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복
버트란트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 사회평론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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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권유도 9

 

나는 작품을 읽으며 비탄감에 젖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행복한 삶을 추구하고 또 그렇게 살고 싶어 이 작품을 읽고 있지만, 이 땅의

어느 구석에서는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이 여러 가족에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극악무도한 무뢰배들의 이유 없는 포격으로 우리의 젊은 영혼들이 사랑하는 그들의 부모, 형제

곁을 영원히 떠나게 되었고,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섬으로 들어갔던 어느 가족의  '가장' 역시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무엇을 얻고자 한 행동이었는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분들의 명복을 빌 뿐이다.

 

작품의 제목처럼 진정 "행복의 정복"이 가능한 것이고 '성공하면 진정 행복'할까?

저자는 "행복도 결국 성공의 한 요소에 불과하기 때문에 성공하기 위해서 나머지 요소들을 모두

희생한다면 결국 지나치게 비싼 대가를 치르는 셈이다" 라고 설파하고 있는데, 아주 공감되는

대목이다.

나름대로 의미를 해석해 보면, 결국 행복을 추구하는 행위를 '도박'에 비유하면 한 번의 베팅에

자신이 지닌 모든 것을 걸지 마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가끔 외신을 통해 접하는 기사를 보면,

가족과의 시간을 더 많이 갖기 위해 정치권을 떠나는 거물 정치인도 있었고, 자신의 어린아이를

더욱 살뜰히 보살피기 위해 유명 회사의 CEO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사람에 대한 기사를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 왜 그런 부귀영화, 명예 이 모든 것을 한 순간에 다 집어 치우고 평범한

일상과 가정으로 돌아가려 하였는지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가?

가진 자들의 배부른 행동이라고 치부하기엔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고 생각된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는가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사람이라면 자신이 희망하는 모든 것을 다 소유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만은 그렇지 못한

게 또한 현실일 것이다.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해 어느 순간 자신이 소유한 것 중에서 가장 소중한

것 하나만 고를 수 밖에 없는 기로의 순간이 닥쳐 왔을 때 위에서 언급한 여러 사람들은 그 무엇

보다 바로 모든 '행복의 근원인 가족'을 선택했기에 그런 결과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제는 늦잠을 자는 바람에 평소와 달리 택시를 이용해 출근하게 되었다.

운전기사는 잠이 덜 깬 상태로 좌석에 앉은 내게 이런 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로 나의 선잠을

깨우고 있었는데, 그 분의 이야기 중 하나가 마음에 와 닿았다.

 

폭설 아니 눈이 징그럽게 내리던 어느 날,

손님을 못 찾아 계속 허탕을 치며 돌아 다니고 있었는데 손님이 없다는 것에 대한 부아보다

갑자기 눈이 이렇게 내려 빙판길같은 도로를 질주하는 자신을 걱정해 그 흔한 겉치레 안부 인사

조차 해주는 가족 구성원이 하나도 없다는 데 대해 은근히 짜증과 함께 열통이 끓어올랐다고

한다. 짧은 순간이지만 마누라도, 자식도, 며느리도 다 필요 없다는 생각에 신경질이 밀려 오면서

그렇게 서글플 수가 없었다고 한다. 한적한 갓 길에 차를 주차시키고 자신의 인생사를 반추하며

화를 삭이고 있을 즈음에 기사분의 며느리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고 한다.

 

"아버님 지금 어디세요?"

 

내키지 않는 기운 빠진 목소리로 "운전하고 있다"

 

"아니 아버님이 돈이 없으세요, 집이 없으세요 이 폭설 속에 무슨 운전이세요"

 

"아니 괜찮다, 이 정도 눈쯤은..."

 

"용돈 버시는 재미와 손주들 과자 사 주시려 소일 거리로 하시는 운전에 그렇게 목숨을 걸고

하시면 어떡하세요? 아버님의 건강과 안전이 제일 중요합니다. 오늘은 운전 그만하시고 당장

아버님 댁으로 돌아가세요 네~~~"

 

운전기사는 그 상황을 아주 리얼하게 이야기하면서 정말로 행복한 표정을 짓는 것을 룸 미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또 어떤 것이 진정한 행복의 정복인지에 대한 사례를 보여 준 아름다운

이야기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아들만 셋 있는데, 녀석들이 사춘기를 얼마나 혹독하게 치루었는지 솔직히 그 때 이야기는

지금도, 앞으로도 꺼내기도, 기억하고 싶지 않을 정도다. 그렇게 우리 부부를 힘들게 했었던

녀석들이 군대 제대 후, 슬슬 인간 노릇을 하려고 내뱉는 말들이 우리 부부를 감동의 물결로

몰아넣고는 한다.

눈이 조금 내리거나 번개가 좀 심하게 치는 날이면 어김없이 안부 전화가 온다.

전화가 안 되면 문자라도 날린다. 아버지 엄마가 걱정된다며 조심하라고 말이다.

기가 막힐 일이다. 옛날 같으면 무슨 소 닭 쳐다보듯이 했을 녀석들인데.......자기들도 나이를 먹어

가니 부모 소중한 것은 아는가 보다. 내가 가끔 녀석들이 내게 보여 주는 평소와는 다른 행동에 놀라는 표정으로 
 

"왜 옛날처럼 하지"

 

그러면 녀석들은 빙그레 웃으며 이야기한다.

 

"아부지~~~사랑합니다"

 

녀석들은 모를 것이다.

아버지 가슴에 기쁨의 눈물이 흐르고 있는 것을 나는 진짜로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저자께서 '행복의 정복'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간과하고

있었다고 나는 생각하는 바이다.

행복의 정복에 필수 요소는 바로 가족 구성원 간의 '사랑'이며 이것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구성원간의 노력, 관심, 이해 이 모든 것들이 멋지게 어우러져야 한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으면 더욱 좋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행복의 비결"은 가족 구성원 간에 되도록 폭 넓은 관심을 가지는 것 그리고 따뜻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이야기기하고 싶다.

관심 분야가 많은 사람일수록 행복해 질 기회는 그만큼 많아지고 불행의 여신의 손에 휘둘릴

기회는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불행의 원인이 분명히 자신의 환경 속에 그리고 자신의 마음 속에 있을

그것과 맞서 싸우는 것이 최우선이지, 두려워서 외면하거나 미리 체념하고 무릎 끓지 말라는

당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세계에서 '행복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에 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일인당 GDP 1800달러인

'부탄'인 반면, 우리나라의 '행복 지수'102위라고 한다.

그런데 행복지수 1위라는 발표 후 이민이 물밀듯이 밀려 들어오고 그래서 땅 투기가 일어나고

하여 지금은 그리 행복한 나라가 아니라고 한다. 행복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많기도 한 모양

입니다. 행복은 바로 자신의 마음과 가슴 속에 있다는 사실을 잊고 말입니다.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파랑새'를 찾아 여기 저기 헤맸지만 결국은 찾지 못하고 그 행복의

파랑새를 자신의 집 처마 밑에서 찾아냈다는 사실을 잊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행복'이라는 것을 무슨 수로 정복하겠습니까? 그냥 현실을 즐기며 사는 게 진정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언젠가 이런 류의 작품을 읽고 뭔가를 끄적거린다는 것만큼 고통스럽고 힘든 작업이 없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 역시 요번도 동일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 작품에서 작가가 강조하려

고 했던 내용을 여기에 축약해 올려 보았습니다. 읽어 보시고 행복해 지시기 바랍니다.

 

 

   작품을 읽으며 마음에 든 문구들

 

- 부자들 자신이 불행하다면, 사람들을 부유하게 만들어 봐야 무슨 소용이 있나.

 

- 무엇보다도 내가 삶을 즐기게 된 주된 비결은 자신에 대한 집착을 줄여서이다.

 

- 전형적인 형태의 '불행한 인간'은 어린 시절에 정상적인 만족을 누리지 못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 술에 취하는 것은 일시적인 자살이나 다름없다. 술에 취해서 누리는 행복은 불행을 잠시 중단

  시키는 데서 오는 순간적이고 소극적인 행복이다.

 

- 인간은 영원히 살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삶의 기쁨은 언제까지나 신선함을 지닐 수 있다.

 

- 오늘날 사람들이 '냉소주의'에 빠지는 이유는 낡은 관념이 그들의 무의식을 지배하고 있고

  자신들의 행위를 규제할 만한 윤리가 서 있지 않기 때문이다.

 

- 처음에는 신앙을 강조했던 청교도적 도덕주의자들이 현대에 와서는 늘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청교도주의 시대가 만들어 낸 경주는 의지만을 과도하게 발전시키고 감성과 지성을 쇠약하게

  만들었으며, 경쟁의 철학을 자신의 본성에 가장 적합한 철학으로 택했다.

 

- 인류가 저지르는 죄의 절반 이상은 권태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서 도덕주의

  자들은 권태를 심각한 문제로 여긴다.

 

- 자극이 지나치게 많은 삶은 밑 빠진 독이나 다름없다.

 

- 어느 정도 권태를 견딜 수 있는 힘은 '행복한 삶'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이다.

  이것은 젊은 사람들이 배워야 하는 것 가운데 하나다.

 

- 순전히 육체적인 피로는 지나치지만 않으면 행복을 느끼게 하는 원인이 된다.

- 사랑을 소중히 여기는 이유는 사랑 그 자체가 기쁨을 빚어내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필요가 없을 때에도 사람은 권태를 느낀다. 권태의 반대는 즐거움

  이 아니라 자극이다. 자극에 대한 욕망은 인간, 특히 남성에게 있어 매우 뿌리 깊은 것이다.

 

- 일시적인 열광이나 취미는 근본적인 행복의 원천이 아니라 현실 도피의 수단에 불과하다.

  근본적 행복은 무엇보다 인간과 사물에 대한 따뜻한 관심에서 비롯된다.

 

- 걱정은 두려움의 한 형태이며, 모든 두려움은 피로를 빚어낸다.

 

- 자극에 대한 욕구가 한계를 넘는다면 그것은 왜곡된 성격이나 본능적인 불만족의 징후이다.

 

- 걱정 다음으로 불행의 유력한 원인이 되는 것은 아마 질투심일 것이다.

 

- 현명한 사람은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어떤 것 때문에 자신의 즐거움을 망치지 않는다.

  질투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사물 사이의 관계를 통해 보려는 데서 생긴다.

  이런 질투를 줄이는 방법 중의 하나는 '피로'를 줄이는 것이다.

 

- 발각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은 집단에서 추방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 죄의식은 대부분 여섯 살이 되기 전에 어머니나 유모에게 받은 도덕 교육에서 비롯된다.

 

- 이상적인 도덕군자란 즐거움의 효과를 능가할 만한 나쁜 결과가 생기지 않는 한도 내에서 모든

  즐거움을 누릴 줄 아는 사람이다.

 

- 죄의식은 피곤하거나, 아프거나, 술에 취했거나 그 밖의 여러 가지 원인에서 의식적인 의지가

  약화되는 순간에 가장 활발하게 나타난다. 죄의식이 강하게 나타날 때에는 이를 질병이자

  약점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 자아가 분열되어 있는 사람은 자극과 오락거리를 찾게 된다. 뭔가에 도취해야만 느낄 수 있는

  행복은 거짓된 행복이며, 충족감을 줄 수 없는 행복이다.

 

- 성자처럼 살아 보려는 노력은 일종의 자기기만과 연관되고, 자기기만은 쉽게 피해 망상으로

  이어진다.

 

- 일탈적인 언행이 용서받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그 사람이 얼마나 상냥하고 붙임성 있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 여론에 대한 두려움은 사람의 마음을 옥죄어대며 발전을 저해한다.

  따라서 크게 보면 굶어 죽지 않고 감옥에 가지 않을 정도로만 여론을 존중하면 된다.

  이러한 한도에서 벗어나는 행동은 지나친 횡포에 자발적으로 굴복하는 것이고, 모든 면에서

  행복을 가로막기 십상이다.

 

- 취미와 욕망을 통해서 행복을 얻으려면 그 취미와 욕망은 건강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정

  그리고 사회적 명예를 해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 사람들이 열정을 잃게 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자신이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데 있다.

 

- 인생에 대한 일반적인 자신감은 무엇보다도 자신이 필요로 하는 만큼 올바른 사랑을 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을 때 생긴다.

 

- 가장 바람직한 사랑은 서로 생명력을 주고받는 사랑이다. 받는 사랑은 마땅히 베풀어야

  사랑을 해방시켜야 한다.

 

- 여러 종류의 신중함 가운데 진정한 행복을 가로막는 가장 치명적인 것은 사랑에 대한 신중한

  태도다.

 

- 부모가 된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볼 때 인생이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하고도 지속적인

  행복이다.

 

-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서 양쪽 모두가 만족감을 얻으려면 상대방의 인격이 다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 자부심 없는 사람은 결코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없고, 자기 일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은 결코

  자부심을 가질 수 없다.

 

- 인생을 전체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태도는 인간이 갖추어야 할 지혜와 참된 도덕의 근간이며,

  교육을 통해서 길러져야 할 덕목 중 하나다. 건실한 목적이 행복한 인생의 충분 조건은

  아니지만 필수조건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견실한 목적은 대개 일을 통해서 구현된다.

 

- 자신이 맡은 일에 지나친 관심을 쏟는 사람은 늘 극단주의로 빠져 들 위험이 있다.

 

- 불행이 닥쳤을 때 불행을 제대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행복할 때 폭넓은 관심사를 기르는 것이

  현명하다.

 

- 인생의 폭이 협소할수록 우연한 사건이 우리 인생의 모든 의미와 목적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게 된다.

 

- 노력과 체념 사이에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중용을 지켜야 한다.

  중용은 재미없는 이론일지는 모르지만 상당히 많은 문제에 관한 한 정확한 이론이다.

 

- 개인적인 일의 실패나 불행한 결혼 생활의 고통을 참아 낼 수 있게 하는 것은 비개인적이며

  원대한 희망에 집중하는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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