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봐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포스터 때문이었다.


포스터에서 <다분히> 발레 무용수로 보이는 한 남성이 점프를 하고 있는 사진을 보고 어떤 내용이던지간에 영화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 사람은 분명히 춤을 엄청 잘 추는 사람이었다.


댄서의 포스터에 있던 남성이 세르게이 풀루닌이라는 유명한 무용수이고 엄청난 실력자이며 한때 영국 로열발레단의 수석 무용수였다는 사실을 알게된 것은 포스터를 보고 난 후 얼마 뒤, 영화 홍보 포스트를 보고 나서였다.


어제 X윤리위원회 때문에 하루종일 (느낌상) 6시간의 지하철을 탔고, 몸은 피곤하고, 목은 뻐근했지만 영화는 보러갔다.


춤이라는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세르게이. 그 재능을 보고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계획한 엄마. 돈을 번 아빠와 할머니.


평범을 뛰어넘는 재능으로 세르게이는 최연소 로열발레단 수석 무용수가 되었지만, 그 목표지점에 도달하였을 때 모든 것은 파괴되어있었다.

- 부모의 이혼, 가족의 해체, 삶의 피폐.


세르게이는 평범해지고 싶다고 했지만, 사실 은연 중에(내심 알고있었을지도) "춤이 바로 나다."라는 표현으로 본인이 평범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거다.


어쩌면 평범해지고 싶다기보다는 얽매여진 것이 아닌 자유로운 춤을 추고 싶지 않았을까?


영화 중간에 어린 세르게이의 모습이 많이 나왔고 춤을 추는 세르게이의 모습도 많이 나왔다. 그 중 제일 인상깊었던 것은 한 10살쯤의 세르게이가 품이 넓은 바지를 입고 춤을 추던 모습이었다. 어떤 형식을 따지지 않은 이른바 막춤이었는데, 그 때 잠깐 보았던 세르게이의 표정이 정말 행복해보였다.


많은 언론이 세르게이의 로열발레단 탈단을 가지고 이런저런 말이 많았던 모양인데, 그 말을 쏟아냈던 사람은 본인이 22살 때 뭘 하고 있었나 생각해보면 좋겠다.


매일 오전부터 연습하고 리허설하면 저녁 7시, 그리고 8시부터 공연.

개인의 생활은 포기하고 춤만 추고 공연만 한다면 결국 자신도 잃고 춤도 더 출 수 없이 아웃되어버릴텐데, 단지 발레단 탈단을 했다는 이유로 사람을 여론몰이로 까는 것은 아니다.


영화에서 Take me to church가 나오고 난 이후 세르게이가 영상을 찍는 내내 많이 울었다고 했다.

그 사람이 울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영상에서 세르게이가 머리를 감싸안으며 고통스러워하는 장명(2번 나온다.)이 나올 때 온 피부가 저릿하고 슬펐다.


- 잡설. 세르게이가 우크라이나 출신이고 우크라이나의 수도가 키예프라는 것을 (영화를 보면서) 새삼 다시 깨달았을 때, 갑자기 체르노빌 생각이 났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키예프 근처에서 터졌다는 사실이. 책 체르노빌의 눈물을 너무 감명깊게 읽어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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