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개 고양이 대학살 - 인간의 전쟁에서 지워진 동물 학살의 역사, 재구성하다 동물권리선언 시리즈 20
힐다 킨 지음, 오윤성 옮김 / 책공장더불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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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개 고양이 대학살'은 세계대전 당시 영국과 인근 유럽국가에서 비인간동물을, 특히 개와 고양이를 인간동물이 어떤 방식으로 다루었는지 쓰고 있다. 비인간동물과 관련된 빈약한 문헌을 최대한 모으고 찾아 쓴 역사적 사실에서 인간동물은 반려동물을 사랑하지만 '쓸데없는 존재'로 여기며 '유익하다'라고 생각되는 가축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모습을 보인다. 전시 중 배급되는 식량은 가축에게 우선적으로 지급되는 것으로 보여졌다. 반려동물의 위치가 더 중요하게 생각되는 현대와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반려동물과 가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세계대전 당시와 현대는 완전 뒤바뀌어있다고 생각되었다. 개인적으로 어떤 권리도 다른 권리 위에 있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두 평행세계의 논리는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만, 기억에서 애써 지우려고 한 기록을 다시 끌어올려 전쟁의 잔혹함을 비인간동물 중심으로 서술하였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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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계절에 잠시 큐큐퀴어단편선 6
천선란 외 지음 / 큐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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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계절이라고 쓰면 뮤지컬 렌트의 OST Seasons of Love가 생각난다. 1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셀 수 있느냐는 물음에 햇빛이나 자정으로 시간을 지남을 알 수 있지만 한 밤중에 마셨던 커피라던가 크게 웃었던 순간, 자살을 시도했던 방법으로도 셀 수 있다. '서로의 계절에 잠시'에서 1년이라는 시간을 너와 내가 만나고 그립고 차별에 상처받지만 숨지 않은 그 기억으로 세기도 한다.

나는 6개의 단편 중에서 '흰 밤'과 '지향'이 제일 인상깊었다. '흰 밤'에서는 오래된 연인과 헤어지고 알콜중독증상을 인지하지만 술을 끊지 못하는 '나'. 빛이 있지만 밝지 않고 잠들지 못하는 밤으로 1년이 기억되는 사람은 감정을 누르듯 살아가고 슬픔도 술에 흘려가 기억하지 못할까 궁금했다.

'지향'은 젠더 이분법으로 나뉘지 않은 에이섹슈얼과 세상의 정상성에 맞서는 투쟁이 죽음으로 멈추어질 때를 보여주었다. 세상은 한 가지 지향에 사람을 맞추길 원하지만 모든 사람은 각기 다른 지향을 가지고 살아간다. 정상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폭이 좁으며, 우리는 순간을 살아가지만 마치 영원을 살 것처럼 시간을 보낸다. 사랑은 에로스적인 애정으로만 정의되지 않으며 관계는 늘 변하기 마련이다.

2025년 12월이 되면 나는 2025년이라는 1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나의 계절에는 누가 잠시 머물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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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소셜 네트워크 - 인간보다 정교한 동물들의 소통에 관한 탐구
리 앨런 듀가킨 지음, 유윤한 옮김 / 동아엠앤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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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연결망(social networks)이 오직 인간동물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비인간 동물 세계에서도 정교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다수의 연구에서 나온 결과이다. 흡혈박쥐가 동료에서 음식을 나누어주거나, 코끼리처럼 무리가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인사를 하며, 영장류 특유의 사회 행동은 인간동물과 흡사하기도 하다. 비인간 동물의 이런 사회활동은 고립을 피하려는 본능과 살기위한 생존 본능의 결과물이라고 생각된다. 포식자와 변화하는 자연환경에서 사회활동을 잘 해야지만 자신은 물론 전체 무리의 생존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이 가지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의 차이는 무엇일까? 비인간동물은 기본적으로 이미 이어져 있는 관계를 더 끈끈하게 만들고 유지함이 1차 목적이라면, 인간동물의 경우 관계를 확장하고 소유하려는 목적이 있다. 비인간동물의 연결은 자연의 힘에 대응하여 살기 위함이 우선이지만, 인간동물은 조금 오만하게도 자연을 정복한 상황에서 자신을 증명하고 빠르게 더 많이 연결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다보니 피로가 누적되고 SNS를 하지 않거나 비공개로 운영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인간동물은 더 많은 인간동물과 연결되기보다 어떻게 하면 사회적으로 서로 도울 수 있게 잘 연결되는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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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진화
에밀 루카 지음, 마이너스 옮김 / 해밀누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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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루카가 사랑의진화를 쓴 19세기는 산업혁명의 시대였다. 산업화과 과학주의가 인간은 물론 지구 전체를 바꾸던 그 시대에, 에밀 루카는 사랑이 도덕적 감수성과 사회적 연대로 확장되어 가는 진화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였다. 사랑의진화는 다윈의 진화론을 인간관계의 영역으로 확장하여 사랑을 인간 진화의 산물로 정의한 개념이라고 생각된다. 고대 그리스에서 정의한 에로스적인 사랑이 종족 보전의 목적이라면 산업화되고 발전된 사회에서의 사랑은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사회적 에너지이며 공감과 이타심을 바탕으로 진화된 결과물이었다. 이기심에 바탕을 둔 무한경쟁으로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어렵지만, 타인에 대한 공감과 이타주의적인 배려는 인간을 도덕적으로 완성시키고 사랑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어떻게보면 에밀 루카의 사랑의진화는 사회진화론의 배경이 된 철학적 개념 중 하나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에밀 루카가 말한 공감과 연대로서의 사랑이 과연 인간만의 고유성이 아닌 사회화 된 모든 동물이 동일하게 가지고 있는 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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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타고나는가 - 유전과 환경, 그리고 경험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케빈 J. 미첼 지음, 이현숙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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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조건을 가끔은 무조건적인 '유전'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있다. 유전자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개별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 도구는 맞지만, 우리 인생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존재는 아니다. 유전자는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며, 예기치 못한 환경적인 요인과 무작위적인 우연에 따라 다양하게 발동된 정체성이 하나의 인간을 만드는 것이다.

여성과 남성을 결정한다는 X와 Y 염색체만 보더라도 성별의 차이는 단순한 단일 유전자의 결정체가 아니다. X와 Y 염색체에 따른 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에스트로겐)이 뇌의 발달에 특정한 영향을 주는 것은 맞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다른 유전자와의 발달과정과 환경적인 요인이 작동한다. 여성이 공감력이 높고 남성이 공경성이 높다는 단순한 기질파악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만 봐도 알 수 있는데 하이에나의 경우 여성의 공격성이 더 높고 무리의 리더 역할을 하고, 긴팔원숭이의 경우 성적이형이 거의 없는 영장류이다. 단순히 X와 Y 염색체로 공격성과 공감능력에 대한 것을 나눈다면 하이에나와 긴팔원숭이의 사례는 유전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은 물론 모든 동물은 각 개체별로 다양한 성격과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간다. 우리 모두가 특정 유전자로 분류하고 나눌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우리는 유전자로 존재를 나누기보다 각기 다른 개체로서의 삶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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