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톨스토이의 마지막 3부작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상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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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권유도 : 7

  

보통 세계 3대 악처라면 톨스토이, 모차르트, 소크라테스의 아내를 꼽는다.

그러나 그녀들을 단순히 사람들이 '악처'라고 지칭하기 전에 먼저 남편들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

 

[소크라테스]는 허구한 날 "네 자신을 알라."며 돈 한 푼 벌지 않고 떠돌아다녔고

[모짜르트]는 음악적 천재성 때문에 항상 귀부인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으며

[톨스토이]는 모든 재산을 가난한 이웃에게 다 나누어주고 가정을 돌보지 않았다.

이렇게 가정에 충실하지 않았던 남편들에게 아내는 당연히 잔소리를 해야만 했을 것이며

그들을 추종했던 여러 사람들에 의해 그들의 아내들은 악처가 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본 작품의 저자 [톨스토이]의 부인 소피아(Sophia)는 악필인 남편의 작품들을 깨끗하게

정서해 주는 역할을 했고, 무려 13명의 자녀를 출산하여 9명의 자녀를 직접 양육하느라

가정사는 모두 그녀의 몫이었다.

톨스토이가 노년에 사유재산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공산주의 사상으로 인해 가족들과는

한마디 상의 없이 재산을 처분하려고 하자 그녀는 남편의 서재를 뒤지게 되었고, 이를 본

톨스토이는 홧김에 가출하여 기차역에서 폐렴으로 사망한다.

결론만 보면 아내 소피아로 인해 톨스토이가 불행한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뒤늦게 발견된 그녀의 일기장을 통해 톨스토이가 자신의 작품과 이상에 매달려 가정을

돌보지 못한 사람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다시 말해, 톨스토이는 남편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못난 사람으로 인생과

세상에 대해서는 뛰어난 통찰력을 가졌을지는 모르겠으나 아내의 심정은 조금도 이해하질

못했던 '찌질남'이었던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고 죽어 갈 때, 아내 크산티페(Xanthippe)는 그를 위해 울고

있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비참한 죽음을 보이기 싫어 아내를 다른 곳으로 데려가라

했지만, 그녀는 떠나지 않고 죽어가는 소크라테스를 끝까지 품에 안고 있었다.

 

모짜르트는 당시 19세의 콘스탄체 베버라는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며 결혼에 이른다.

하지만 아버지의 극심한 반대로 원만한 결혼 생활을 영위하지 못한다.

 

모차르트는 결혼 이후 현안 4중주곡,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바니 등에 이르기까지 대작을

작곡했지만, 콘스탄체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일곱 아이들 중 두 아이만 살아남고 연이어

죽는 비극을 맞는다. 경제적 궁핍에서 벗어나고자 떠난 유럽 연주 여행은 모차르트를

오히려 빚더미에 앉게 했고, 결국 파산에 이른다.

콘스탄체는 천재 음악가를 꾀어내 결혼하고 사치와 허영 때문에 살림을 궁핍하게 만든

악처라는 평판을 들었지만, 극심한 가난 속에서도 그녀의 사랑이 있었기에 모차르트의

수많은 걸작들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게 후세들의 평가다.

작품 이야기 전에 뜬금없이 악처이야기를 꺼낸 것은 세계 3대 악처 중의 한 명을 둔

[톨스토이]라는 분의 작품이라 그렇다. 아내를 악처로 평가받게 만들어 놓고 작품과

같은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아이니컬해서 여기에 옮겨 본 것이다.

작품에 기록된 내용의 10%만 톨스토이의 결혼 생활에 적용했어도 그것이 사실이던

사실이 아니던 간에 톨스토이의 그녀는 오늘날 그런 욕(?)을 듣지는 않았을 것이다.

 

작품에서 언급하고 있는 여러 시들 중 가장 마음에 와 닿는 내용을 여기에 간추려 정리해

보았다.

 

- 우리는 쓸모없는 것은 너무도 많이 알고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우리 자신을 알지

   못한다.   

-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때는 현재이며,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며,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다.
- 혀 끝까지 나온 나쁜 말을 내뱉지 않고 삼켜버리는 것.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음료이다. 언제 어떻게 말하는지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언제 어떻게

   침묵해야 하는가다.

- 지혜롭고 친절한 사람이 느끼는 기쁨은 그 자신의 양심에 있는 것이지 남들의 입술에

   있는 것이 아니다.

- 30분 후에 죽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는다.

- 생각의 힘은 위대하다. 이 힘은 축복이나 저주의 말을 통해 발산된다. 좋은 생각인지

   나쁜 생각인지에 달렸다.

- 확신하지 못한다면 말하거나 행동하지 말라 이는 아주 중요한 원칙이다.

- 작은 구멍 하나에 항아리의 물이 다 새어버리듯 단 한 사람이라도 미워하면 그 인생은

   비어버린다.

- 오만은 어리석음과 함께 다닌다.

- 육체의 욕망은 무언가 더 달라고 떼쓰는 아이와 같다. 더 많이 줄수록 더 많은 요구가

   이어지고 여기에는 한도가 없다.

- 진리는 손 닿을 수 있는 곳에 있다. 햇살 아래 걸을 때 생기는 그림자처럼 늘 인간을

   따라다닌다.

- 인간이 아무리 모양을 잡아준다고 해도 결국 나무는 타고난 방식으로 자란다.

   어린 아이를 벌줄 때에도 이것을 기억하라. 천성이 더 강하기 때문에 아이는 결국

   그 잠재력대로 자란다.

- 지혜로운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서 자기 모습을 본다.

   어리석은 사람만이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다른 낯선존재로 여긴다.

- 절망감을 느낄 때면 스스로를 환자로 생각하라.

   너무 많이 움직이지도 무언가 행동하지도 말고 상태가 좋아지기만을 가만히 기다려라.

- 우리에게 일어나는 나쁜 일들을 환자가 먹는 약처럼 생각하라. 약은 맛이 쓰지만 몸을

   고친다. 고난과 역경은 영혼에는 약이 되므로 기뻐하라.

- 무언가 두렵다면 그 이유가 바깥이 아닌 바로 자기 안에 있음을 기억하라.

- 자신의 허물은 남의 눈을 통해서만 볼 수 있다.

- 지옥은 즐거움 뒤에 숨어 있고, 천국은 노동과 고통 뒤에 숨어 있다.

- 자기 습관의 주인이 되라. 습관이 우리의 주인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 시간은 지나가 버릴지 모르지만 내뱉은 말은 그대로 남는다.

   소리내어 하지 않는 말은 금이다.

- 때로는 침묵이 가장 현명한 대답이다. 손보다 혀가 더 많이 휴식하게끔 하라.

   침묵은 무지하고 무례한 이에 대한 최고의 대답이다.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해 후회스러운 일이 백 가지 중에 하나라면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을

   해버려 후회스러운 일은 백 가지 중 아흔아홉이다.

- 일할 때는 영원히 살 것처럼 하고 남을 대할 때에는 오늘밤에 죽을 것처럼 하라.

- 교육을 못 받았다고 두려워하지 말라. 성장 속도가 더디다고 불안해하지 말라.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하는 일은 알지 못하면서 아는 척하는 것이다.

- 자기 안에 없는 행복은 다른 어디에도 없다. 행복은 타인을 사랑하는 능력이다.

-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있는 것은 현재뿐이다.

   현재의 삶은 매 순간이 그 어떤 것보다 더 소중하다.

- 사람에게 필요한 것들은 모두 한순간에 주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에 걸쳐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얻어야 한다.

- 삶이 곧 끝나버린다고 생각하며 살라 그러면 남은 시간이 선물로 느껴질 것이다.

-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진리가 항상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는 알려준다.

- 어떤 상황에서도 절망하기 보다는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라

   그러면 삶의 자신감과 활력을 얻게 될 것이다.

- 행복하지 않다면 자신을 탓할 수 밖에 없다. 신은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도록 창조했기

   때문이다. 불행은 가질 수 없는 것을 원하는 데서 찾아온다. 행복한 이는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한다.

- 즐거움을 추구하지 말라. 대신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서 즐거움을 찾으라.

- 자신에게 닥친 불행은 피할 수 있지만 스스로 만들어낸 불행은 극복할 수 없다.

- 지혜로운 사람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가장 사소한 일들에서도 신의 힘을 볼 수 있다.

- 모두의 사랑을 받고 싶다면 재화보다는 축복으로 사랑을 전하라.

   재화는 어짜피 나눠가져야 하기에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지만 사랑은 모두가 충분히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는 처음에는 한 번 찾아온 손님이었다가 자주 찾아오는 손님이 되고 나중에는

   집 주인이 되고 만다. 죄를 씻는 유일한 방법은 죄를 알고 이를 파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이지 용서받는 것이 아니다.

- 조금 가졌다고 가난한 것은 아니다. 가진 것보다 더 많이 원하는 이가 가난한 자이다.

- 시간이란 없다. 우리 온 인생이 집약된 현재의 한 순간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에 모든 노력을 집중하라.

- 지갑이 없어지기라도 하면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하지만 가장 소중한 것.

   , 지적 능력과 친절함을 잃어 버렸을 때에는 어째서 알아차리지 못하는가?

- 그 입장이 되어 보기 전까지는 이웃을 비난하지 말라.

-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하라. 그러나 마음이 정리되지 않으면 기도하지 말라.

   왜냐하면 기도는 단순히 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다른 사람을 헐뜯지도, 칭찬하지도 말라. 헐뜯다 보면 좋은 점을 보지 못한다.

   또 칭찬만 하다 보면 기대가 너무 높아진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라.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존중해 줄 것이다.

- 사람의 인품은 그 사람의 장점을 통해서 판단해서는 안 되며 그 사람이 그 사람의 장점을

   어떻게 운용하고 있는가를 판단해야 한다.

- 하늘과 땅은 영원하다. 그것들은 자신만을 위해서 존재하지 않기에 영원한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진실로 거룩한 사람은 자신만을 위하여 살지 않는다.

- 육체에 꼭 맞는 옷을 입기보다는 양심에 꼭 맞는 옷을 입는 것이 좋다.

 

톨스토이의 고뇌에 찬 사고 속에서 집필된 주옥같은 글을 읽기는 하였으나 한편으로는

그의 이중적인 삶의 한 단면을 확인하고는 자기만 잘났다고, 자기가 진리라고 외치는

또 다른 톨스토이적 삶을 살면서 쌈질 외에는 별로 하는 일도 없으면서 세금만 축내며,

무슨 일만 있으면 자신은 서민의 대표라고 뽀대고 앉아 사사건건 반대를 위한 반대에

골몰하는 국가 안위고, 서민의 아픔이고 간에 나만 아니면 된다는 무한도전적 삶을 살고

있는 우리의 위정자들을 보는 듯하여 가슴이 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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