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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비해
이종수 지음 / 이요재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추천 권유도 6
작품은 정말 문학을 사랑하고, 우리의 자랑스런(?) 역사를 사랑하는 열독가들에게 큰 아쉬움으로
다가 온 그런 부류였다.
내가 왜 그렇게 작품을 평가하는지 그 이유를 작품을 다 읽은 내가 던지는 물음에서
찾고자 한다. 한가지 묻겠다.
“자준이 정경과 인수와 함께 절재의 집으로 찾아가 훗날을 어떻게 장담할 것인지를 물었다“
작품 속에서 따온 한 구절인데 위의 글을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나는 작품을 접하며 이런 표현이 자주 등장하여 이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고 해석하는데 3일
이상을 허비했다. 위의 문장에 등장하고 있는 ‘자준’은 ‘한명회’를, ‘정경’은 ‘권람’을, ‘인수’는
'박팽년‘을 그리고 '절재’는 ‘김종서’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다시 위의 문장을 해석해 읽는다면
“한명회가 권람과 박팽년과 함께 김종서의 집으로 찾아가 훗날을 어떻게 장담할 것인지
물었다“는 뜻이다.
본 작품의 작가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사를 전공한 전문 작가라고는 볼 수
없다고는 하나 작품을 읽는 독자들을 헷갈리게 하지 말아야 할 기본적 의무가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의 서문에 주요 인물의 호칭을 어떻게 쓸 것인지를 확실히 명기해 두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 어쨌든 나는 서문의 앞단에 병기를 해 놓았던 내용을 무시했기 때문에 혼란스럽게 작품을
읽었음을 미리 밝혀둔다 -
아무튼 작품은 세종의 셋째아들인 안평대군과 둘째인 수양대군 사이의 보이지 않는 권력 다툼의
이야기와 숙부와 조카간의 권력 분쟁에 대해 작가의 상상력 속에 펼쳐진 그런 내용이었기 때문에
세세한 작품 이야기는 너무나 많이 알고들 있어 여기서는 별도로 하지 않겠으나 작품을 읽으며
나의 뇌리를 지속적으로 흔들었던 것은 작품 전반에 걸쳐 극적 긴장감이나 복선이 극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그냥 밋밋한 이야기 책이었다는 게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고 평하고 싶다.
단적으로 이야기한다면 ‘3류 애로물’같은 내용이었다고 평하고 싶다.
즉, 독서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작품을 읽으면서 다음 장에는 뭐가 있겠지 어던 반전이 숨어
있겠지 하다 기대감이 있는 게 사실인데 본 작품은 책을 다 읽어 버린 현재도 어떤 아쉬움 같은
것이 짙게 배어나는 그런 느낌을 받고 있다고 표현하면 정확할 것이다.
또 하나의 취약점 내지는 아쉬움을 들라고 한다면 소 단위별로 작품을 전개함에 있어 그
이야기를 끌고가는 주체자가 불분명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초지일관 제3자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끌고 가던지 아니면 수양이면 수양, 안평이면 안평
이도 저도 아니면 대신들 중 특정인 한사람(가공의 인물이어도 좋을 듯 하였다)의 시각으로
작품의 전체를 끌고가던지 아니면 역사적 사실인지 아닌지 잘모르겠으나 세종의 동생인
성녕대군 부부인 댁에 있던 ‘염비’를 화자로 하여 이야기를 끌고 갔어야지 중구 난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다 보니 작품을 읽다 보면 어떤 사람의 시각으로 바라본 작품인지가 궁금해지기
까지 해서 솔직히 헷갈렸던 작품이다.
- 이 역시 나의 사고력이 부족해 벌어진 일이라고 치부하지만 작가의 배려도 아쉬운 대목이
아닌가 생각하는 바이다 -
작가의 의도는 ‘안평대군’과 ‘몽유도원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고가면서 주변인들의 이야기로
포장하려고 했었던 같은데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었듯이 본 작품에는 작가가 의도했던 여러
요소는 있었으나 나의 관점으로 볼 때는 ‘몽유도원도’가 없었던 같았던 작품이라고 밖에는 달리
평할 게 없었다.
작품 제목 속에 등장하고 있는 ‘비해(匪懈)’라는 당호는 아버지 세종께서 지어주신 것으로
‘부지런히 정진하라’는 뜻에서 내린 것이라는 의미로 작품은 이야기하고 있는데.
당호(堂號)란 성명 대신에 그 사람이 머무는 거처의 이름으로써 인명을 대신하여 부르는
호칭으로 신사임당에서 “사임당”이나 “여유당” 정약용에서 “사임당, 여유당”은 당호를 의미
한다고 보면 된다. 당호는 대부분 ‘-당’으로 끝나지만, 최한기의 당호 태연재(泰然齋)처럼 ‘거처’를
뜻하는 한자어(‘-재’)로 끝나거나 간혹 그러한 형식을 따르지 않더라도 ‘거처’의 이름이 당호로서
쓰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