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사를 성공 만능주의, 영웅주의, 엘리트주의 관점이라는 굴절된 시야로 바라본다. 《로마인 이야기》가 인기를 누린 이유는 신자유주의 물결이 휩쓸기 시작한 1990년대 이래 우리 사회의 풍토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사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리더십을 중시했고, 그러다 보니 민중은 언제나 영웅을 추종하는 존재로 역사의 뒷전으로 밀려난다.
어찌 보면 이것은 독재를 변호하고 민주주의를 유보하는 것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시오노 나나미가 바라보는 로마 제국의 팽창은 침략과 영토에 대한 욕구가 아닌 로마의 안전을 확립하려는 것이었다. 이것은 일본이 선제적으로 자국의 안전을 위해 조선을 침탈했다는 위험천만한 논리로 발전할 수 있다. 자국의 안전을 위해 침탈했다는 주장은 제국주의적 팽창을 은폐하고 합리화하기 위한 기만적인 표현이다. 현재 진행 중인 국사 교과서 국정화와 맞물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사에대한 이해는 많은 우려를 자아낸다. 로마사에 대한 시오노 나나미의 왜곡된 이미지에서, 한국 현대사를 자랑스러운 영광의 역사로 재조명하자면서 오랜 산고 끝에 성취한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고 합리화하려는 우익 진영의 움직임이 연상되는 것은 필자만의 기우일까?

- 2017년 1월(?) 감수자 서문 중에서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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