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 살고있는 터라 도서관에 꽂혀 있던 것을 자연히 집어들게 되었는데, 책이 아주 훌륭해서 감탄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명정구 박사님과, 홍익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군산대에서 해양생물학 석사학위를 마치신 조광현 선생님 두 분이서 참 귀한 작업을 해주셨다.
올해 7월에도 두 분이서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대도감』이라는 책을 내셨다.
다음은 명정구 박사님의 다른 책들.
조광현 선생님께서 그리신 다른 책들. 갯벌 그림을 많이 그리셨다.
덤으로, 정약전 선생의 『자산어보』 등.
엉뚱하게 먹는 이야기로 끝나 물고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맛기행 시리즈를 쓰던 시절에 썼던 글의 일부를 발췌(거의 10년 가까이 된 글이라, 요즘은 상황이 어떤지 모르겠다).
(...)
알곤탕에 대구탕, 그리고 이들을 섞은 섞어탕이 맛있는 영대병원 네거리 부근 청학식당도 전국적으로 유명한 집입니다만(특히 주당들 사이에서는 속풀이집으로 그 이름이 높습니다. 부부가 30년이 넘도록 국을 끓여내고 있는 이 집은 2006년 매일신문 선정 5대 해장국집으로 선정되기도 했는데, 7, 8월에는 아예 영업을 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시원한 국물에 뜨거운 대구 육질이 목젖을 타고 내려가면 찌뿌드드했던 몸이 절로 쭉 펴질 겁니다. “어~ 시원하다.”라는 감탄사와 함께), 오늘 간 수성구 범어동의 청학식당도 만만치 않습니다.
‘미주구리’라는 말에 대해서는 일본에서 유래되었다는 둥, 방언이라는 둥 설이 갈리는데, 바로 ‘물가자미’입니다. 주로 물회로 즐기며 쫄깃쫄깃한 회가 입에서 살살 녹습니다. 갖은 야채에 초장까지 얹어 나온 회를 비비기가 무섭게 한 접시가 순식간에 눈앞에서 없어져 버리고 맙니다.
‘물곰’의 경우 ‘물메기’, ‘꼼치’라고도 불리는 바닷물고기인데 생김새가 흉측하고 살집이 흐물흐물하여 예전에는 어부들이 생선으로 치지 않았다고 합니다. “소용되는 데를 알 수 없다” 하여 잡히면 그냥 버렸다고도 하는데, 이 때 물에 빠지는 소리를 흉내내어 ‘물텀벙’으로도 불렸다 합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해점어(海鮎魚)’, 즉 바다메기 항목 아래에 ‘미역어(迷役魚)’라는 속명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명칭이 갈조류 미역[sea mustard, 학명 Undaria pinnatifida (Harvey) Suringar]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콧물을 마시는 기분”이라는 평가가 있는 것에서 보듯, 미끄럽다의 어근인 ‘미끄-’ 내지는 ‘미끄ㄹ’과 유사한 한자의 음을 빌려 이두식으로 그렇게 적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약전 선생도 “맛이 순하고 술병에 좋다”고 적은 것을 보면, 잡히면 그냥 버렸다고 하는 식의 설명은 반드시 근거가 있는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곰이 숙취 해소에 좋은 것으로 알려지고, 그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이 인기를 얻으면서 해장국 중의 으뜸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술을 드신 다음 날에 가서 한 그릇 하시면, “뼈도 뼈 같지 않은 것이, 살도 살 같지 않은 것이, 흐물거리며 몸 안으로 들어와 술로 찌든 속을 후루룩 훑어 내리는” 놀라운 체험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 2012. 10.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