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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재산을 경영하라 - 고 박사의 창조경제 이야기
고충곤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4년 4월
평점 :
지은이의 다채롭고 선 굵은 경력만큼이나 훌륭한 책. 참고로 지은이는 서울대 전자공학과 재학 중 도미, MIT에서 학사, 컬럼비아대에서 전자공학 석박사 졸업 후 IBM 왓슨 연구소에 몸 담았고, 뉴저지 주립 럿거스대 전자공학과 교수 재임 중에 그 학교 로스쿨을 졸업하여 특허변호사가 되었다(이런 것이 국내에서도 가능한지 모르겠다). 1883년부터 2003년까지 운영되다가 Morgan, Lewis & Bockius LLP (MLB), Jones Day 등으로 통합된 미국의 역사 깊은 로펌, Pennie & Edmonds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일했고, 삼성전자와 LG전자 임원을 번갈아 맡았다 한다^^;;
위와 같은 행로가 책에도 고스란히 집약되어, 기술과 법, 비즈니스의 국내외 이론과 실무를 두루 꿰뚫고 있다. 대중서로 쓰였지만 작디작은 우물을 조밀하게 분점하고 있는 여느 국내서, 전문가들에게서 좀체 느끼기 어려운 스케일과 밝기가 느껴진다. 특히 제3부 지식재산 비즈니스 이야기는 전선에서의 풍부한 실무경험 없이는 쉽사리 나올 수 없는 장이라고 생각한다.
그 바닥 사정을 잘 모르고, 책 한 권으로 어떤 분이라 단정할 수도 없겠으나, 정보통신진흥원 초대 지식재산권센터장과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지식재산위원장 역할이 이 분께 맡겨졌던 것은 당시에 썩 나쁘지 않은 선택 아니었을까 생각도 해본다. 솔직히 전에는 두루 다독하여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한 사람은 무엇이든 금방 배우고 잘 해낼 수 있다고 믿는 편이었는데, 스스로 몸으로 부딪쳐가며 치열하게 실전에 임하여 본 경험(특히 나의 실력과 성과로 인해 남의 돈과 운명이 왔다갔다 하여 똥줄 타본 경험)이 없다는 것이, 어떻게 ‘닭플레이‘를 양산할 수 있고 때로는 위험할 수 있는지를 요즘 많이 보고, 생각하게 된다. 더욱이 책 몇 권 읽은 것으로는 도저히 커버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세상이 되어버렸다(한 개인이 아무리 많이 읽었다 한들 드넓은 우주의 한 줌 먼지를 쓸었을 뿐이다). 일단 공직자는 지향이 선명하기 이전에(자연과학 아닌 영역에서의 비약과 단순화는 여론을 호도하기 쉽고, 그래서 해롭다) 최소한 인생에서 제 앞가림을 하여 온 사람이어야 한다(특히 선출직에서 반대인 분들을 많이 본다). 그리고 책임에 걸맞은 유능함을 갖추어야 하고, 갖추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많은 사람이 불행해지기 때문이다. 이해충돌은 물론 방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공공영역에서는 그렇다면, 민간영역에서만 강도 높게 단련될 수 있는 성질의 능력과 경험, 노하우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흡수, 활용할 것인가 하는 방책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오늘날 아쉬운 쪽은 오히려 급속한 변화를 따라가기가 버거운 공공기관들이다.
우리 사회는 시대를 막론하고 모습을 바꾼 성리학주의(?)-근본주의가 너무 자주 실용적 사고를 좀먹어 왔다. 나의 지식과 견문이 제한적임을 인정하여, 독자적 이론(그것도 십 이십 년 전에 마지막으로 열심히 업데이트한 뒤떨어진 이론)에 세상을 끼워맞추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가 무심하게 드러내는 의미를 겸허하게 수용하고,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의 다른 전문성, 목소리와 협업하지 않으면 필패한다. 이제는 사회 전 분야에서 이 분 정도로 경계를 넘나들며 융합할 수 있고, 실무경험에서 비롯된 균형감각, 특히 국제적 원근감각을 갖춘 전문가가 쏟아져야 한다.
덧1. 부제의 ‘창조경제‘ 글귀는 다소 영합한 티가 나고, 책을 펼치기 전에 불필요한 선입견을 갖게 하는 요소가 아닐 수 없다.
덧2. 또 한 번 대한제국 꼴 나고 싶지 않다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다시 소환될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기도 해야 한다. 국제무대는 자존심만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