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남성우월주의, 남성중심주의를 넘는 결의 '마초', '마초이즘'에 관한 내용이 다루어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다락방" 님 리뷰처럼 입문서 중의 입문서다.

  프랑스어, 프랑스 인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 프랑스 좌파 전선(Front de gauche) 소속 정치인인 지은이가 파리 부시장을 지냈다는 사실 정도를 특기할 만하고, 아주 새로운 내용은 없다.

  [Simone Weil라는 철학자 말고, Simone Veil라는 정치인이 따로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둘 다 시몬(느) 베이(유)로 쓰는데, 후자는 1975년 데스탱 대통령 시절 복지부 장관으로서 낙태허용법안을 발의, 통과시키는 데 기여했던 인물이다. 의회 토론 당시 베이 장관에 대한 보수 정당 의원들의 공격과 모욕, 여성 혐오 발언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철학자 베이가 "불꽃의 여자"로 더 알려져 있는데(아버지 서재에도 옛날 책이 있었다), 정치인 베이의 책도 번역되어 있다. 위키피디아를 보면 둘을 헷갈리지 말라는 말이 앞에 나온다. https://en.wikipedia.org/wiki/Simone_Weil]

  프랑스적 배경에서 페미니즘 내부의 논쟁, 즉 '평등주의'(보편주의) 대 '본질주의'(자연주의), 성매매에 관한 '폐지론' 대 '제도론'('성노동론') 사이 논쟁이 더 치열하게 전개된다는 인상도 받았다. 그나저나, 109쪽에서 "누나는 평등주의자야 보편주의자야?"라는 문장은 맥락상 "누나는 평등주의자야 본질주의자야?"의 오기 아닌가? [누나(지은이 클레망틴 오탱)는 평등주의자라고 대답한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책이 여럿 번역되어 있는데, 그에게 공쿠르상을 안긴 『만다린 사람들 Les Mandarins』는 번역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Geneviève Fraisse의 『동의에 관하여 Du consentement』도 번역되어 나오면 좋을 것 같다.



"본인 의사에 반해 타인에 의해 행해지는 남성 성기의 삽입은 그 성격을 막론하고 강간이라 한다." - ‘강간‘에 대하여 최초로 정의내린 프랑스 1980년 판결 - P58

개인의 내면이나 사생활에 관한 사안일수록 사회운동이 갖는 중요성은 더욱 높다고 볼 수 있어. - P61

가족 정책은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따라 재정비되어야 해. 모든 아이들에게 동일하게 지원하는 방향으로 말이야. 가족주의적인 논리와 결별하고, 가족이 부를 재분배하는 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해. 당장 시급한 문제는 3살 미만의 모든 아이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보육 시설을 확충하는 거야. 이 방안이야말로 가장 확실하고, 가정에도 가장 적은 비용 부담이 들고, 교육적 차원에서도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는 올바르고 적합한 방안이라 생각해. - P76

우린 페미니스트로 태어나지 않는다.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이다. - P99

"나는 한 번도 페미니즘에 대해 제대로 된 정의를 내려본 적이 없다. 다만 내가 아는 것은, 나는 사람들이 나를 흙이나 터는 발판 취급하는 것을 가만 내버려두지 않았을 뿐인데, 그런 행동을 두고 나를 페미니스트로 대한다는 것이다." - Rebecca West - P100

사람들의 오해는 페미니스트들이 차용한 도구나 어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댜. 과장된 제스처를 취하며 광장에서 행주나 브래지어를 태우는 퍼포먼스를 너무 엄숙하고 비장하게 볼 필요는 없어. 단지 조금 새로운 재기 발랄한 방식으로 기성 질서에 이의를 제기한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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