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아이 - 우리는 어떻게 공모자가 되었나?
한종선.전규찬.박래군 지음 / 문주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을 읽는 내가 모르는 당신은 장애인거주시설에 대해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아십니까?

 

이 책을 읽고 몇 달 동안 리뷰를 쓰지 못 했다.

무슨 말을 어떻게 써야 할지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전혀 모르겠어서.

내가 쓰는 이 글을 읽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테고,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겠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이 글을 읽을테니까.

 

내가 지금 일 하는 곳은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살았던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을 하게끔 지원하는 곳이다. 나를 제외한 다른 활동가 모두 (대다수의 사람이)최중증장애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적게는 3~4년 많게는 10년이상 사셨던 분들이다.

장애인과 같이 어떤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장애인거주시설을 설명할 때, 나는 영화 도가니에 나왔던 학교기숙사가 장애인거주시설이라 말을 한다. 이거는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온전히 옳다고 할 수도 없다. (장애인)특수학교의 기숙사가 한국의 법에서 장애인거주시설인 것은 사실이지만, 장애인거주시설이 그 한 가지의 종류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동거주시설부터 어른이 사는 시설까지 시설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리고 그 곳의 환경도 시설의 종류만큼 다르다. 영화 도가니처럼 직접적인 인권침해(폭력, 성폭력, 강제성추행 등)이 일어나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시설이 인권침해를 하고 있다. 시설이라는 곳 자체가 인권침해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장애인인 움직이기도 힘들고 혼자 먹고살기도 힘든데, 괜히 비장애인과 같이 있다가 무슨 봉변당하는 것보다야 장애인끼리 시설에서 같이 사는 게 더 안전하지 않느냐고.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장애인을 보호해주지 않느냐고.

나는 말한다. 장애인에게 사회가 위험한 곳이라면, 장애가 없는 당신에게도 사회는 위험한 곳이라고. 장애인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면, 당신도 안전하게 보호해줄테니 저기 산골짜기 깊은 곳에서 대신 먹여주고 대신 입혀주고 대신 씻겨줄터이니 당신이 시설에 들어갈 살라고.

시설이라는 곳이 어쩔 수 없이 단체생활을 하다보니, 개인의 자유보다는 규칙이나 규율을 정해놓고 따라야한다. 정해진 시간에 남들과 똑같은 밥을 먹고, 정해진 시간표를 따르다가, 정해진 시간에 잠을 자는 것이 시설에서의 삶이다. 이 규칙을 어기면 벌을 받는다. 이게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처럼 친구들과 같이 가는 수학여행이라면 2~3일 좋은 경험이었다며 그냥저냥 참겠지만, 이제 2~30년 평생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라면 그 누가 좋을까?

 

장애인거주시설에 대해 두서없이 길게 쓴 것은 이 책의 내용일 1980년대의 시설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시설에 대한 기억이기 때문이다.

영문도 모른채 시설에 끌려가서 단체생활을 하게되고, 폭력과 폭언, 극한의 인권침해를 받은 사람 중에서 겨우 살아남은 사람이 자신의 기억을 더듬은 내용이기 때문이다.

한 가족이 연고지가 없다고 허위기록되어 그 당시 시설로 들어간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설에서의 삶이 현대의 장애인거주시설의 일상과 그리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당사자가 썼다. "나는 싸이코패스가 될 수도 있었다. 시설에서의 삶이 나의 싸이코패스 성향을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싸이코패스가 되지 않기로 선택했다. 그러면 내가 싸이코패스이기에 시설에 들어가게 된 것처럼 보일 수 있을 테나까. 나는 싸이코패스가 아니고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그냥 옛날 군사정권 시절의 끝난 이야기라고 현재의 장애인거주시설과는 다르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근데 그거는 당신의 생각일 뿐 현실은 생각과 다르다.

장애인거주시설은. 인권침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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