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마 사운드업'에 대하여 남긴 다음 후기가 종종 "좋아요"를 받고 있어서(마침 오늘 하나를 더 받아서) '크레마 카르타G'에 대해서도 평을 남겨둔다.



  "얼마 쓰지도 않았는데 정상 작동 중 액정 절반이 나갔다. 킨들에 비해 실망스러운 점이 한둘이 아닌데, 달리 대안이 없어 슬프다."

  https://blog.aladin.co.kr/SilentPaul/11437743


  지금 돌이켜보면, '크레마 사운드업'을 택한 것은 행동경제학적으로 '타협효과(Compromise Effect)' 때문이었던 것 같다. 너무 싸거나 비싼 제품, 기능이 너무 없거나 불필요한 기능까지 쓸데없이 갖추고 있는 '것 같은' 제품들의 양 극단을 피하고 가격과 사양 면에서 타협, 절충을 한 것이다. (횟집에서 3만 원, 5만 원, 8만 원 세트 중 5만 원 세트를 고르고, 피로연을 준비하는 혼주들이 광어회, 문어 숙회, 전복 갈비탕이 나오는 A 코스나, 갈비탕이 나오지 않고 잔치국수가 나오는 정도인 C 코스를 피하고, 스테이크 또는 LA갈비와 갈비탕이 나오는 B 코스를 압도적으로 많이 고르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횟집 주인이나 예식장 입장에서는 당연히 5만 원 세트나 B 코스의 마진을 높여두는 것이 현명하다. 전자제품도 세 가지 정도 모델을 유지하면서 가운데 사양 제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은 위 후기와 같이 액정이 나갔고, 첫 구매 시에 아꼈던 금액 이상으로 '수리비'가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어떤 전자제품은 부수적인 기능에 신경 쓰느라 '기본적인 내구성'이 갖추어져 있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간과한 탓이다. '크레마 사운드업'을 고를 때는 편리한 휴대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기도 한데, 신줏단지 모시듯 조심스럽게 싸들고 다녀야 하고, 책상 위에서만 도서관 귀중본 넘기듯 경건하게 다뤄야 한다면 전자책 단말기로서의 기본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아무튼 '알라딘'의 후광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한 '기본적 신뢰'를 배반당한 기분이 들었고, 외국에 체류하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수리는 바로 맡기지 못하고 '크레마 카르타G'를 다시 살 수밖에 없었다. 여담이지만, 아마존 킨들을, 역시 '타협전략'에 따라 구매했고 훨씬 오래 썼지만, 아무리 험하게 다뤄도(이 정도면 망가졌어야 하지 않나 싶었던 순간에도 멀쩡하게 살아남아) 여전히 잘 작동하고 있다.


  '크레마 카르타G'를 고른 이유는 '너부리' 님의 다음과 같은 평 덕분이었다. "카르타, 카르타+, 사운드, 그랑데, 엑스퍼트 다 써봤는데 겉보기에 카르타G가 제일 튼튼해 보이네요." https://blog.aladin.co.kr/ygbaby/11038054 사실상 오로지 안 망가지는 제품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지금까지 망가지지는 않고 있어서 비교적 만족하고 있다.



  그러나 아래 위로 배치된 물리키의 기능 설정이 (적어도 나의) 직관에 반한다. 오른손으로 키 쪽을 잡고 읽는다고 할 때, 내 생각에 위의 버튼은 앞쪽으로, 아래 버튼은 다음쪽으로 넘어가는 것이어야 할 것 같은데, 그 반대다. 설정을 바꿀 수도 없다(뭐,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하였다).


  나는 주로 알라딘에서 전자책을 사보기만 했어서 모르겠지만(대출을 많이 해보지 못했고, PDF 파일들은 한글이더라도 킨들로 본다), 낮은 스펙과 2020년 4월 1일부터의 한국이퍼브 서비스 종료가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한국에서 전자책 기기와 컨텐츠가 아직 '충분히 편리하고 다양해지지 못한 덕분에' 서점사 등 여러 업체들이 안주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넷플릭스가 그랬던 것처럼 아마존이 상당한 수준의 한국어 번역을 해내기 시작하는 순간 모두 문 닫을 준비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 와중에 정부는 익숙한 습관과 마인드를 버리지 못하고 예산은 예산대로 들면서 결론이 어느 정도 예상되는 이상한 일을 벌이고 있다. 류은주 기자, "정부 '2년내 한국판 넷플릭스 5개 만들겠다'", IT조선 (2020. 6. 22.) http://it.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9/2020061903219.html 언제쯤 우리는 "K-", "한국판", "토종" 이런 말들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일단 5개를 만들겠다는 것부터가 '플랫폼 비즈니스'의 핵심에 '네트워크 효과'가 놓임을 간과하고 있다. 위 기사의 부제는 "2022년 국내 미디어 시장 10조, 콘텐츠 수출 16.2조 목표"인데, 이용자들이 왜 넷플릭스를 찾는지도 모르면서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부터 잘못 선택하고 있다.


  순진한 걸까. 아니면 이번에도 정말 한 몫씩 골고루+쏠쏠히 '해먹은' 뒤 사람들의 망각 속에 흐지부지하려는 걸까.


  다음 글들을 함께 참조...


  김은지 기자, "넷플릭스, 뉴미디어시장 장악… 체면 구긴 토종 미디어 초비상", 디지털타임스 (2020. 6. 17.)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0061802150931032001

  주성호 기자, "'한국판 유튜브' 키운다던 KT '두비두' 결국 접는다", 뉴스1 (2017. 4. 28.) https://www.news1.kr/articles/?2980354

  도안구 기자, "오픈소스 OS에 대한 티맥스의 한결같은 ‘토종’ 타령", 테크수다 (2018. 7. 4.) https://www.techsuda.com/archives/11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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