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공주는 자정 이후에 죽는다'는 2차성징이 찾아오기 전, 9살 루루의 하루에 대한 이야기다. 루루는 퀴어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아직 인지하지 못 한 어린 아이이다. 역할놀이를 할 때 공주를 하고 싶어한다는 점, 바비인형을 가지고 논다는 것, 같은 동네에 사는 형을 동경한다는 이유로 남자아이를 무조건 LGBT로 단정하는 것은 성별 고정관념을 고착화시키고, 편견에 기반한 차별적인 시선인 것은 맞다. 어린아이에게 특정 문화가 가진 성별 개념이나 성적 지향을 강요하는 것은 사회를 탐색하고 재정의하는 기회를 없애버리는 것 일수도 있다. 루루가 자신의 LGBT로 인지하게 된 계기는 공주놀이나 바비인형을 좋아하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맥락과 감정에 기반한 것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인지하면 좋겠다.
난 법적 아내가 아닌 여성과 사랑에 빠져 원가정을 버리는 가부장적인 아빠보다는 퀴어프렌들리한 누나와 자녀에게 성별 고정관념을 강요하지 않는 엄마가 루루와 함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누나는 헤테로(이성애자)이지만 루루가 성적 지향에 대해서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더 잘 받아들일 수 있게 설명을 해준다. 엄마 역시 그래픽노블 마지막에 하얀 드레스를 루루에게 입혀주며 특정 성별 역할에 대한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모든 공주는 자정 이후에 죽지만, 퀴어는 어떻게든 죽지 않고 살아남아 있기를 바란다.
많은 문학작품, 영화 등에서 퀴어의 삶은 비극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에 따르면 LGBT 청소년의 경우 헤테로 청소년보다 자살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비율'이 3배 정도 높고, 자살 시도는 5배 정도 높다고 조사하였다.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는 LGBT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학교나 가족 내에서 사람을 괴롭히고 차별하기 때문에 자살 위험이 높게 나오는 것이다. 나는 루루가 자신의 지지해주는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최소한의 안정장치가 보장된 삶을 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