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의 쇠락 그러나 여러 도시와 대학의 혁신 노력으로 대표되는 미국 중서부의 경험은, 우리의 지역균형발전과 도시재생, 대학교육 개편에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COVID-19가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에 미칠 영향이 또 크겠지만) 예컨대, 산업구조 변화로 도시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 창원, 거제(+ 통영), 울산, 포항과 구미, 군산에 목포·영암·해남, 그리고 광양까지가 부단히 미래를 대비하여야(했어야) 할 지역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차완용, ˝현실이 된 ‘한국판 러스트 벨트’…‘동·서남권이 흔들린다‘˝, 한경 Business 제1195호 (2018. 10. 24.)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18102201195000311 등 참조.

이코노미스트 7월 25일(-31일)호 Special Report: The Midwest에 여러 이야기가 나오지만 다음과 같은 조언들에 눈길이 간다.

첫째, 세제 등 여러 혜택으로 투자자들을 유인하는 것 이전에 우선 매력적인 생활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좋은 주거 환경, 좋은 교육 환경이 갖추어지면 젊은 부부들이 모이게 마련이다(이는 뒤의 셋째와도 연결된다).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가 넘쳐야 동네에 활기가 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도 하는데, 우리 정도로 잘 사는 나라 중에서 우리만큼 아이들에게 적대적인 사회도 드물 것이다. 우리는 언제쯤 아이들이 ‘윗사람‘인 어른들에게 맞추어 감내해야 하는 사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조금 몸이 크고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자신의 알량한 권력을 언제라도 위압적으로 휘두를 준비가 되어있는 유치한 어른들로부터 언제쯤 우리 아이들이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반면 아이들이 많은 동네일수록 아이들의 시간과 속도를 존중할 줄 아는 성숙한 어른도 함께 많다고 느낀다. 그런 환대가 더 많은 아이들을 부른다.]

둘째, 거점이 번성해야 지역 전체가 산다. [덜 배아프기 위해 모두가 덜 행복한-때로는 모두가 불행한- 길에 안주하고 마는 나눠먹기 식 자원배분을 이제는 그만 했으면 좋겠다. 시너지를 ‘애써‘ 막기 위한 하향 평준화, 빠진 독에 돈 붓기를 멈췄으면 좋겠다. 남 잘 되는 꼴을 못 봐서 돈은 돈대로 쓰고 효과는 없게 된 사업이 얼마나 많은가(아, 오송역이여! 수많은 공항들이여!). 입지를 선정할 때도 법을 만들 때도 비용 편익 분석을 철저히 했으면 좋겠다. 정치적으로 안배된 답정너 결론 말고 냉철한 분석과 열린 토론에 터 잡은 치열한 합의를 보고 싶다. 내 지역과 진영의 이익에 당장 반하는 것 같은 결정에 대해서도 깨끗하게 승복하는 문화가 자리 잡기를 바란다. 그럴 수 있으려면 내 손에 잠깐 권력이 들어왔다고 전권을 휘둘러서는 안 된다. 약탈의 악순환을 부를 뿐이다.]

셋째, 좋은 대학이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며 혁신의 에너지를 북돋워야 한다. [우리나라에 입시정책은 있어도 대학정책은 거의 없다. 있는 정책이란 것도 엄청 크지도 않은 돈을 미끼로 각자의 상황에 맞는 최선의 판단을 체념하게 만드는 고약한 것들이다(온 힘을 들이는 입시정책이라고 상황이 나은 것 같지도 않다. 손을 댈수록 부동산 시장처럼 악화되는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ㅠ). 교육부가 관여하는 일들이 너무 많고 시답잖다. 저마다에게 다른 발전의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흔히 생각하지 못하는 길로 치고 나갈 수 있게 길을 터 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가 손을 좀 떼야 하고 단기적 성과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 세계에서 경쟁력도 생긴다(정부의 역할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되어 대학이 하는 일들을 시시콜콜 쥐고 흔드는 게 아니라, 돈이 되는 분야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펀딩을 할 수 있게 해주면서 당장 돈이 되지 않아 소외될 수 있는 분야를 긴 안목으로 보듬는 일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도리어 정부가 성과를 채근하는 형국이고, 대학의 자원배분, 의사결정 전반에 지나치게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처럼 클 수 있게 해주어야(연구만 할 수 있게 내버려둬야) 한다. 전 미 상원의원 Daniel Patrick Moynihan(1927-2003)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위대한 도시를 건설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좋은 대학을 만들어라. 그리고 200년을 기다려라.‘ 악조건 속에서도 UNIST의 최근 성장세는 특기할 만하다. 권유진, ˝11년차 신참 UNIST, 논문 평가서 4년 연속 ‘국내 1위‘…비결은?˝, 중앙일보 (2020. 7. 9.) https://news.joins.com/article/23821232 학문도 창업도 자유와 자율의 토양에서 싹 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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