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7시가 넘어서 잠이 자기 시작했는데 10시 30분에 잠에서 깨어났다.

정말 일어나기가 싫어 침대에서 뒹굴거리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있다가

겨우겨우 일어나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에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다.

어제 만났던 동행에게 시간이 있으면 점심을 함께 먹자고 하였으나 버스시간이 촉박하여 만나지 못했다.

 

창밖을 보니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다가, 비가 잠깐 그쳐서 나갔지만 이내 비가 다시 내렸다.

Olympia Teatro 옆에 있는 스타벅스에 갔더니, 어제까지만 해도 사람이 너무 많아 앉을 자리는 커녕 서 있을 곳조차 없었는데

오늘은 자리가 텅텅 비어있었고 몇몇 자리에 (아마도) 기차시간을 기다리며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보였다.

에스프레소를 시키고 인터넷 접속을 시도하다가 안 되어서 결국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가 잠깐 그친 거리를 걸으며 사진을 찍고, 저번에 봤었던 만화전문서점에 가보았더니 시에스타 시간이라 문이 닫혀있었다.

너무 피곤해서 fnac에 들어가 소파에 앉아있다 깜박 졸아버렸다.

얼마나 졸았는지 생각이 나지 않지만 눈을 떠보니 5시가 넘어 있었다.

꽤 오래 졸고있었던 것 같은데 내가 매일 들고다니는 카메라와 지갑, 가방에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다.

 

fnac에 있는 만화코너를 찾아가보니 어른이 많이 있었고, 나도 그 틈에 끼어서 만화책 구경을 하였다.

며칠 전 산 '파란색은 따뜻하다' 스페인어판의 비닐이 벗겨져있어(내꺼는 아직 벗기기 전)

재빨리 들고 책장을 넘기며 구경을 하였다.

한국과 다른 판형에. 필기체로 쓰여진 글씨, 게다가 스페인어라 몇 번을 본 책이었는데도 낯설었고 마치 다른 책을 읽는 것만 같았다.

 

fnac에서 나오니 비가 내리고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었다.

기어이 만화전문서점에 가겠다고 우산을 피고 나섰다가 우산은 망가져버렸다.

바람과 비에 맟서며 간 만화전문서점에서는 스페인어로 적혀있는 일본만화는 물론 마블같은 것도 있었고 영국이나 프랑스 작가의 것으로 추정되는 책도 있었다.

프랑스 여성 작가라고 생각되는 만화책이 한 권 더 있었서, 스페인 여성 작가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였지만 알 수도 없고 주인장에게 물어보기도 귀찮아 그냥 나와버렸다.

 

고장난 우산을 완전히 버려버리고 비를 맞으며 숙소로 돌아오다가 우산 파는 곳이 보여 얼른 하나를 사서 쓰고 왔다.

숙소에 도착하여 앉아있는데, 오늘 아침 7시까지의 일이 며칠 전 일처럼 느껴졌다.

한국인 동행과도 즐겁게 대화하였고, 우연히 만나 몇 시간을 같이 돌아다닌 스페인 4인방과도 즐거웠는데 다시 혼자가 되어 방에 우두커니 있으니 외로워졌다.

 

게다가 일정을 확인해보니 내가 발렌시아에 머무르는 날이 3일 밖에 남지 않아 쓸쓸하고 우울해져버렸다.

23일에 AVE기차표를 예매해둔 사실을 잊지는 않았지만, 화요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월요일이라 충격이 더 컸다.

발렌시아에 머무르는 날이 하루가 줄다니.

나는 이제 어쩌지, 발렌시아에 더 머무를까, 톨레도 갔다가 발렌시아에 다시 와서 하루나 이틀이라도 더 있을까 별별 생각을 다하다가 결론없이 저녁을 먹으러 밑으로 내려갔다.

저녁을 먹으면서 짧은 영어로 숙소 주인 마르코와 대화를 나누었다.

한국은 숙박비가 비싸냐, 사는데 얼마나 드냐, 여기가 좋냐, Falla 타는 것은 잘 봤냐

숙박비는 싼데도 있고 비싼데도 있다, 물가는 여기보다 비싸다, 발렌시아 좋다, Falla 타는 거는 잘 봤고 오늘 새벽 4시에 들어와서 7시에 잠을 잤다.

능숙하지 않은 영어때문에 의사소통이 어려웠지만(주로 내가 못 알아들어서)

그래도 마르코와 이야기하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 리스본 숙소를 취소했는데, 리스본에 안 가는 대신에 발렌시아를 올까라는 생각이 들어 부킹닷컴에 들어갔다. 렌페가격도 알아봐야 될 것 같다.

 

- 발렌시아를 떠나기 싫다. 돈만 있다면, 여기서 생활비를 벌 수 있다면, 내가 스페인어를 공부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면 이 곳에 더 머무르고 싶다.

 

- 나의 의지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나, 한국으로 돌아가 스페인어 공부를 시작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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