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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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권유도 7


지난번에 말도 안 되는 외국 작품을 읽고 화가 머리꼭대기까지 뻗쳐 이를 복수하기 

위해 고른 우리 문학작품으로 의도하고 고른 것은 아니지만 고른다고 고른 작품이 

여성 작가의 작품 - 나는 이 작가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는 상태였다 - 이다 보니 여성

특유의 섬세한 필체와 표현력이 나를 치유해 주었으며 문학을 더욱 사랑하게 한 

시간이었다.

나는 작품을 접하며 내용과 주제도 그렇지만 우리의 작가들이 주제 의식을 갖고 작품을

전개해 가는 방식이나 문제를 진단하고 치유하는 일련의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를 한때

문학가로서의 꿈을 가져 보았기에 또 창작의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 것을 완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알고 있기에 - 나도 책을 출간한 사실이 있기에 - 작품을 접하고 난

현재 국내의 모든 작가분들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있는 중이다.


무식한 국뽕이라 그런 것이 아니라 과거의 명성에 기반해 외국인이 썼다고 무턱대고

또 출판사들은 얄팍한 상술에 의존해 뭔가를 이루려 하지 말고 작품이 지닌 의미성을

좀 잘 분석한 후 국내에 소개해야지 무턱대고 출판한다면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독서

인구를 출산 절벽수준으로 떨어트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할 것이다.

우리 출판계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우수한 국내 작가분들을 발굴해 우리의 

독서계에 훈풍을 달아주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작품 곳곳에서 마주한 문구 중 가슴에 

와 닿았던 문구와 기가막힌 표현들을 나름 엄선해 질 낮은 작품을 만들어 낸 편집인

들에게 선사하고자 한다.


이 문구를 왜 마음에 와 닿았는지 또 왜 반성해야 하는지를 이 글을 읽는 분들이 해당

작품을 구매해 읽어야 그 진정한 의미를 알기에 나는 그 단초만 제공하려 한다.

 

세부적으로 나의 추전 문구를 읽기 전에 작품 이야기를 간단히 해 본다면


잔잔하게 진행되다 갑자기 후반부에 이르러 반전을 이루는 이야기인 입동과 일상 

주변에서 마주할 수 있는 문제를 가볍지 않게 표현하고 있는 노찬성과 에반’, 주변에서

쉽지는 않지만 찾아보면 마주할 수 있는 남녀 이야기인 건너편과 어느 파리 목숨처럼

살아가지만 생존해 보겠다고 노력하는 어느 강사의 이야기인 쓸모의 풍경’, 다문화 

가정 속 아이의 이야기인 가리는 손과 사랑인지 아니면 일탈인지 모르겠으나 한 때 

사랑했던 인물들 간에 오가는 이야기를 다룬 어디로 가고 싶으신기요는 각 작품이 

주는 매력이 나름 있었다고 생각하는 데 작품 중간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침묵의 

미래라는 작품은 내가 소화하기엔 나의 인문학적 소양이 낮아서인지 아니면 사유의 

폭이 좁아서인지는 몰라도 너무 어렵다.

이는 현대 작가들이 지닌 특성으로 인해 쉬운 이야기를 너무 어렵게 이야기하려는 데서

나타난 문제라 생각한다.

, 쉬운 문제를 너무 쉽게 쓰면 작가들이 수준 낮은 작가로 평가할 것이 두려워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다 아는 주제를 너무 어렵게 풀려고 하는 듯한 표현으로 인해 

해당 작품을 다 읽고 난 지금도 헷갈려 해당 부분을 다시 읽으려 마음을 다 잡고 있기는

하지만 쉽게 손이 잘 안 간다. 이래저래 아무래도 나는 무식한가 보다. 좀 쉽게 쓰시지.


아무튼 나의 느낌을 골라서 옮겨보았다.

 

- 알 수 없는 얼굴로 서글픈 비명을 질렀다.(입동, 12P)

- 아내는 물건에서 기능을 뺀 나머지를

  삶에서 생활을 뺀 나머지를 갖고 싶어했다.(입동, 16P)

- 물먹은 풀이 내 몸에서 나오는 고름처럼 아래로 후드득 떨어졌다.(입동, 37P)

- 당시 찬성이 맡은 가장 중요한 일은 잘 크는 것도 노는 것도 아닌, 어른들의 잠을 

  깨우지 않는 거였다,(노찬성과 에반, 43P)

- 담배 연기가 질 나쁜 소문처럼 순식간에 폐 속을 장악해나가는 느낌을 만끽했다.

                                                                              (노찬성과 에반, 43P)

- 찬성은 어쩐지 에반이 자기보다 오래 산 동생, 살면서 이미 많은 걸 경험한 동생처럼

  느껴졌다.(노찬성과 에반, 48P)

- 버스 창문 밖으로 8월의 무자비한 초록이 태연하게 일렁이는 게 보였다.

                                                                   (노찬성과 에반, 57P)

- 미지근한 논물 위로 하루살이 때가 둥글게 뭉쳐 비행했다. 마치 허공에 시간의

  물보라가 이는 것 같았다.(노찬성과 에반, 58P)

- 찬성은 친구들 사이에 커뮤니티가 작동하는 원리와 어휘로부터 소외돼 있었다.

                                                                           (노찬성과 에반, 61P)

- 찬성이 선 데가 길이 아닌 살얼음판이라도 되는 양 어디선가 쩍쩍 금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노찬성과 에반, 81P)

- 파이프에서 물이 새듯 미래에서 봄이 새고 있었다.(건너편, 87P)

- 걱정을 가장한 흥미의 형태로, 죄책감을 동반한 즐거움의 방식으로 화제에 올랐을

  터였다.(건너편, 92P)

- 달아보고 안 사면 못 사는 게 아니라 안 사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건너편, 106P)

- 삶에 대한 기대와 긍지를 담아 외친 정우야라는 말은, 그 이상하고 찌르르한 느낌,

  언젠가 만나게 될, 당장은 뭐라 일러야 할지 모르는 상실의 이름을 미리 불러 세우는

  소리였는지 몰랐다.(풍경의 쓸모, 151P)

- 누군가 양동이에 소음을 담아 우리 머리 위에 쏟아붓는 기분이었다.

                                                              (풍경의 쓸모, 153P)

- 타인이 아닌 자신의 도덕성에 상처 입은 얼굴로 놀란 듯 즐거워하고 있었다.(상동)

- 마치 때는 잘 왔던 사람인 양 말했다.(상동)

- 두 눈을 가린 사람이 손끝 감각에 의지해 사물의 이름을 알아맞히듯, 아버지는 

  ‘선물의 형식을 빌려 인생의 중요한 마디마디를 더듬고 기념하려 애썼다.

                                                                     (풍경의 쓸모, 155P)

- 수도와 지방의 이음매는 무성의하게 시침질해 놓은 옷감처럼 거칠었다.

                                                                     (풍경의 쓸모,159P)

- 어른이 별건가 지가 좋아하지 않는 인간하고도 잘 지내는 게 어른이지

                                                                     (풍경의 쓸모, 162P)

- 사람 재는 자가 하나밖에 없는 치들은 답이 없어요.(풍경의 쓸모, 162P)

- '과거가 지나가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차오르고 새어나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풍경의 쓸모, 173P)

- 익숙한 것과 헤어지는 건 어른들도 잘 못하는 일 중 하나이니까. 긴 시간이 지난 뒤

  자식에게 애정을 베푸는 일 못지않게 거절과 상실의 경험을 주는 것도 중요한 

  의무란 걸 배웠다.(가리는 손, 190P)

- 생각과 판단이 깃든 얼굴로, 오물오물 턱 근육을 움직이면서 생각의 그물 짜기

  감각의 실뜨기를 이어갔다.(가리는 손, 193P)

- 어느 유명한 탈옥 영화 속 주인공이 감방벽을 조금씩 파낸 뒤 그 흙을 주머니에 담아

  몰래 버렸듯, 재이도 자기 일부를 끊임없이 버리며 크고 있구나(가리는 손, 194P)

- 내 효심이 우리의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면 어쩌나 늘 두려웠다. 아이 일이라면 그러지

  않았을거다(가리는 손, 203P)

- 눈앞에서 아름답게 펄럭이는 현재가 좋았던 과거 같고, 다가올 미래 같기도 한데,

  뭐가 됐든 내 것 같진 않았다.(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227P)

- 유리벽에 대가리를 박고 죽는 새처럼 번번이 당신의 부재에 부딪혀 바닥으로 떨어

  졌다(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228P) 

- 나는 시간을 아끼거나 낭비하지 않았다. 도랑 위에 쌀뜨물 버리듯 그냥 흘려보냈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234P)

- ‘죽음에 뛰어든 게 아니라, ‘에 뛰어든 게 아니었을까?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26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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