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튜어트 밀 선집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서병훈 옮김 / 책세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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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정부론』 중에서... (교수님의 진짜 전공 분야라 그런지, 다른 편보다 번역이 매끄럽다고 느낀다.)

밀도 어쩔 수 없이 시대적, 인종적, 민족적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싶은 내용도 있지만(다만, 그는 스스로 그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인하는 편이다),

훌쩍 미래를 내다보았다 싶은 대목이 많다.

좋은 정부인지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그 구성원들의 여러 바람직한 자질, 특히 도덕적, 지적, 활동적 자질을 얼마나 잘 발달시킬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본 것이 인상 깊다.

오늘날에도 대의기구 안에서 지지파를 규합하거나 반대파를 제거할 목적으로 최악의 인물을 임명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 상당수 기구가 특별한 자격요건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사형집행대에나 올라서야 할 정도로 형편없는 작자가 아니라면 누구든, 자신이 다른 사람들이 하는 그 어떤 일에도 적임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공공기관이 임명권을 행사할 때 정당의 입김에 영향을 받고 사적인 친분관계에 휘둘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총체적인 능력이 탁월하다는 명성 때문에 (이는 때로 전혀 합당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또는 그저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인물을 임명하곤 한다. - P559

어떤 일이 잘못되면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람들, 다시 말해 일을 잘못되게 만든 것이 미연에 방지될 수 있었고 또 그래야만 한다는 결론을 당장 내리는 사람들이 길게 볼 때 세상을 가장 잘 발전시킬 수 있다. - P531

위대한 정치가란 전통에 부응할 뿐 아니라, 필요할 때 그것을 부술 수도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전통에 대해서 무지한 채 그러한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대단한 착각이다. 인간의 일반적 경험이 인정하는 행동원리를 철저하게 알지 못하는 사람이 그런 통상적인 행동원리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환경에 대해 제대로 판단할 수가 없다. 공공기관이 하는 일에 따라 형성되는 이해관계, 그리고 그런 일을 특정한 방식으로 처리할 때 일어날 수 있는 결과들을 평가하고 그 의미를 따져보자면, 관련 지식과 특수한 전문적 판단이 없어서는 안 된다. 이런 것들에 단련되지 않은 사람이 그런 지식과 판단을 구비한다는 것은 법을 정통으로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그쪽 분야를 개혁하는 것만큼이나 터무니없는 일이다. 행정부의 어떤 특별한 행위에 관한 결정을 내리려 하는 대의기구는 분명 이 모든 어려움을 간과할 것이다. 그것은 무경험이 경험에 대해 판단을 하고., 무지가 지식에 대해 판단하는 것과 같다. 자신이 모르는 것의 존재에 대해 결코 의심하지 않는 무지는 조심성이 없을 뿐 아니라 거만하기까지 하다. 자기의 판단보다 더 주의를 기울일 가치가 있는 판단에 대해 적대감까지 품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어쨌든 애써 무시한다.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으면 그래도 봐줄 만하다. 실제로 이해관계가 걸리면, 여론의 감시를 받고 있는 정부 공직자들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부패보다도 더욱 뻔뻔스럽고 대담한 부정축재를 자행할 것이다. 이해관계가 얽힌 편견이 의회의 다수파에까지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P556

사실 입법 활동은 그 어떤 지적인 작업보다도 더 오랜 실제 경험과 장기간의 힘든 공부를 통한 단련을 요구한다. (...) 모든 법 규정은 그것이 다른 법 규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대단히 정확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어 검토하고 난 뒤에 만들어져야 한다. 동시에 새로운 법은 기존의 다른 법과 조금이라도 어긋나지 않는 한도 안에서 제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잡다한 사람이 모인 의회에서 조문 하나하나를 놓고 투표하다가는 이런 조건을 충족할 수가 없다. (...) 오늘 이 순간에도 원래의 취지에 어긋나는 현행 입법 과정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 관련 문제에 대해 최고 전문 지식을 갖춘 권위자들이 모든 사항에 대해 꼼꼼히 검토한 뒤에 특정 법안을 만들었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또는 특정 주제에 관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별위원회가 몇 년에 걸쳐 검토하고 다듬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어떤 경우에도 하원이 자신의 어설픈 권위를 내세워 그런 법안에 대해 시비를 걸면서 통과시켜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누군가의 사적인 이익에 대한 집착 때문에 또는 법안 심사를 지연시키겠다고 위협하는 고약한 의원 때문에 법적 일관성이 없는 내용이 끼어들어 온 경우도 있다. 현안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잘난 척하면서 슬쩍 끼워 넣은 법조문 때문에 처음 발의를 했던 사람이나 그것에 찬성했던 사람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초래되기도 한다. 결국 더 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다음 회기에 부랴부랴 문제의 법안을 다시 개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현재 입법 상태가 이 모양이다. - P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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