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묵향 > * 무엇이 ‘가짜 미술‘을 만드는가

 2년 전 리뷰를 페이퍼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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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에 나왔다가 절판되었던 『위작과 도난의 미술사』(한길아트)에서, '위작' 파트를 뽑아 다시 엮고, '모방과 모사, 복제, 오마주, 패러디'에 관한 내용을 덧붙여 2016년 11월에 재출간된, 따끈따끈한 책이다. 전작을 워낙 인상깊게 읽었던 터라 그 때만큼의 '아우라'가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훌륭한 책이다. 무엇이 빠지고 무엇이 더하여졌는지 꼼꼼히 대조하여 보지는 못하였으나, 한 번 읽었던 내용이라 그런지 에피소드가 보다 간명하게 읽히는 느낌이었고, 목차상 '위작' 파트의 일반론에 해당하는 "가짜의 자리에서 진짜를 바라보기 - 미술품 위작의 성격과 양상" 부분이 빠진 것이 눈에 띈다. 여하튼 성실한 저자가 꾸준히 내고 있는 책들은 모두 '믿고 볼 수 있다'.


 (2018년 추가) 정말 여전히, 좋은 책을 엄청나게 많이 생산해내고 계신다. 이 비범한 주제 선정을 보라! 나카노 교코의 책을 많이 옮기셨는데, 최근에는 분야를 넓혀가고 계신 듯도 하다... 『니키 드 생팔 × 요코 마즈다』 책이 나와 있었네... 하아...



 '속이고 팔고 속고 사는 것'은 어쩌면 미술시장의 본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점점 든다. 생각해 보면 비단 미술품뿐 아니라 모든 거래가, 기본적으로는 '파는 사람이 생각하는 가치 < 시장가격 < 사는 사람이 생각하는 가치'일 때 성립하는 것 아닌가. 빈센트 반 고흐와 같은 화가들이 생전에 빛을 받지 못하다가 뒤늦게 재조명되는 것과 같이, '(가짜에 찬탄하고) 진짜를 알아채지 못하는 일'도 예술사에서는 늘상 일어나는 일이다(거꾸로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이 역사 속에 잊혀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예컨대 베토벤이 존경해 마지않았던 케루비니는 음악사에서 존재감이 미미하다). 위작이 돌아다니고, 그것을 깨닫지 못한 채 세월이 흐르고, 뒤늦게 밝혀져 미술계가 발칵 뒤집히고, 몇몇 전문가들이 비웃음을 사고... 그 모든 에피소드들은 미술사의 자연스럽고 필연적인 일부이다. 그것은 진짜를 더 빛나게 하여 기어이 '신화'를 만들고 마는, 양념 같은 존재들이기도 하다. 미술은 그저 있을 뿐, 미술 자체가 가짜라면 가짜고, 진짜라면 진짜라고도 할 수 있다. Eric Hebborn의 말대로 진짜 미술, 가짜 미술이라는 것은 사람의 욕망이 붙인 '라벨'에 불과한 측면이 분명 있다.

 

 결국은, 시간과 시장이 해결할 몫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즐길지어다.

 

 (2018년 수정) 이우환 위작 사건 이후 2017년부터 책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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