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과 체찰 - 조선의 지성 퇴계 이황의 마음공부법
신창호 지음 / 미다스북스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추천 권유도 9

 

작품을 읽으면서 '이렇게 어렵게 책을 만들어 책을 누가 읽기를 바라겠는가?'하는 생각이

폭포수처럼 밀려 왔다.

한마디로 출판사의 기획부서를 심하게 질타하고 싶은 생각 밖에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은 그런

독서의 시간이었다. 이렇게 책을 철저히 제작자의 입장에서 만드니 독서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나름 책을 좋아하고 어느 정도 해당 분야에 식견을 갖고 있다고

자부했던 내가 해당 작품을 읽으며 완전 패닉 상태에 빠졌다.

 

"나는 정말 무식하구나......아무리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에라 책 읽지 말 것을 괜히 이런

 책을 읽어 자존심만 상하네"

 

퇴계 선생은 어려서(두 살) 부친을 잃고 엄한 어머님의 가르침 속에서 한국 최고의 유교적 지성인

으로 성장하였다고 한다.

선생은 34살의 나이에 과거를 통해 관직에 나갔으나, 43세부터 변란처럼 전개되는 나라 상황과

자신에게 닥쳐온 불행으로 인하여 마음을 닫고 관직 은퇴를 생각하던 중 임금인 '인종'이 승하

하고 '명종'이 등극하면서 퇴직을 생각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자신의 병환도 그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퇴계 선생이 후학들과 후대의 자손들에게 높이 평가되는 이유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는데,

작품을 통해서 바라 본 퇴계는 아마도 자기보다 한 참 어린 손아래 사람들(27세나 어린 기대승)

과도 스스럼없이 학문에 대해 격의 없는 토론을 통해 올바른 학문의 길을 밝혀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유교적 사상이 그득한 그 옛날 감히 가능이나 한 일이었겠는가?

인생 최후의 순간까지도 퇴계는 제자들과 토론하고, 편지로 세상을 논의하는 등 학문적 열정을

불태웠으며 병으로 몸이 쇠잔해졌을 때는 학문에 소홀하지는 않았는지에 대해 통렬한 자기

반성으로 겸손한 마음을 항시 가지려 노력하였다고 한다.

 

퇴계의 학덕과 정신을 흠모한 수많은 후학들 특히 김성일, 유성룡 등 훗날 퇴계학파 형성의

핵심적인 인물들을 비롯하여, 당대 최고의 지성인들이 퇴계의 문하에서 나왔으며이들이 정치적

으로나 사상적으로 후기 조선 사회를 주도해 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퇴계학은 후대로 갈수록 더욱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데 퇴계에게 직접 배우지 않았지만 이익,

정약용 같은 이들은 퇴계의 학문에 매료되어 개인적으로 존경에 빠지게 된다.

이런 학문의 형태를 사숙(私淑:, 스승으로부터 직접 가르침을 받지는 않았으나 마음속으로

그 사람을 본받아서 도()나 학문(學文)을 배우거나 따름)이라고 한다.

유교의 2인자인 맹자가 유교의 1인자인 공자를 사숙한 것처럼 조선 사회에서 퇴계는 많은

사람들이 사숙하게 되는 조선 사대 최고의 지성이었다. 조선시대 퇴계학파와 쌍벽을 이룬 율곡

학파의 시조인 율곡도 약관의 나이에 퇴계를 찾아가 배움을 청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퇴계 선생의 학문은 정치, 사회적 개혁을 부르짖는 형태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 사물과 실제

세계에 대한 원리와 이치를 끝까지 캐물어 들어가는 공부에 몰두한 것으로 외면적으로 드러내기

보다는 오히려 내면적으로 성찰하는 삶을 살며 언행일치에 힘썼다는 점이 우리 후세들이 눈여겨

볼 핵심이 아닌가 생각한다.

,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도덕적인 힘. 그것이 퇴계사상의 진수였던 것이다.

 

이런 퇴계의 사상을 일본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거치며 수입하게 되며 일본 유학의 대가

'야마자끼 안사이'는 자신의 제자들에게 '공자를 배우려면 주자를 배우고, 주자를 배우려면

퇴계를 모델로 삼으라'고 할 정도였다고 하니 퇴계 사상과 학문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는

가늠하고도 남을 것이다.

이런 위대하신 분이 깊은 성찰 속에서 이야기한 말씀을, 사건 정황에 따라 깊은 사색의 산물로

풀이하고 계신 말씀을 다루면서 출판사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아주 기본적 보완장치도

없이 바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으니 퇴계 선생에 대해 무지랭이 수준인 독자들(학창 시절

국사시험 몇 점 더 맞으려 기계적으로 외운 알량한 지식)이 절망감에 빠졌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이치가 아니겠는가. 나는 작품을 통해 느낀 점을 중심으로 작품을 정리해 보고자 하였다.

 

과거의 '공부'란 요즘과 같은 의미로 쓰이지는 않았다.

당시의 공부는 인성교육 즉, 사람다움을 배우는 것이 핵심이었다. 암기와 지식 습득은 사람다움

으로 나아가기 위한 징검다리였던 것이다. 이러한 인성교육을 강조한 이가 바로 퇴계 이황선생인

것이다. 선생은 인성교육의 핵심으로 '함양''체찰'을 언급하였다.

여기서 [함양]이란 학식을 넓혀 심성을 닦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체찰]이란 몸으로 익혀 실천

하는 것을 일컫는 말로서 퇴계 선생에게 있어 공부란 '심성을 올바르게 갈고 닦는 일'이었던

것이다.

 

퇴계식 [독서방법]

"책을 읽되 마음을 괴롭힐 정도로 심하게 하지 말고, 다만 마음 내키는 대로 그 맛을 즐기며,

 이치를 탐구하는 것도 일상생활의 평이하고 명백한 곳에서 간파하여 숙달하여야 한다

고 했다.

"독서의 과정을 엄하게 세워서 하되 생각은 여유있게 하라

고 조언하고 있다.

이런 모든 것을 두루 정리해 내가 느낀 사항 위주로 정리를 해 보면

 

첫째, 공부에 대한 조급증이 마음의 병을 부른다.

마음의 병은 세상의 이치를 바르게 살피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부질없이 꼬치꼬치

캐어서 억지로 이치를 찾으려 하거나, 어리석은 마음으로 '싹을 억지로 잡아 당겨 성장을

도우려'하게 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 괴롭히게 되고 기운을 소진하게 되는데 이는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공통된 병통이다.

 

둘째, 마음이 괴로울 정도로 책을 읽지 마라.

책을 읽되 마음을 괴롭힐 정도로 심하게 읽지는 말라. 무조건 많이 읽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다.

마음 가는 대로 공부의 맛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공부하는 사람에게 병통이 생기는 것을 뜻을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일에 기웃거리기 보다는 의심나는 점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는 게 좋다.

 

넷째, 무르익지 않은 공부로 높은 관직을 바라지 말라.

우리나라의 선비 가운데 뜻이 있고 도의를 구하는 사람들이 세상의 화를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궁극적으로 행함에 있어서 부족한 점이 있어서다. 그 미진함이란 아직 공부가

무르익지 않았는데 지나치게 높은 자리에 오르거나 시대를 헤아리지 못하면서 세상을 다스려

보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우리의 국회의원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 아닌가 생각한다)

 

다섯, 스스로 공부가 부족하다 여기는 마음을 유지하라.

일이 지나간 뒤에 후회가 많은 것은 실천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오로지 경()으로써 마음을

두어 잃지 않도록 깊고 두텁게 함양하라. 인간관계에서 서로 만나고 이야기를 할 때 말을 너무

가볍고 쉽게 하지 않도록 조심하라. 이것을 오래 실천하여 익숙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자기를

잃어버리는 일도 없게 되고 인간관계에서도 예의와 절도에 알맞게 행동하게 될 것이다.

  

여섯, 공부는 끝이 없으며 평생 계속되는 사업이다.

공부는 평생을 걸쳐 해야 하는 막중한 사업이다. 마음을 잡고 보존하는 조존과 돌아보고 살피는

성찰의 공부에 지나치게 매이지 말고, 날마다의 생활에서 분명 한 곳을 바라보면서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도록 하라. 그런 가운데 깊이 잠기어 마음을 텅 비우고 편안하게 하면 저절로

마음이 함양될 것입니다.

 

일곱, 하나의 일에 마음을 두 갈래로 쓰지 말라.

어떤 경우라도 생각하고 대응함에 있어서 주제하는 마음의 능력을 갖추어야 여러 가지 일들을

동시에 처리하면서도 무게 중심이 있게 된다. 우선 대처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그 기미를

파악하면 몸은 자연스럽게 그에 따라 세세한 것들까지도 빠트리지 않고 움직이게 된다.

 

여덟, 몰입해야지 집착해서는 안 된다.

좋은 일이나 나쁜 일, 또 큰 일이나 작은 일 무엇이든 마음에 두지 말라.

'둔다'는 말은 한 곳에 집착하여 얽매여 있음을 뜻하는데, 바라는 것을 마음에 두어 조급하게

서둘러 그 효과를 예단하거나 공을 헤아려 이익을 꾀하는 등 각종 폐단이 모두 여기서 생기는

것이니 어떤 일을 마음에 두어서는 안 된다.

차례대로 한 가지에 몰입하여 익숙하게 읽고, 깊게 생각하고, 자유롭게 충분히 음미하고, 힘써

노력함이 오래되고 깊어져야 한다.

  

 

 

책으로부터 얻는 지식

 

- 많은 것을 알기만 하는 사람은 허물이 있다.

 

- 57세에 지었다는 관직을 수행할 수 없는 다섯 이유

   1) 어리석음을 숨기며 벼슬자리를 도둑질하는 것

   2) 병으로 몸을 못 쓰게 된 자가 녹봉을 도둑질하는 것

   3) 헛된 명성으로 세상을 속이는 것

   4) 잘못인줄 알면서도 무릅쓰고 벼슬에 나아가는 것

   5)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면서 물러나지 않는 것

 

- 알묘조장(揠苗助長) 송나라 사람이 곡식이 빨리 자라나도록 하기 위해 그 싹을 뽑아 올려

  주었는데 , 다음 날 싹이 모두 말라 죽었다. 이 고사는 지나치게 억지로 서둘러서 일을 성취하려

  고 무리하게 하면 실패하게 된다는 뜻

  

- 위대한 인물의 업적을 평가하는 '삼불후(三不朽)'

   1) 그 사람의 인격과 덕행

   2) 그 사람이 일을 하여 어떤 공을 세웠는가

   3) 그 사람이 남긴 학문과 저술

 

- 옥당(玉堂) : 조선시대 중앙 정부 기관 중 '홍문관'의 다른 이름이다.

 

- 도학(道學) 중국 북송시대 중엽에 발생하여 남송 시대에 정립된 유교의 새로운 체계를 말한다.

  결정적인 기여자 '장자''주자'로 이들의 이름을 따서 '정주학'이라고도 한다.

  이외에도 송나라에서 발생하였으므로 '송학', '성리학'이라고도 한다.

 

- () 유교에서 공부 방법의 핵심이다.

  일에 몰입하여 몸과 마음이 통일되거나 집중되는 경지, 마음을 한 곳으로 모아 다른 곳으로

  흩어지지 않게 하는 일, 늘 깨어 있는 마음 등을 말한다.

 

- 가슴 깊이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이야말로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길이다.(정자)

 

- 상수학(象數學)이란 우주와 세상의 변화를 부호나 형상 숫자로 설명하려는 학설로, 세상 만물의

  법칙을 음양의 현상을 통해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그 법칙을 수리로 해석하는 학문.

 

- 마음의 기능은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하면 얻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지 못한다.

  먼저 마음에 큰 것을 세워 놓으면 사사로운 작은 것에 빼앗기지 않는다.(맹자)

 

- '책임 소재를 자기에게서 찾는 것과 남에게서 찾는 것'은 훌륭한 사람과 소인배의 마음가짐을

  구별하는 기준이다. 낮에 읽은 것은 밤중에 그 근본을 생각하고 풀이하라.

  궁리한 다음 실천 속에서 분명하게 체득해야 진정한 앎이 되는 것이다.

 

- 좌망(坐忘) : '장자'에 나오는 말로서 손발이나 몸을 잊고,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것도

  물리치며, 형체를 떠나 지식을 버리고, 저 위대한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

 

- 일관(一貫)이란 큰 원칙의 근본에서부터 사물의 천차만별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꿰뚫는다는

  말에서 온 것이다.

 

- 7세 아이는 도(, 슬퍼할)라고 하는데, 어리기 때문에 죄가 있어도 형벌을 하지 않는다.

 10세를 유(, 어릴 유)라고 하는데, 이때부터 배우기 시작한다.

 20세를 약(, 약할)이라 하며 관계를 치르고 갓을 쓴다.

 30세를 장(, 장할 장)이라 하며 혼인을 하여 가정을 꾸민다.

 40세를 일컬어 강(,강할)이라 하며 관직에 나가 벼슬을 한다.

 50세를 애(, )라 하며 관리가 되어 정사를 맡아 본다.

 60세를 기(, 늙을)라 하고 다른 사람을 지시하고 부릴 수 있다.

 70세를 노(, 늙을)라 하고 자식이나 후진에게 자기의 학덕을 전수해 주거나 자리를 물려준다.

 80, 90세를 ''라고 하는데 도와 마찬가지로 죄가 있어도 형벌을 하지 않는다.

100세가 되면 기(, 기약할)라 하며 존중하여 기린다.(예기)

 

- 수기치인(修己治人) 자기를 닦고 사람을 다스린다는 유교의 대명제이다.

 

- 근사록(近思錄)북송 오자의 글 가운데 일상생활에 가장 중요한 구절들을 발췌하여 엮은

  성리학의 입문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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