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도시들 시리즈에서 재미있는 것은 뉴욕을 대표하는 정체성 중 백인 남성이 없다는 것이다. 흑인, 여성, LGBTQAI, 이민자, 혼혈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갖춘 인물이 뉴욕과 뉴욕의 자치구를 대표한다. 미국과 뉴욕이라는 지역은 문화, 역사, 인구 구성원으로 보았을 때, 다양한 인종, 정체성, 문화가 살아 움직이는 다층적인 곳이기 때문이다. N.K.제미신은 이 세계를 위협하는 적을 단순히 생명을 파괴하고 싶은 외계의 무언가로 규정하지 않았다. 차이를 없애고 신뢰와 공동체를 깨지게 만들며 새로운 문화가 유입되지 않게 하여 스스로 고여 썩게 만드는 혐오를 적으로 구체화하였다. 인간의 공동체는 신뢰가 없어지고 공동체가 깨지며 차이를 인정하지 않을 때, 결국 없어져 버린다는 것을 판타지 소설로 보여주는 것이다. 아마 책에 나오는 없어진 고대 도시는 이런 혐오와 갈등 조장 때문에 스스로 죽어버린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위대한 도시들 시리즈를 읽으면서 서울은 물론 한국에서 득세하는 혐오 정치와 혐오 범죄가 생각났다. 특정 정치인의 정치적 혐오 발언,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며 SNS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댓글 싸움과 갈등, 2026년 6월 13일 진행되었던 퀴어문화축제 행사 당일 퍼레이드를 할 때 보았던 LGBTQAI 반대 문구를 떠올리면 '이 나라는 스스로 망하는 길을 선택한 건가?'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혐오와 갈등 조장은 결국 공동체를 약하게 만든다. 나와 생각이나 성적 지향, 아니면 무언가가 다르다는 이유를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것은 정당한 의견 제시가 아닌 갈등 조장인 것이다.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하고 똑같은 삶을 살아갈 수는 없다. 의견이 다를 때 적당한 합의안을 작성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무조건 욕과 비판을 쏟아내며 소리 지르는 것이 정답이 아니다.
한국이 전 세계에서 자살률이 1위이고 출산율이 최저인 이유는 갈등만 남기는 현재의 사회문화 때문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