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마니아 컬렉션 15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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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 1932. 1 ~ 2016. 2)는 알레산드리아에서 태어난 이탈리아의 기호학자

미학자언어학자철학자소설가역사학자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볼로냐 대학교수로 재직했으며

기호학뿐만 아니라 건축학미학은 물론 이를 바탕으로 하는 스토리텔러로도 유능한 인물이었다.

 

그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철학에서 퍼스널컴퓨터에 이르기까지 기호학·철학·역사학·미학 등 다방면에 걸쳐 

전문적 지식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모국어인 이탈리아어를 비롯해 영어프랑스어독일어라틴어

그리스어러시아어에스파냐어까지 통달한 언어의 천재였다이러한 이유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이래 최고의 르네상스적 인물이라는 칭호를 얻었다볼로냐대학교에서 건축학·기호학·미학 등을 

가르쳤으며세계 명문대학의 객원교수로도 활동했다특히 파리 제4대학인 소르본에서 강의활동과 미국 

예일대학교 교수 폴 드 만(Paul de Mann)과 함께 하는 예일학파로서 학술활동은 유명하다

그의 기호학이론은 오늘날 세계 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문학이론으로 평가받고 있다.

 

나는 이 작품을 최소 3번을 읽었다.

처음 도전할 때는 뭐 이런 작품이 다 있냐?는 실망감 속에서 책을 중간쯤에서 덮었던 기억이 있고

두 번째는 작품을 읽기는 읽었는데 뭔 소리를 하는 작품인지를 몰라서 헤매었었고

마지막으로 읽으면서 작품 전반부에서는 절로 감탄이 튀어나오기도 하였지만 후반부에서는 작가가 어떤 

의도로 그런 내용을 썼는지 도통 모르기는 두 번째 도전할 때와 동일하지 않았는가 하는 아쉬움이 크게 든 

작품집이었다.  지금도 머리 속이 이 작품만 생각하면 혼란스럽다 -

 

작품은 현대인들이 살아가면서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사소하지만 우리 모두가 간과하는 소소한 것들을 

해학적으로 풀면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데작품 내용이 좀 생뚱맞는 경우 즉간혹 외국인들이 작품을 

읽을 때 왜 이런 내용을 갖고 이야기를 하지?하고 의구심이 들 때는 작가가 언어적 유희를 이용해 패러디화

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임을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예로서 나는 율리우스 카이사르라는 그 재앙(pazzo), 그 반역자(traditore)를 제거하기 위해 자객(assassini)을 

고용하고(ingaggiando) 있습니다라는 내용을 

나는 율리우스 카이사르라는 광장(pazzo)의 교통(traffico) 혼잡을 해소하도록 보좌관(assesseur)을 독려하고

(incoraggiando) 있습니다라는 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저자는 

세상 사람들이 가장 공평하게 나눠 가진 것은 양식이 아니라 어리석음이다그 어리석음에 대해 어리석게 

 반응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그 씨실과 날실의 미묘한 짜임새를 음미하면서 그것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다

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은 그런 역설의 집합체라고 보면 될 것이다.

후반부의 글은 읽어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몰라 이런 나의 주장도 무색하다 -

 

실용처세법에서 다룬 호텔(객실내 비치된 여러 병들커피 포트연어와 여행하는 방법)이야기는 소소한 

내용이지만 여행을 한 번쯤 외국으로 다녀온 사람이라면 전적으로 공감되는 부분이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택시 운전사와 관련된 이야기는 저절로 나의 무릎을 ! 치게 만드는 내용으로 사소한 것을 소재로 작가의

역량이 멋지게 발휘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도둑맞은 운전 면허증을 재발급 받는 방법(82) 재산목록을 작성하는 방법(86)은 당시 이탈리아 

관료 사회를 단적으로 보여 준 작품으로 생각되는데 당시 우리나라도 그와 비슷한 관료주의형식주의가 

판치던 암울했었던 시기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그런 시대의 답답함을 적절히 표현하고 있어 

웃음이 절로 나게 만든 작품이었다그 밖에 사용설명서를 따르는 방법 진실을오로지 진실만을 말하는

방법은 정말 두고 두고 읽어도 멋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고 있다.

 

말 줄임표를 사용하는 방법에서 작가가 제시하고 있는

관객이 납득할 수 있는 정도나 줄거리 전개상 필요한 정도 이상으로 등장 인물들이 많은 시간을 소비

  한다면 그게 바로 포르노영화다.

작가는 다른 작가들을 염두에 두며 글을 쓰지만아마추어는 자기 이웃이나 직장 상사를 의식하며 글을 

  쓴다.

아마추어는 말줄임표를 마치 통행 허가증처럼 사용한다그는 혁명을 일으키고 싶어하면서도 경찰의 

  허가를 받고 혁명을 하려는 사람과 다름이 없다.

는 저자의 주장은 예리함의 극치가 아닌가 생각한다.

 

서문을 쓰는 방법에서 언급된 내용은 책을 출판해 본 경험이 있는 나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는데

미술 카탈로그의 서문 집필자는 자기의 품위도 지키면서 미술가와 우정을 유지하고 싶다면그렇게 요령

부득하게 얼버무리는 것이 카탈로그 서문의 핵심적인 요소로 작품에 대해서 말하되 어떠한 가치 판단도 

표현하면 안 된다라고 강조한 내용은 웃긴 지적이지만 생각해 볼만한 내용이었다.

유명인을 만났을 때 반응하는 방법 연극이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끝나는지 아는 방법이라는 작품은 

현대인들이 간혹 경험할 수 있는 사항으로 한번 새겨볼 만한 내용이 아닌가 생각하는데그 밖에 죽음에 

담담하게 대비하는 방법 '어떻게 지내십니까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방법등은 작가의 놀라운 관찰력과 

저자만이 지닌 사고력의 소산이 아닌가 생각한다아무튼 작가의 역량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 그런 

시간이었다.

 

작품에서 얻는 이야기들

- 폴란드 사람처럼 취해라는 의미는 프랑스어로 곤드레만드레 취한다라는 이야기다

- 터키 사람 머리라는 의미는 프랑스어로 끊임없이 타인의 비난과 조롱의 표적이 되는 사람이라는 의미

이미 판이 벌어진 뒤에 들어왔다가 남들이 어떻게 될지를 알지 못한 채 판을 떠나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면 

  우리는 바로 그 인생처럼 연극을 경험한 셈이다.

가벼운 커뮤니케이션의 첫걸음은 리모콘의 발명이다텔레비전은 어떤 사건을 생중계함으로써 시청자들로 

  하여금 그 사건의 순차적인 전개를 놓치지 않고 따라가도록 강요하였다그런 생중계에서 시청자들을 

  해방시킨 것은 녹화기였다.

어린 예수를 업고(Christo-phoros)개울을 건넜다는 기독교의 전설적인 인물 크리스토포로(영어로는 크리스

  토퍼프랑스어로는 크리스토프)는 전통적으로 여행자의 수호자였으나 오늘날엔 자동차 운전자를 지켜

  주는 성인으로 간주되고 있다.

- 테크놀로지 냉혹한 법칙을 따른다어떤 혁명적인 발명품이 널리 퍼져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되면 

  더 이상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그 법칙이다누구에게나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테크놀로지는 본래 민주적이다하지만 소수의 부자들이 이용할 때만 그것이 제 기능을 발휘한다.

옛날의 도덕은 우리 모두가 스파르타(근검과 절제사람이 되기를 원했지만오늘날의 도덕은 우리 모두가 

  시바리스(나태와 향락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인간은 스스로를 쓸모없는 존재로 느끼지 않으려면 무언가에 소속되어야 한다.

죽음에 제대로 대비하려면 모든 사람들이 다 바보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매우 만족해서 

  마음놓고 이 바보들의 골짜기를 떠날 수 있는 것이다.

카코페디아란 그리스어의 카코(나쁘다) 페디아(교육)를 합성한 말로 나쁜 백과사전 등으로 옮겨 질 수 

  있는 말이다이의 반대말로 칼로페디아가 있는데 이는 그리스어 좋다아름답다라는 의미의 kalos'의 

  뜻으로서 카코페디아의 반대말이다.

- 안옵티콘이란 모든 감방을 한눈에 감시할 수 있는 원형 감옥을 말한다

현현(顯現)이란 추억으로 간직될 만한 어떤 것이 말이나 몸짓이나 생각 속에 갑작스럽게 발현하는 

  정신적인 현상이다.

- 슬기로운 사람은 아무 때나 기적을 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계제에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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