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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이진민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9월
평점 :
추천 권유도 8
작품은 이전에 출판되어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라틴어 수업’이라는 작품의 아류정도로 여겨 그리 큰 의미를 지니지 않은 작품이라 판단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이 작가와 출판사는 어떤 의도로
해당 작품을 만들었을까?’
라는 의구심 속에서 작품을 읽기 시작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의 생각이나 느낌이 웬지 모를 울림 같은 것이 느껴져 작품을 쉽게 손에서 내려놓지 못했던 시간이었다.
특히 9단원에서 언급한 ‘라우스부르프(Rauswurf), 라우스슈미스(Rausschmiss)’와 관련된 이야기는 유치원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인 듯 하였지만 단어가 주는 의미성을 많이 생각하게 한 시간이었다.
저자는 작품 도입부에
‘모든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조그만 단어 안에 얼마나 커다란 이야기가 들어 있는지, 그 안에 인간 희로애락의 퇴적층이 수 세기에 걸쳐 얼마나 두껍게 쌓여 있는지 생각하면 새삼 놀랄 때가 있다’고 하면서
‘언어란 오랜 시간에 걸쳐 한 사회의 구성원이 함께 빚어낸 작품이고, 단어는 그 작품의 중요한
기본 재료다. 어떤 단어가 존재하는가를 통해 그 사회를 알 수 있고, 여러 단어가 있다면 어느
상황에 어떤 단어를 선택해 쓰는가를 통해서도 그 사회를 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여하튼 ‘라틴어 수업’이라는 작품의 아류라고 섣불리 판단하였던 점에 대해 사과하며 특히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를 둔 부모나 직장 생활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거나 새롭게 출발하려는 이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작품이다.
1. 화이어아벤트(Feierabend)
: 하루 일을 마감할 때 쓰는 명사.
즉, 열심히 생업에 종하한 사람들이 주로 평일 근무의 끝자락에 외치는 단어.
- ‘훈색’은 노을이 질 때 하늘에 보이는 분홍에 노랑이 섞인 색이다.
2. 세르부스(Servus)
: 우리말 ‘안녕’이라는 말처럼 만날 때도 헤어질 때도 쓰이는 인사말
이 인사말은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같은 성서 속 표현에서 기원을 찾는다.
* 오스트리아에서도 이 인사가 널리 쓰인다 독일 남부와 오스트리아에서 널리 쓰이는 또 다른
인사로 ‘ ’그뤼스 고트(Grüß Gott!!)라는 표현도 있다. 인사를 뜻하는 단어와 신을 뜻한는 단어가
만난 것으로 신의 은총을 기원하는 인사말로 해석하면 된다.
3. 게팔렌(gefallen)
: ‘무엇이 마음에 든다’라고 할 때 쓰이는 동사로 사람에 쓰일 때는 ‘나는 저 사람이 좋아’보다는
‘나 저 사람이 마음에 들어, 저 사람 괜찮은 것 같아’라는 정도의 의미로 사용된다.
* 우리가 이해하려는 대상이 복잡할수록 다른 관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해진다.
그래야 이 광선들이 수렴하여 우리가 많음을 통해 하나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참된 시각의 본질이다.(칠레, 벵하민 라바투트)
4. 숫자 읽기에 관하여
: 123,456이라는 숫자를 읽을 때 우리는 1-2-3-4-5-6 순서로 읽지만 독일은 1-3-2-4-6-5순서로
읽는다. 긴 숫자는 세 자리씩 끊어서 읽되 뒤의 두자리는 뒤에서부터 읽는다.
즉, 25라는 숫자를 읽을 때 우리는 ‘이십오’라 읽지만 독일에서는 ‘5와 20’이라고 읽는다.
* 동양인들은 종합적으로 파악하려는 성향이 있어 부분보다는 전체에 주의를 더 기울이고 사물을
독립적으로 파악하기보다 다른 사물과 맺는 ‘관계’를 통하여 파악한다고 한다.
반면 서양의 분석적인 사고방식은 주인공인 사물과 사람 자체에 주의를 돌리고 관계보다는
‘논리’에 주목한다.(리처드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
5. 아르바이트(Arbeit)
: 독일에서는 ‘노동, 일, 작업, 과제’ 등의 뜻으로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근무를 뜻한다.
* 예술가의 작업처럼 사람들이 웬지 좀 더 고상한 것으로 여기는 일에는 아르바이트 대신
베르크를 쓴다.
* 아르바이트는 슬픈 어원을 가지고 있다. 인류 역사 속에서 필연적으로 가난한 하인이 되거나
운명적으로 고된 노동을 하게 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고아들이었다. (중략)
아르바이트의 어원이 바로 여기에 있는데, 옛 인도 유럽어의 ‘orbh~'라는 어근은 ’아비가 없는‘
이라는 뜻이고, 여기에서 고아라는 뜻의 영어 단어 orphan과 노동이라는 뜻의 독일어 단어
Arbeit가 각각 유래되었다고 한다.
* Arbeit macht frei(아르바이트 마흐트 프라이, 노동이 그대를 자유롭게 하리라)
위 문구는 나치가 유대인 강제수용소 정문에 박아두었던 글귀라고 한다.
독일에서는 이 문구를 잘못 인용할 경우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6.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
: 독일어로 10월을 뜻하는 ‘옥토버’와 축제를 뜻하는 ‘페스트’가 결합된 단어로 10월에 열리는
축제인데, 10월의 첫째주일이 축제의 마지막날로 해당 축제는 9월에 열린다고 보면 된다.
* ‘Prost’라는 단어는 축제기간 내내 울려 퍼지는 단어로 독일에서 건배할 때 주로 쓰이는 말이다.
어원은 ‘사용하다’, ‘’유익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prodesse가 변화한 prōsit좋기를, 유익하기를)
에서 왔다고 한다. 잔을 부딪치는 상대방이 탈 없이 건강하며 모든 일이 순조롭기를, 이전과
우리의 시간이 또 대학 박사 학위 구술시험에서부터 시작된 유래도 있다.
* 19세기 중반까지 유럽에서는 식사 때 물 대신 알코올 도수가 0.5도에서 2.8도 사이의 아주 약한
맥주를 여성과 아이들이 마셨다고 한다. 이유는 석회질이 많아 물의 질이 안 좋았기 때문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은 세균에 오염되지 않은 식수를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즉, 맥주를 마시면 이의로 당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던 식중독에 걸릴 확률이 적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의사들이 사람들에게 맥주를 권했다.
* 독일에서 무슨 맥주를 마셔야 할지 모르겠을 때는 그냥 수도사들이 그려진 맥주를 마시면 될
만큼 수도원에서 만든 맥주는 맛과 향이 뛰어나다. 당시 수도사들은 글을 읽고 쓸 수 있었기
때문에 실험과 연구를 통해 좋은 맥주를 만드는 방법을 공유하고 전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사순절과 맥주 그리고 교황과의 연관성이 높은 종교개혁과도 상당히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참고로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의 부인(카타리나)도 맥주 장인이었다고 하는데 많은 펍과
브루어리에 루터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7. 기프트(gift)
: 독일어로 Gift는 독(毒)을 뜻하며, 선물은 게셍크(Geschenk)라는 단어를 쓴다.
* 19세가 초까지만 해도 기프트가 영어처럼 ‘선물’이라는 의미로도 쓰였지만 지금은 ‘독’이라는
뜻만 남았다고 한다. 만물에 빛과 그림자가 있듯이 선물에도 빛과 그림자가 있다. 과다복용하면
약도 독이 되듯이 선물도 과하면 독이 될 수 있다.
영어 표현으로 ‘재능 있는 아이’를 ‘gifted child라 하는데 재능이 독이 되는
* 독일에서 특정 기념일에 선물을 주고받는데 고가의 명품을 선물한다는 개념이 거의 없고
선물을 주는 이들이 손수 만든 조그만 것들을 귀하게 여기고 기뻐한다고 한다.
* 독일에서는 돈 자랑을 굉장히 천한 것으로 여기고 부끄러워 한다. 심지어 ‘돈은 말하는 게
아니고 그저 갖고 있는 것, 즉 언급의 대상이 아니라 소유의 대상일 뿐‘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그냥 조용히 갖고 있지 떠벌리지 말라는 이야기다.
8. 킨더가르텐(Kindergarten)
: 독일은 세계 최초로 '프리드리히 프뢰벨'에 의해 유치원이 설립되었으며 그는 ‘아이들은 꽃과
같은 존재’ 라는 말을 남겼다. 킨더가르텐은 아이들(kinder)을 위한 정원(garten)이다.
* 유치반인 킨더가르텐(만 3~6세)과 유아반인 크리페(만 3세 전)가 있는데, 나이가 다른 아이들을
섞어서 반을 구성하는 게 기본이다.
* 유치원에서의 아이들의 모습은 ‘레벤(leben, 삶을 살다)이다.
즉,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하지만 그냥 시간을 보내는 곳으로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놀고먹는 곳, 자기다움을 잃지 않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곳 등 사는 데 기본이
되는 것들을 조금씩 하는 곳이다.
9. 라우스부르프(Rauswurf), 라우스슈미스(Rausschmiss)
: 유치원을 졸업하는 아이들을 유치원 밖으로 던져주는 것이 독일 유치원의 하이라이트.
* 우리는 내던져지는 존재지만, 타인을 어딘가로 던져줄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중요하게는
나 자신도 어디론가 던져질 수 있다. 이것이 하이데거가 말하는 ‘피투성’과 더불어 등장하는
‘기투성’이다.
피투성은 필연이고 수동이지만, 기투성은 가능성이고 능동이다. 비록 이 세상으로 오는 일에는
아무도 나의 자유의지를 신경 써주지 않았지만, 일단 던져져서 어느 정도 크고 나면 그때부터
구르는 방향이며 속도는 내 몫이다.
* 126~137쪽의 내용은 비록 유치원과 관련된 내용이기는 하나 많은 생각을 던져주는 내용이다.
여기에 내가 작품을 요약정리하기 보다는 독서하시는 분들이 책을 직접 구매해 읽어본다면
가치 있는 행동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 작가의 수준이나 내용을 의심하다 본격적으로 저자를 신뢰하기 시작한 첫 번째 부분임.
* 진정한 독립은 그럴듯한 간판의 여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에 걸맞는 능력과 태도의 여부에
있다.
10. 이네레 슈바이네훈트(Innere Schweinehund)
: '내 안의 돼지개‘라는 의미로 우리는 ’개돼지‘라 부르지만 독일에서는 ’돼지개‘로 부른다.
독일에서의 ‘돼지개’는 ‘내면의 약한 자아’를 뜻하는 말로 평소에 친근하게 자주 등장하는 단어로
우리의 ‘개돼지’가 비하하는 말이라면 독일의 ‘돼지개’는 자기 합리화에 관련된 일상적 표현이다.
* 149~152쪽의 내용은 읽고 내가 작가를 믿고 내용을 음미하게 만든 두 번째 내용이다.
* 인간이란 원래 사방에서 자기를 잡아당기는 듯한 힘에 갈피를 못 잡는 존재이자, 내 행동을
내 힘으로 통제 못 해 의아해하는 존재이기도 하다.(조너선 하이드)
* 딴청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굉장히 중요한 기술이다.
---> 사람이 계획대로만 가다 보면 영감을 잃기 쉽고, 당위에 떠밀리다 보면 오히려 목표가
흐려진다.
사람이 살다 보면 쓸데없는 일을 하며 무수히 쌓아온 시간이 갑자기 쓸모 있어지는 순간이
오기도 하는데, 그렇게 어마어마하게 쌓인 시간과 경험은 절대로 바지런히 계획이나 목표를
세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우리는 뭘 자꾸 극복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생각보다 긴 싸움이기 때문에 무리
하지 않았으면 좋겠으며 자기와의 싸움에서도 좀 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나와의 싸움에서 나는 언제나 이기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떤 내가 이기느냐의 문제지
둘 다 나니까. 그러니 한쪽의 내 목소리를 너무 죽이며 살지 않아도 괜찮다고 믿는다.
대신 조금 게으르더라도 꾸준한 삶을 살면 좋을 것 같다. 우리가 다정하게 단호할 수 있듯이,
게으름과 꾸준함은 함께 갈 수 있다.
11. 멜덴(Melden)
: 한쪽 팔을 위로 뻗어 검지 손가락을 높이 드는 동작으로 ‘멜덴’은 ‘알리다’, ‘보고하다, 신청
하다’라는 뜻의 동사로, 멜덴을 할 때는 두 손의 검지 모두 사용해서 한 손 검지는 높이 들고
(‘할 말 있어요’라는 의미), 입에 갖다 댄 또 다른 손 검지는 ‘쉿 - ’(‘하지만 내 차례까지 조용히
기다릴게요‘라는 표시)하는 모습처럼 입에 갖다 대기도 한다.
---> 경청, 배려, 존중, 공평 같은 공동생활의 예쁜 씨앗을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몸에 심는
것이 멜덴의 핵심이다.
* 독일 사회의 멘델은 너무나 중요한 것이어서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
아직 의사 표현이 서툰 아이들에게 멜덴은 ‘허락’의 의미가 강하다면, 아이가 커가면서 멜덴은
‘공동 생활에서 지켜야 할 규칙‘으로서의 의미가 더 강해진다.
12. 아우프베켄(aufwecken)
: 독일어에는 잠을 자다가 일어나는 것에 관한 동사 중 헷갈리기 쉬운 삼총사가 있는데,
‘아우프슈테엔’, ‘아우프바헨’, ‘아우프베켄’으로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아우프(auf)는 독일어에서
무척 많이 사용되는 동사에 붙는 접두사로 ‘위쪽을 향한다’라는 의미다.
* ‘아우프슈테엔’은 일어나서 침대에 더 이상 누워 있지 않은 상태
‘아우프바헨’은 일어났는데 아직 침대에 누워 있을 수 있는 상태
‘아우프베켄’은 내가 일어나는 게 아니라 남을 깨우는 상태
13. 슈톨퍼슈타인(Stolperstein)
: 독일에서는 사라져서는 안 되는 걸림돌이 있는데 그래서 아픔과 부끄러움의 감각을 부단히
일깨우기를 바라는 걸림돌이 있는 이를 말한다.
* ‘슈톨퍼슈타인’은 독일 예술가 권터 뎀니히가 나치에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1992년부터
시작해 지금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본래 유대인 희생자들을 대상으로 시작했지만 나치 정권에 의해 반사회적 인물
로 분류되어 희생되었던 수많은 이들로 범위가 확대되었다.
14. 벨트슈메르츠(Weltschumerts)
: 일상에서 사용되는 단어가 아닌 문학 용어로, 영어로 표현하면 ‘world pain’ 정도로 해석되는데,
잔인하고 무자비한, 차갑기 그지없는 거대한 세상 속에서 자신의 무력함을 느낄 때 밀려드는
고통과 슬픔, 다시 말해서 나의 주체성과 자유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현실이 있고,
그런 현실의 파도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고 속절없이 휩쓸리는 모래알 같은 내 모습에서 오는
마음의 통증을 말한다.
---> 누구나 부러워하는 자리에 있다고, 돈과 명예가 있다고 친구가 많다고 벨트슈메르츠가
없어지는것은 아니다 이 통증은 발현 시기를 기다리며 잠복하고 있는 인류의 유전적 결함
같은 것이다.
* 미국인들은 주로 칭찬으로 스몰토크(small talk)를 시작하는 반면, 독일인들은 누군가 쏘아 올린
불평에 자신의 불평을 한마디씩 보태며 낮선 이들과 유대감을 나눈다
---> 독일인이 불평하지 않으면 그 사람은 아픈 거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라고 함.
* 고통과 불안은 인간 삶의 조건이기 때문에 완전히 제거할 수 없듯이 행복을 위해서 불행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 불행이 없다면 행복도 없다는 몹쓸 진실이, 벨트슈메르츠라는 통증의 숨겨진 발병 이유다.
15. 지허하이트(Sicherheit)
: 안전하고 견고하고 믿을 수 있는 그런 느낌, ‘안전, 안정성’이라고 번역할 수 있지만 영어로
security, safety, reliability, certainty, guarantee 등의 의미가 모두 포함된 개념이다.
외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나 살았던 경험자들이 작품을 쓰면 꼭 중간 중간에 해당 국가에 대한 찬사를 많이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을 지적하려는 것이 아니라 밑도 끝도 없이 해당 국가 칭찬을 할 때는 솔직히 좀 역겨운 느낌이 상당히 든다.
해당 작품 19쪽을 읽다보면 ‘독일에 살면 뭐가 좋으냐..... 삶의 여유다’
라는 이야기를 저자께서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데, 우리와 비교해 우리에게 부족하고 해당 국가에서는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해되나 무턱대고 일방적으로 칭찬하는 내용을 접하게 되면 무지하게 짜증이 난다.
얼마 전 작고하신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였다’의 저자께서도 작품 속에서 파리의 택시 운전과
운전사 그리고 톨레랑스에 대한 찬사를 하는 것을 읽으면서 그렇게 파리가 좋고 파리에서의 택시
운전이 부러우시면 그 나라에서 택시 운전이나 하시면서 살지 뭐하러 이런 쪼잔한 국가에 들어와 사셨는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외국에 대해 국뽕적 감정으로 이야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칭찬하는 표현이 자제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불만을 써 보았다.
일본의 유명 축구선수였던 미드필더 ‘나까다’가 과거 한일전을 패한 후 일본 기자로부터
‘오늘 한일전에서 패했는데 소감?’
이라고 물었을 때, 나까다는 ‘나는 여러 경기 중 한 경기를 패한 것이지 다른 의미는 없다’
라는 소감을 이야기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어느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탔다고 몇주 전 만 해도 온 나라가 난리도 아니었다. 책도 읽지 않는 잡스런 인간들이 이야기하는 꼴을 보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노벨상도 여러 상 중 하나일 뿐이고 그보다 더 멋지고 훌륭한 작품이 우리 주변에 너무도 많은데 그런 것은 찾지도 않으면서...내 주변인들이 노벨문학상 발표직후 해당 작품에 대한 의견을 나에게 물아왔을 때 나는 해당 작품을 이미 몇 개월전 전부 읽어보았기 때문에 주변인들에게 작금의
논란이 되었던 부분을 예상하고 추천하지 않았었다.
그 이유는 지난 2000년 중국 출신 프랑스 작가 ‘가오싱 젠’의 장편 소설인 ‘영혼의 산’이라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 주면서 그 작품이 왜 노벨 문학상을 탓는지 - 나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 와
우리의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탄 이유를 비교해 가면서 책 구매를 자제시켰다.
노벨문학상에 너무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고 우리의 스타일대로 세상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게 진정한 삶의 여유가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