에는 이제 우버가 없다).

"싱가포르는 좋은 나라가 맞다. 관광하러 온 사람들에게는..."


그 말이 기억에 남아 있던 중 이런 기사를 보았다.

홍명교, "19세기 노예제 닮은 싱가포르 이주노동… 한국도 입맛 다시나", 한겨레(2023. 1. 8.)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074810.html 


여하간 싱가포르의 생존 전략은 처절한 면이 있다.


'리콴유'라는 이름은 고등학생 때 친구가 그의 책을 읽었다면서 이야기해 주어 처음 알게 되었는데...

싱가포르 국민들이 리씨 일가에 가지는 감정은 복잡할 것으로 짐작되지만, 팬데믹 이후 그 아들인 리셴룽 (Lee Hsien Loong, 정체자로 쓰면 이현룡 李顯龍, 싱가포르는 1976년 중국의 간화자를 채택하였다) 총리가 한 일련의 대국민 연설은 국가 수반의 메시지 관리라는 측면에서 참조할 만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2020. 3. 12. 연설 영상 https://youtu.be/KaoVg6ejgRQ 을 보면서 싱가포르 국민들은, 댓글 반응에서도 볼 수 있듯 큰 신뢰와 감동을 함께 느꼈던 것 같다.



싱가포르는 국제사회에서 그 누구도 믿지 않는다. 싱가포르의 생존은 싱가포르의 손에 달려 있다는 인식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신생국 상당수가 미국이나 소련 등 당시 강대국이나 식민통치를 하던 영국 등 제국주의 국가에 의존하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 이는 곧 특정 블록에 가담하는 것을 거부하는 비동맹 정책으로 나타났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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