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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를 초대하는 방법 - 기후위기 시대, 인간과 자연을 잇는 도시 건축 이야기
남상문 지음 / 현암사 / 2025년 8월
평점 :
'새를 초대하는 방법'은 건축 기술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인간과 자연이 어떤 관계 속에서 살아나가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진짜로 우리 집 앞에 새를 초대하고 싶다면 방법은 아주 쉽다. 테라스 창문에 작은 물그릇을 걸어둔 뒤, 물과 새가 주로 먹는 쌀알 같은 것을 채워두면 된다. 깨끗한 물과 음식이 있다면 새는 자연스럽게 날아오게 되어있다. 개인이 아닌 공공성을 바탕으로 새를 초대하는 것은 어렵다, 도시에서 작은 수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유지 관리와 보수가 필요하고 경제적인 논리가 있어야 한다. 도시에서의 수공간은 자연을 위한 공간이 아닌 전적으로 미(美)와 품위를 위한 장식적이고 인공적인 공간이 된다. 도시의 외적인 아름다움은 자본으로 그려지고 화려하고 투명한 건물이 높아질수록 새를 비롯한 다른 동물과 나무는 보이지 않게 된다. 건물의 유리에 부딪혀 죽는 새를 보면 인간이 도시를 만든 방법이 잔혹하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새를 초대하는 방법'을 읽으면서 이번 겨울 집 근처 카페 앞에서 온수관이 터졌던 날 아침이 생각났다. 갑작스럽게 터진 온수관은 카페 앞에 작은 물웅덩이을 만들었다. 난감한 표정으로 전화를 하고 있던 카페 사장 옆으로 동네 비둘기 여러 마리가 따뜻한 물 속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인간에게는 예기치 못한 사고가 도시의 새에게는 따뜻한 온천이 된 것이었다. 내가 본 사건이 아니더라도 서울이라는 메가시티 안에서 다양한 생명이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창덕궁 안에서는 너구리 가족이 살고, 청계천, 안양천, 홍제천 같은 도심의 하천에서는 왜가리와 오리 같은 새를 볼 수 있다. 도시는 인간을 위한 공간이 아닌 수많은 생명이 공존하고 있는 곳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과 공간을 바라보는 태도가 바뀐다면 도시의 모습은 지금과 달라질 수 있을거라 믿는다. 우리는 도시를 인간만이 살아가는 공간이 아닌 나무와 바람과 숲의 공간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