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신약성경 - 24가지 신약셩경 난제 해설
황원하 지음 / 세움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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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읽은 책인데 꼬지락 거리다 이제야 글로 옮긴다. 제목이 기독교 서적에 어색해 뭔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신약성경 난제를 풀어낸 책이다. 응답하라는 문구를 사용한건 아마도 성경이 어려워 답을 하지 못해 '응답'한다는 뜻으로 사용한 것 같다. 

 

제목만으로 책이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없다표지에 드러나 몇 가지로 살펴보자먼저 ‘24가지 신약성경 난제 해설이 부제다부제는 책의 핵심이다. ‘난제(難題)’는 말 그대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쉽게 말해 성경을 읽다 이해가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이 책은 신약성경을 읽다가 술술 넘어가지 못하고 턱턱 막히는 부분을 설명해주는 책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목차를 보면 단순한 성경 난제가 아니다일반교인들도 생각기 힘든 신학적 주제들이 보인다예를 들어, 1장 신약 성경은 어떻게 받아들여졌는가?’라든지, 9장의 성전 파괴는 곧 세상 종말인가?’ 등의 주제들을 보면 일반적 지식이 아니다좀 더 깊이 들어간다.

 

 

1장 정경 이야기로 가보자정경은 캐논이고지금의 성경 목록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다초대교회는 성경이 곧 구약을 뜻한다당시는 편지를 통해 구약을 해석하고 풀어내는 방편이 있었다지금의 서신서들이 그 주인공들이다그러다 점점 사도들의 편지들이 권위를 가지게 되면서 구약과 같은 권위를 가지게 된다말시온과 같은 이단들에 의해 정경화는 급속하게 진행되어 결국 알렉산드리아의 주교였던 아타나시우스에 의해 정경이란 명칭을 처음으로 사용하게 된다이것은 당시에도 교회 안에서 보편적으로 정경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주후 367년 그의 부활절 서신에서 신양성경 27 정경 목록을 발표한다바로 이런 이야기다성경 속 이야기보다는 성경에 얽힌 이야기다.

 

성경은 원래 장절이 없었다장은 1227년 캔터베리 주교였던 랭턴이 나누었다구약의 절은 1440년경 나탄이신약은 파리 인쇄업자였던 스타파누스가 나누었다이렇게 함으로 성경을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었다현재의 성경은 처음부터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면 새롭게 보인다.

 

예수님의 탄생 시기헤롯과 중간기바울의 회심 시기 등 쉽게 읽어내지 못하는 신학적 이슈들과 성경 속 모호한 이야기들을 명료하게 알려 준다그렇다고 골치 아픈 신학적 이야기만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필자가 나눈다면, 7장부터 18장까지는 성경의 직접적인 이야기다신약의 화폐복음서의 시간옳지 않는 청지기를 칭찬한 이유 등 성경의 직접적인 이야기도 다룬다.

 

14장에서 세례인가 침례인가?’를 다루는데 흥미로운 점이 보인다성경에는그리고 침례교는 물속에 잠그는 침례는 주는데 다른 교단은 머리에 물을 약간 적시는 세례를 하는가세례가 비성경적이지는 않는가저자는 행 2:41과 행 16:33의 예를 들면서 침례의 어려운 점을 들면서 세례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말한다.(143)

 

신자 간의 세상 재판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필자는 지금까지 교회의 판결에 따르고 세상 재판에는 가지 말아야 한다고 배웠다그런데 실제로 대부분은 교회의 권위나 충고를 따르지 않고 세상 법정에 나간다저자는 이 부분에서 수치스럽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을 때에는 국가의 힘을 빌려도 된다고 말한다.(155나도 그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그럼에도 그건 수치스러운 일이다세상 법정에 나간다는 말은 그리스도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는 말이기도 하고서로 타협하지 않고 완악한 마음으로 산다는 말이기도 하다. 18장에서 여자들이 수건을 쓰는 문제는 시대적 상황에서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남자와 여자는 구별 되어야 하지만, ‘동등하다고 말한다.(186)


 

신약과 관련된 난해한 주제를 다룬다성경에 관련된 역사문화적 상황 등을 포함할 뿐 아니라 성경 속 이야기도 함께 다룬다이 책을 통해 신약의 이야기들을 읽혀 둔다면 신약성경을 읽을 때 적지 않는 도움을 받을 것이다왜 그런 일이 일어났고그 말을 해야 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교사구역장제직들이라면 이 정도의 책은 읽어야 하지 않을까교회에 어느 정도 정착한 이들이라면 추천하고 싶다. 분량도 적당하고 가격도 이정도면 썩 좋은 편이다. 성경을 좀 더 깊이 읽고 싶은 이들이라면 누구나 추천하고 싶다.

이들의 기록과 요세푸스의 자료로부터 예수님의 탄생이 주전 6-4년 사이에 있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51쪽

정부가 주는 혜택을 누리면서 국민들은 당연히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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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돈이 되는 기적 - 글을 써서 먹고산다는 것
이성주 지음 / 생각비행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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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렇게 위대한 책에 리뷰가 없다니. 글쓰는 사람은 꼭꼭 봐야하는 책이다. 생존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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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8 2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낭만인생 2016-10-12 19:45   좋아요 1 | URL
읽어보니 생계형 작가 더군요... 돈이 되긴 하지만 너무나 힘든...
 

2016103

 

누굴까? 오래 전부터.는 아니다. 작년 부터였으니까. 정여울. 이름이 하도 이뻐 기억에 남는다. 아무리 책을 많아 읽어도 워낙 많은 작가들이 있으니 다 알 수는 없는 법. 그렇다고 정여울까지 모른다는 것은 조금 창피한 일이다. 그만큼 난 소설 같은 문학서적을 읽지 않았던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책은 역사서, 그리고 철학서, 마지막으로 가볍게 읽으면서 도전 받는 자기계발서류다. 철학과 자기계발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아이러니하지만, 난 둘 다 좋아한다.

 

그렇다고 내가 문학책을 읽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십대 초반엔 월급을 받으면 항상 십일조 하듯 월급의 십분의 일 정도는 꼭 책을 샀다. 그때 기억나는 작가는 '신달자'... 아직도 서점에 가면 이 분의 책이 의외로 많다. 이십대 후반부터 읽지 않아 나에게 잊힌 작가다. 혹시나 싶어 검색해 보니 올 9월에도 신간을 냈다. 참 대단하신 분이다. 나이가 들어도 펜을 놓지 않는 멋진 분이다. 나도 이분처럼 늙고 싶다. 감성과 지성이 어우러진 분이다. 그러나 내가 나이가 젊어서 그런지 글맛은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요즘 책은 어떤지 궁금하다. 더 깊어지고, 더 넓어졌겠지…….
















문법책을 사러 강진 우리 서점에 들렀다. 없다! 시골 작은 서점에 전문가들이나 찾는 책이 있을 리 만무하다. 너무 과한 욕심인줄 알고 가볍게 읽을 책 한 권만 살 생각이다. 지난번처럼 20만원을 더 살까 겁나 딱 한 권으로 정했다. 문제는 그 딱 한권에서 시작되었다. 욕심을 부리지 않으려니 '선택'해야 하는 부담감이 밀려온다. 고르고 또 고르고. 그러기를 한 시간. 왜 서점에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를까? 난 책과 사랑에 빠진 것이 분명하다. 하여튼 마지막 내 손에 들린 것은 정여울의 <그림자 여행>이었다. 이번에 나온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으로 작가의 명성을 널리 알린 작가다. 이름도 이쁘다. 정여울. 난 정씨가 좋다. 정씨는 왠지 정이 간다


그녀는 서울대학교-갑자기 고백남기가 왜 생각나지?-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소개문을 그대로 옮겨보면, "인간의 마음과 세상에 대한 끊이지 않는 호기심, 삶을 향한 아름다운 사색과 인간애의 진중한 관심으로 문학과 삶, 인생과 자아, 여행과 감성, 사회와 성찰에 관한 글을 써왔다."

 

소개문 진짜 잘 쓴다. 누가 쓴 거지? 혹시 자신이 썼나? 책을 읽어도 문장이 과하게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멋스럽다. 퍼즐을 맞추듯 그의 문장 속 단어는 절묘하게 궁합이 잘 맞는다. 그 문장에 최적화된 단어만을 사용한다. 예를 들자면…….


"아주 작다고 믿었던 상처들이 쌓이고 쌓여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의 구렁텅이가 생겼음을 깨달았을 때, 돌아보면 어느새 친구와의 연락이 끊겨있다. 일부런 그런 것도 아닌데, 의도적으로 진구를 멀리한 것도 아닌데, 어느새 그립지만 이제는 연락하기 민망한 사이가 되어버리곤 한다."(15)

 

문장이 정말 매끄럽다. 부드럽게 와인이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리는 것 같다. 또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은밀한 욕망을 들추어낸다.

 

"가끔씩 자발적으로 다정해질 뿐, 대부분 무뚝뚝하게 지내는 나는 아무 용건 없이 그저 안부를 묻는 일에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랑이란 끊임없이 안부를 묻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아는 지금은, 전화 또는 문자라도 타인의 안부를 자주 묻고 싶다."(46)

 

정여울. 난 오늘부터 그녀는 사랑하기로 했다. 멋진 작가로서 그녀를. <그림자 여행>외 또 무슨 책이 있을까. 낭독에 대한 <소리 내어 읽는 즐거움>이 지금 곧 나왔다. <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과 이미 유명해진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2년 전에 출간되었다. <공부할 권리>도 읽고 싶고, 그녀의 박사학위 주제였던 헤세에 대한 글모음인 <헤세로 가는 길>, 그리고 생텍쥐페리의 아름다운 글을 모아놓은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도 사서 베껴 쓰고 싶다. ……. 올 가을은 정여울의 책을 몇 권 사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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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03 22: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동네에도 문방구겸 서점이 있습니다.물론 문방구와 서점을 동시에하니 서점의 전문성은 상당히 떨어지죠. 그런데 알라딘에 메인 페이지에 나오는 책과 서점의 매대 진열한 책이 거의 비슷해요. 즉, 잘팔릴만한 책,광고빨 높은 책 위주이고, 책 메니아들의 선택하는 책은 거의 없었어요. 물론 동네서점가면 책만 실컷 보다가 한권도 못사고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낭만인생 2016-10-04 13:28   좋아요 1 | URL
동네서점을 이해하긴 하지만, 약간의 색을 가졌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hnine 2016-10-03 23: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하는 작가인데 전 단 한권의 책, <공부할 권리>를 읽고 푹 빠져버렸어요. 특이한 이름때문에 오히려 본인은 학교 다닐때 놀림을 많이 당했다네요^^

낭만인생 2016-10-04 13:30   좋아요 1 | URL
그렇다는 군요. 자기와 똑같은 이름을 가진 분이 편집자였다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오늘, 아참 어제다. 어제 9월 마지막날 유시민의 <공감필법>읽었다. 호불호가 갈린다. 어떤 이들은 형편없다. 어떤이는 좋다. 난? 적당하게 좋다. 어짜피 깊이를 요하는 책도 아니고, 특별한 이슈도 없다. 다만, 공감독서와 공감 글쓰기라는 관점을 일깨웠다는 점만 생각하면 좋은 책이다. 저자도 그 생각으로 강연하고 굴을 쓰지 않았을까? 저자의 마음을 읽는 것, 이게 공감독서이며, 자신의 생각을 적절한 어휘로 풀어내는 것, 그러면서 독자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쓰는 것. 이게 공감 필법이지 않을까? 하여튼 그렇다는 것이다. 유시민의 글쓰기 법. 표현의 기술도 6월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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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1 0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낭만인생 2016-10-01 10:27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쉽게 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정혜신의 사람 공부 공부의 시대
정혜신 지음 / 창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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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게 살았다. 말기암 환자였던 아내를 살리고 싶었다. 의학서적을 읽고 또 읽었다. 의대 홈페이지에 들어가 학생들은 무슨 책을 보는지 찾았다. 의사인 후배들에게 책을 추천 받았다. 의사들도 혀를 내둘렀다. 자신들도 그렇게까진 공부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니, 했을 것이다. 지금은 안한다는 것이다. 의학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기 때문에 매일 공부한다는 쉬운게 아니란다. 최신 의학정보는 돈을 주고 봐야하는 논문에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그것까지 공부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여튼 수백만원을 들여 책을 사고 또 읽었다. 그러나 답은 딱 하나, 암은 아무도 고칠 수 없다.는 것과 운이 좋으면 살고, 아니면 죽는 다는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단어가 바로 '생존율'이다. 보통 5년생존율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생존율이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의학은 이리도 발달 했는데 말이다. 그럼 무엇이 발달했단 말인가? 그들이 말하는 발달은 뭘까? 제기랄! 그렇게 아내를 보냈다. 넉달이 다 되어가지만 난 아직도 아내가 진짜 죽었는지 헤갈린다. 


사지가 절단된 이들에게 환지통(phantom pain)이 있다. 다리가 없는데 지독하게 다리가 아빠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이것은 뇌에서 오는 신호다. 오랜동안 다리가 있음을 인지하던 뇌는 갑자가 사라진 다리를 인지하지 못하고 아픔을 느끼는 것이다. 다리를 관장하던 뇌세포는 죽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이 흘러야 다리를 관장하던 뇌세가 쓸모가 없어져 기능이 퇴화하는 것이다. 그때서야 환지통은 점차 사라지게 된다. 물론 다른 기법으로 환지통을 방지하는 방법도 있다. 빌리야누르 박사(Vilayanur S. Ramachandran)는 미러박스기법으로 치료하기도 한다. 여기서 통증이란 무엇인가로 들어가는 복잡한 이론이 전개된다. 그만두자.. 의사도 아닌데. 



정혜신의 사랑공부를 읽고 있다. 정영란에 이어 두 번째 읽는 공부의 시대 시리즈이다. 무지하게도 난 정혜신을 이번 처음 알았고, 그가 쌍용 해고자들과 세월호 유가족을 돌본 상담가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아마도 다른 책에서 읽었을 터이지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 지나쳤을 가능성이 많다. 그 땐 누군가의 책 속 한 사람이었고, 지금은 정혜신 홀로 서있다. 


한 마디로 대단하다. 모든 이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그녀는 보통을 넘는다. 그는 스스로, 모든 사람들이 '불안전한 인간'(75쪽)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걸 알아야 하고, 그렇지 못한 나 자신도 비난하지 않아야 해요. 그러면서도 내가 왜 그런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합니다. ... 내가 불안전한 인간이라는 것을 일상에서 자각할 수 있고, 끊임없이 자기를 성찰할 수 있는 심리적인 힘이 있는 사람, 그것이 '타고난 치유자'입니다."(77쪽)


아내는 보낸 후, 가장 큰 두려움은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몸에서 힘이 빠지고, 살아가야할 이유를 발견할 수가 없다. 그냥 그렇게 살다가 허무하게 죽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 때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이 '공감'이다. 그러나 상실의 아픔을 일반인들은 절대, 절대 모른다. 며칠 전에도 초등학교 동창 밴드에 나의 감정을 담은 글을 올렸더니 모두들 응원의댓글을 달아 주었는데, 오히려 상처가되는 글도 적지 않았다. 즉, 나의 상태를 그냥 받아 주기만 해도 되는데, 무엇을 해라, 하지 마라 등의 충고를 주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내가 그러기 싫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내의 부재가 가져오는 상실의 '환지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바로 이러한 아픔을 이해하고 그들과 같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상담의 시작으로 본다. 의사의 권위로 분칠한 상담실이 아니라 그들의 현장, 삶 속으로 들아가서 그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고 공감하는 것이 진정한 상담인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나라가 버린 사람들이다. 무지몽매한 수많은 이들이 국가의 그런 정책에 편승하고 있다. 아직도 세월호는 차가운 물 속에 있고, 단 한 번도 구조를 시도한 적이 없다. 그래서 억울한 것이다. 정혜신은 그들 속으로 들어갔다. 마을 회관에 밥을 차려 같이 먹는 이야기는 '환하게 슬프다.


"유가족들이 광화문에 나갔다가 물대포를 맞고 들어온 날, 도보행진하고 지쳐서 들어온 날, 경찰하고 대치하다 갈비뼈가 부러진 날, 그런 날에는 엄마 아빠들에게 밥상을 차려주며 그래요. 여기서 잘 먹고 기운내서 또 나가자고요. 그러면서 환에게 울어요. 그래서 군량미라고 합니다. 이렇게 밥이 사람의 마음에 주는 울림, 치유적인 효과를 저는 현장에서 너무나 많이 느낍니다."(86-87쪽)


진짜 사람이다. 같이 울고 같이 웃는 것.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인터뷰에 '리본 다는 것'에 대해 질문한다. 무슨 도움이 되냐구? 


죽음이 두려운 것은 완벽한 잊힘 때문이다. '내가 거대한 고통 속에 홀로 매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느낌은 피해자를 살게 하는 근본적인 힘'이 된다. 평택 쌍용차 해고자들이 고립되었다고 느낄 때 대한문에 분향소를 차려놓고 농성하고 들러주고 분향해 주는 것을 보고 살힘을 얻었다. 노란 리본도 우리가 잊지 않았다고 알려 주는 것이다.(요약) 그들은 그것을 보며 살 힘을 얻는다.


노란 리본을 달아야 겠다. 그리고 이 말도 꼭 기억하고 싶다.


"한 사람의 품격은 그 사회의 사람들이 고통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서 알 수 있다고 합니다."(118쪽)


우리 사회의 품격은 그렇다치고 나의 품격은 어떤가? 문득 부끄러워 진다. 노란 리본을 달자. 그거라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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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9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낭만인생 2016-09-30 19:4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저도 시도해볼까 싶네요..

붉은돼지 2016-09-29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침 저도 이 책을 읽고 있습니다. 어제 잠자리에 들기전에 침대에 누워서 한 10여페이지 읽었습니다. ^^

낭만인생 2016-09-30 19:42   좋아요 0 | URL
금방 읽혀지네요.. 페이지도 얼마 안되구요.

나와같다면 2016-09-29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로..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함께 비를 맞는거..

정혜신님의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저에게 많은 위로를 주는 책입니다

낭만인생 2016-09-30 19:43   좋아요 0 | URL
그 책도 읽어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