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안보를 위해 자유를 희생해야만 한다고들 말한다.


판사 리처드 포스너는, "9·11을 통해 이전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미국이 훨씬 큰 국제테러 위험에 처해 있음이 드러났다"며 "이런 깨달음이 시민적 자유를 축소하는 조치들로 이어지는 것은 합리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연방 대법관 로버트 잭슨의 표현을 빌려 헌법이란 "자살 서약"이 아니라며,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는 헌법적 권리가 제한되어야만 제한되어야만 한다고 언급했다. (...) 작고한 전 대법원장 윌리엄 렌퀴스트도 비슷한 견해를 표명했다. "시민적 자유가 전쟁 시에도 평시에서 차지하던 만큼의 우선적 위치를 차지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며 있을 법한 일도 아니다." (...)


이런 주장들은 '시계추 논리'라고 부르는 견해를 담고 있다. 비상 시기에는 시계추가 안보 쪽으로 이동해 시민적 권리가 축소되었다가, 평시가 오면 자유 쪽으로 되돌아가 권리가 회복된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시계추 논리는 반대로 되어야 옳다. 비상 시기야말로 우리가 가장 결연하게 자유와 사생활의 권리를 지켜내야 하는 시기이다(79-80쪽).


시계추 논리는 ‘권리와 자유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라고 보는 가정도 문제지만, 권리와 자유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핵심을 잘못 짚고 있다. 자유를 지키는 것은 위기 때 더 중요하다. 자유가 가장 크게 위협에 처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평화 시에는 불필요한 희생이 강요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시민적 자유의 보호를 절박한 사안으로 삼지는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두려움에 판단이 흐려지고 시민들이 자유를 기꺼이 포기하려 할 때, 이때야말로 자유를 지키는 일이 절실하다. 지도자들이 빌리 버드를 처형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으려면, 위기상황일수록 단호하게 권리를 지켜야 한다(87쪽).


  조지 워싱턴 로스쿨 Daniel Justine Solove 교수는 Privacy Law 분야 권위자이다(조지 워싱턴대는 뜬금없이 'SKY캐슬'에 등장한 바 있다).

  Solove 교수는 이 책에서 '사생활=비밀 패러다임'에 입각한 사생활 vs. 국가안보 사이의 부당대립에 관하여 파헤친다. 논쟁에 단골로 등장하는(그리고 안보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 수밖에 없게 하는) 논리들의 오류와 난점을 지적하면서 '실용적이면서도' 균형 잡힌 대안을 모색한다. 그는 효과적이지 않은 안보조치들을 엄정하게 평가하여 잘라내는 것은 행정당국으로 하여금 더 나은 안보조치를 탐색하게 하기 때문에, 사생활의 승리일 뿐만 아니라 안보의 승리이기도 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영장심사, 증거능력 판단 등을 통한 법원의 감독기능을 강조하여, 법원이 안보 전문가들을 닦달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질문 던지고 논증하는 방식은 모범 삼을 만하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최선을 다해 쓸모 있는 기준을 제시하려고 노력하는 좋은 학자라 생각한다. 사생활 내지 사생활 침해의 '다양성'과 '사회성'을 짚어낸 통찰에서는 대가적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장절 구성이 효율적이고 능란하며, 분량도 알맞다. 이제라도 발견한 것을 다행이라고 여긴다.

  신기술을 통한 효율적 발전보다는 차라리 진중하고 느린 안정을 택하자는 접근이 고집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Solove 교수는 그 점에서 리처드 포스너나 그 아들 에릭 포스너와는 대척점에 선다. 그는 '러다이트 논변'을 반박하면서 실패할 때를 대비하지 못했다면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라고 앙버틴다. 타이태닉호의 자만에 대한 경계는 신기술의 거부가 아니요, 무겁고 사려 깊게 접근하자는 말이라는 것이다(위 '시계추 논리'에서처럼 argument를 줄곧 논리로 옮기셨는데, '논변' 정도가 어떨까 싶다. 번역가로 활동하시는 박사님께서 각주 등을 여러모로 꼼꼼하게 옮기신 티가 나서 번역에 큰 불만은 없지만, 이 분야 용어 선택에서 간혹 부자연스러운 데가 보이기는 한다). 여하간 모두는 아니더라도, 원론적으로는 대개 동의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Solove 교수는 홈페이지와 공동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https://www.danielsolove.com/

  https://concurringopinions.com/





  UC버클리 로스쿨 Paul M. Schwartz 교수(https://paulschwartz.net/)와 여러 권의 교과서를 함께 쓰기도 했다. 이들은 Privacy + Security Forum 등 학술대회를 공동주관하고 있기도 하다.




  인용된 책들을 활용할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정리해 보았다. 논문들이 더 중요하나 생략...





  자주 인용되는 Orin Samuel Kerr 교수의 교과서들도 정리해 둔다. 조지 워싱턴 로스쿨에서 가르치다가 2018년부터 USC Gould School of Law (이른바 '남가주대' 로스쿨)에서 강의하고 있다. Volokh Conspiracy 블로그 http://reason.com/volokh 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끝으로, 앞서 본 https://concurringopinions.com/ 블로그 공동운영자들이 쓴 책이다. 주로 로스쿨 교수들이다.


  



(추가) 옮긴이 김승진 박사님 포트폴리오... 선구안이 느껴진다.


 



(2019. 2. 17. 추가) 다음 논문을 참고할 만하다.


장철준, "프라이버시의 기본권적 실질화를 위한 입론: 다니엘 솔로브의 실용주의 이론을 중심으로", 언론과 법, 제15권 제3호 (2016. 12.), 1-30.

http://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07132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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