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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평전 - 시대를 밝힌 '사상의 은사'
김삼웅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추천 권유도 8
1012일의 감옥생활!
선생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여러 측면에서 이야기할 수 있으나 선생께서 겪으신 수형 생활
기간으로 모든 것을 대신하고자 한다.
작품을 읽으며 가장 눈에 들어온 문구는 ‘칼 크라우스’의 이야기
“둥지를 더럽히는 새”
라는 문구였다.
작금의 세태를 보면 더 정확히 이야기해 보면 우리나라가 건국이래 지금까지도 정치권을 들여다
보면 똥 싼 놈이 성질낸다고 자기들이 둥지를 더럽히고 있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고 남이
싸질러 놓은 똥만 갖고 지랄하는 특징이 있는 세상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찌되었던 간에 해당 문구로 그 분이 어떤 삶을 살아오셨는지, 정말로 둥지를 똥칠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데, 작품을 읽고 난 느낌은 둥지를 똥으로 떡칠한 놈은 선생이 아닌 다른놈
이었다는 생각이 크게 든 시간이었다.
조용히 그 분에 대한 단상을 정리하며 선생이 걸어오셨고 추구하셨던 원대한 꿈을 어떻게하면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상당히 고민한 끝에 후반부에 마주한 문구에 눈길이
가서 나름 작품을 읽은 소회를 대신하고자 하였다.
“선생은 광신적 반공주의와 시대착오적 냉전사상을 비판하면서 분단체제에서 기득권을
영구화하려는 무리들의 허위의식을 벗고 그들을 상대로 간단없는 싸움을 벌이신 분이지만
이 과정에서 기득권층은 그를 단순히 ‘둥지를 더럽히는 새’ 수준으로 밖에는 평가하지 않았다.
또한 선생만큼 해방 이후 한국 현대사의 큰 사건들을 그 누구보다 더 직접적으로 광범위하고
치열하게 겪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의 글은 곧 실천이었기에 그는 누구보다 더 넓은 행동
반경에서 살아왔다. 리영희의 삶이 곧 한국현대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리영희는 90년대 들어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는 말을 여러 번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한국사회는
90년대는 물론 오늘에 이르기까지 계속 리영희를 필요로 했다. 변화무쌍한 한국사회에서
그것도 추상의 세계가 아닌 현실의 세계를 실증적으로 다루는 지식인이 리영희처럼 오랜 세월 ‘장기 집권’한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P534)“
작품을 통해 느낀 선생에 대한 묘사를 이보다 더 정확히 한 내용이 없다고 생각하여 여기에
이렇게 정리해 보았다.
나는 해당 작품을 지난 2011년 읽었던 적이 있었으나 지금과 같은 통렬한 심정으로 해석하지
않고 단순히 ‘작품을 읽었다’라는 저급한 수준으로만 인식했었는데 다시 접해보니 당시의 내
감각과 신경이, 국가와 우리 사회의 원초적 부패 고리를 너무 안일하게 바라보지 않았었나 하는
느낌이 크게 든 시간이었음에 반성하고 있으며 늦게나마 새로운 시각과 당시 간과했던 국가,
사회 및 국제 관계를 찬찬히 재음미하고 부분적이나마 그 뒷배를 정확히 확인할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상당히 의미 있는 시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작품을 다 읽고 난 현재 아직도 궁금증 내지는 내가 그간 간과했던 내용을 정리해 보면
1. 베트남 전쟁의 배경과 북베트남, 남베트남 인적 구성에 대한 진실과 허구
: 그동안 어슴푸레하게 알고 있었던 사실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었다
2. 이승만 정권의 허상 :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도 연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일단은 작품에서 주장하는 측면으로만 이해하고자 하여 선정했다.
3. 정의의 편에 서야 했었을 판사들은 당시 뭐를 했었고 지금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사법 농단이 그때도 횡행 했었다는 사실에 분개하고 있고
4.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일본의 교과서 왜곡 문제 저의를 다시 한 번 확인했는데 일본은
아무리 좋게 생각해 봐도 조상이 지은 죄로 인해 대대로 저주의 씨앗을 안고 살아야 할 민족 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모티브 프로그램 중 ‘신비한 tv 써프라이즈’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여기에 소개되는
이상한 일, 귀신출몰, 어처구니 없는 일의 주류를 이루는 사례가 ‘일본’인 것만 봐도 그 나라의
이상한 일은 자신들의 원죄를 완전히 씻기 전에는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5. 한반도에서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의미에 대한 고찰은 평소에 나도 의문을 가졌었던 사항
으로 모두가 한번쯤 생각해 볼만한 내용이었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주요 제목별 언급된 인상적인 문구를 정리해 보면
[시대적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상황들]
- 일본제국주의 식민권력에 빌붙어 살았던 친일민족 반역자들이 하나도 숙청되지 않은 채
고스란히 남한사회를 지배하고 있었고, 그들이 힘없는 자기 동족들을 먹이로 삼아 지배하고
행세하고 있었다.
- 6.25 전쟁 전후시기에 진정한 애국자들과 양심적 지도자들이 남한을 버리고 북한으로 넘어간
이유는 대부분 이승만 정권치하 친일민족반역자들의 통치를 거부하고 자진해서 북한으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 우리나라의 신문은 역대 정권과의 관계와 존재 양식에서 ‘무법’적인 강한 정권에겐 한없이
약하고 총칼을 차지 않은 문치성 정부에는 폭력적으로 포악했다.
같은 하나의 정권에게도 양면적으로 대응했다. 그 권력집단이 눈을 부라리면 언론인은 두 손을
비벼가며 정권을 찬송했다. 그토록 찬송을 바쳤던 권력이 기울기 시작하면 (금세 안면을 바꾸고
누구보다 열렬히)비방과 매도를 일삼았다.
5.16은 언론인들의 기회주의적 속성을 다시 한 번 적나라하게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
(이런 습성은 오늘도 살아 숨쉬고 있다고 나는 강하게 느끼고 있다)
그 분이 어떤 분이셨는지를 알 수 있는 여러 문구를 정리해 보면
- 그 분은 군사독재시대 이래 양심적인 지식인과 깨어 있는 시민, 청년학도들에게는 ‘사상의
은사’로 추앙받은 반면, 분단체제와 병영질서를 기반으로 영화를 누리는 이들에게는 ‘의식화의
원흉’으로 매도되었다.
- 한국인은 리영희를 아는 ‘리영희 人’과 ‘그와는 무연한 사람’ 두 종류로 분류된다고 한다.
- 그 분은 특정 이념의 ‘기수’가 아니라 태생적으로 ‘거짓’이 맞지 않아서 ‘진실’을 말하고 실천
하다가 용공의 너울을 뒤집어쓰고 ‘의식화의 괴수’로 매도당했다.
- 그는 지식을 전달한 사람이라기보다는 각성을 전달한 사람이었다. 그는 사람들의 선입견을
깨뜨렸고, 사람들의 잠을 깨웠다. 한마디로 그는 일깨우는 사람이었다.(고병권)
- 선생이 거대한 우상집단과의 ‘진리를 위한’ 싸움에 동원한 무기는 ‘논증(論證)’이었다.
논증 때문에 의식화의 원흉으로 몰리고 탄압받았다. 리영희는 논증을 통해 금기의 영역을
조명하고 우상들을 박멸할 수 있었다.
- 선생이 사회 첫발을 뗄 무렵 평범한 언론인이었다. 물상식과 광기의 시대가 그를 저항과
비판의 지식인, 사상의 투사로 만들었다.
- 언론인 리영희는 결코 가면도 쓰지 않고 거짓말도 안 한다. 그는 자기가 생각한 대로의 말을
숨김없이 발표하는 사람이다.
- 선생의 존재이유는 단순히 투쟁에만 있지 않았다. 그는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 자체를
바꾸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 7년간의 군 생활을 통해 무모한 동족끼리의 전쟁에 대한 ‘민족모순’을 인식하게 되었고,
제대한 뒤 사회활동의 역사관으로 이어졌다.
- 기자 시절 그의 관심사는 구질서에 대항하는 각 대륙 인민의 ‘현상타파’운동이 그의 주관심
였다.
- 5.16 혁명 직후 그는 ‘개혁과 숙정의 대상이어야 할 군대가 무엇을 바로 잡겠다고 나서다니
이는 언어도단입니다. 도저히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모든 힘을 다해서 군대의 정권
탈취에 반대할 것을 주장한다.
- 우상을 배척하는 지식인으로서 철두철미했던 리영희 선생은 박정희를 ‘배반자’이자
‘기회주의자’이며 ‘변절자’로 생각했다.
- 인텔리가 노동자가 되는 것은 혁명가적 신념과 결의가 있어야 한다.
-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그를 한국 지식청년들의 ’사상의 은사‘로 평가했다.
- 모든 가치를 흑백으로만 가리려는 관념이나 사상은 결국 그것이 파괴하려 했던 대상에 끼친
피해의 수십 배의 피해를 자기 자신에게 끼쳤다.
* 작금의 정권이 전가의 보도처럼 외쳐대는 구시대의 청산 작업도 같은 맥락이 아닌가
생각하는 바이다.
- 지식욕은 인간의 본능이며 사회발전을 추진하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다.이 생산적인 본능은
그 사회의 지배세력이 그것을 어떻게 방향지우고, 어떻게 대접했는가에 따라, 그 인간집단을
위대하게도 하고, 퇴화시키기도 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일갈한다.
- 베트남 전쟁은 공산주의대 반공주의의 대결이 아니라 20세기의 모든 갈등요소가 뒤범벅이
되어서 전개된 전쟁으로 ’20세기 인류의 양심에 그어진 상처‘다.
- 오늘날의 언론인은 ‘신문’을 만들어내는 집단이 아닌 ‘신문지’를 만들어 내는 집단이다.
’신문종이‘를 만들어내는 신문인들이 감히 언론인을 참칭할 때 나는 그들을 ’언론인‘이 아닌
’언롱인(言弄人)‘이라는 호칭으로 경멸해 왔다.
- 리영희의 일관된 언론관은 보수언론의 맹목적 반공논리와 사대주의, 권력추종과 기회주의
속성에 대한 비판이었다.
- 신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지 못하고,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지만 신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온갖
잔인무도한 행위를 본 뒤로는 차라리 신이 없기를 바라는 사람이었다.
- 리영희의 생애를 꿰뚫는 사상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휴머니즘 정신이다.
- 그는 지식을 전달한 사람이 아니라 각성을 전달한 사람이다.
스승이란 가르치는 사람이 아닌 배우게 하는 사람이다.(저자)
[책에서 얻는 문구들]
- 하늘이 큰 뜻을 수행하려는 사람에게는 늑골을 괴롭힌다고 한다,
하늘은 큰 역할이 끝나지 않는 사람은 불러가지 않는다.
- 진리를 사랑하는 자는 진리를 추구할 뿐 아니라 반드시 이를 옹호해야 하며 생활 속에서
그 진리에 복무해야 한다.(마르크 블로크)
- 미국 대사관 문정관 ‘그레고리 핸더슨’은 한국 재임 중 한국의 많은 골동품을 미국으로 가져간
인물이다.
- 천여불취 반수기구(天與不取 反受基咎)
하늘이 생각해서 베푸는 것이라면 받지 않음이 오히려 죄가 된다.
- 일본의 ‘미쓰야 계획’이란 유사시 일본이 취할 수 있는 일본군의 한반도 개입 가상 작전계획을
말한다.
- 얕은 재주나 술수는 우직한 성실성만 못하다.
- 비판(批判)은 ’시(是)‘와 ’비(非)‘를 반(半)으로 쪼개어 보여준다는 의미다.
비판할 줄 모르는 지식인은 육체적 고자와 같다.
- 말 할 때와 침묵할 때를 아는 것은 지식인의 덕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