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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지옥
유메노 규사쿠 지음, 마이너스 옮김 / 해밀누리 / 2025년 11월
평점 :
유메노 규사쿠의 미스터리소설 소녀지옥을 읽은 후 단편 속 여성 주인공이 모두 어딘가 기이하게 뒤틀렸다는 인상을 받았다. 희한하게도 이러한 뒤틀린 느낌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가 만든 보이지 않는 압박의 결과에 가깝다. 1930년대 일본은 빠른 산업화 속에서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확대되던 시기였지만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제한적이었다. 사회가 여성의 직업으로 인정한 것은 감정노동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업 종사자거나 남성을 보조하는 역할뿐이었다. 상황에 따라 성적 권력에서도 취약한 위치에 놓이기 쉬웠다. 이런 사회 분위기는 여성을 자신답게 살아가기보다 사회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남기를 요구하였다. 소녀지옥에 수록된 단편의 세 여주인공은 이런 압력 속에서 정체성을 잃고 흔들린다. 기이한 정서의 사회가 여성에게 가한 의도하지 않은 무심한 폭력이었다.
씁쓸한 점은, 소녀시대가 1930년대에 일본에서 쓰였음에도 같은 문제가 2025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2025년의 우리는 SNS에서 피해 여성의 목소리를 의심하고, 언론이 사건을 소비하듯 다루는 장면을 목격하고 있다. 성적 권력의 불균형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유메노 규사쿠는 기괴한 심리 묘사가 단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사회라는 거울에 비친 어두운 단면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소녀지옥은 소녀만의 지옥이 아니라, 시대가 만들어낸 모든 사람의 지옥이다.
누군가는 왜 아직도 침묵 속에서 같은 고통을 반복하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