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태양과 작은 돌에도 자비를 베풀던, 생생한 삶의 애정을 품었던 소년이 여성과 인류애를 공유하며 그것을 허용할 능력마저도 상실해버린 성인이 되어버렸을까?"
- 안드레아 드워킨(Andrea Dworkin)
남성을 악어로 그려, 여성이 길거리에서, 공공장소에서, 연인으로부터 어떤 폭력에 노출되는지를 악어보다는 같은 종(種)인 피해자 여성에게 공감하고 감정이입할 수 있게 한, 영리한 책.
남성들이여,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우리가 왜 잠재적 가해자가 아닌가. 여성이 강간, 폭력, 그리고 아주 심각한 생존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 왜 기분 나빠하며 우리들의 에고를 지키고 보호하는 데만 급급한가. 안전, 생존과 같은 타인의 필수적인 요구보다도, 좋은 이미지를 갖고 싶어 하는 자신의 욕망을 앞세워 독단적으로 들이밀려는 태도, 또 그러한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바로 악어의 모습이다(161쪽). 강도사건이 종종 발생하는 외떨어진 공동주택가에서 늦은 밤에 마주친 이웃에게 열쇠를 꺼내어 보여 강도가 아님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나, 밤에 여성의 뒤를 따라 걷기보다는 행로를 바꾸어 다른 길로 가는 것이 무엇이 다른가. 모두가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 번 더 멈추어 생각해보는 데서 비롯된, 타인을 안심시키려는 작은 노력 아닌가. 왜 후자의 요구에 대해서만 발끈하여 우리를 잠재적 가해자로 모느냐며 성내는가(177쪽). 여성의 일상을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누구를, 무엇을 위해 '좋은 남성'이고 싶어 하는가. 그것은 일단 남성 스스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항변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우리는 사실 최소한 조금씩은 '그렇지' 않은가. 나에게 폭군과 독재자의 모습이 정말 조금도 없는가. 솔직하게 인정하자. 내 아이, 나의 반려동물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고, 남성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자. 그래야 돌아볼 수 있고, 스스로를 조심시킬 수 있고, 공존할 수 있다.
Irene Zeilinger의 책, 『Non c‘est non』에서 먼저 소개된 성폭력 대응전략 부분도 유익하다(위 책은 알라딘에서는 검색되지 않고, 아마존에서 볼 수 있다). "사소한 성폭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경험이 더 큰 위험이 닥쳤을 때를 잘 극복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138쪽)
옮긴이인 맹슬기라는 분은 프랑스 보자르 '아틀리에 뒤 리브르'에서 예술제본을 공부하고 계신다고 하는데,『이브 프로젝트』를 비롯하여 흥미로운 책을 많이 옮기셨다. '해바라기 프로젝트'에서 옮기신 책들도 있다. 지금도 관여하시는지는 모르겠으나, '해바라기 프로젝트'에서는 『정글북』을 곧 내시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