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갈대의 목차를 보면 제1부 왕조의 몰락부터 제2부 살아있는 갈대의 투쟁, 제3분 끝나지 않는 갈등으로 이어진다. 대지 3부작처럼 아버지-아들-손자가 주인공이 되는 시스템인데 대지보다는 분량이 적어서 한 권으로 출간될 수 있던 것 같다. 전반적인 서평에 앞서 개인적으로 2014년에 출간된 책인데도 번역의 퀄리티가 매우 낮고, 오탈자가 많아서 아쉬운 소설이라고 생각되었다. 그 외로 미국인의 시선에서 쓰여진 책이다보니 펄 S. 벅의 스토리텔링이 아무리 좋아도 한국인의 시선에서는 한국의 역사 및 문화에 대한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대지 3부작을 중국인이 싫어한다는 내용을 얼핏 들은 것 같은데, 내가 살아있는 갈대를 읽어보니 왜 중국인이 대지를 싫어했는지 공감이 간다. 다만, 케네디 대통령이 식사 자리에서 펄 S. 벅에게 "주한미군에 너무나도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고 있으며, 따라서 옛날처럼 일본이 한국을 지배통치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자 바로 정색을 하며 "그것은 마치 미국이 옛날 영국의 식민지로 돌아가자는 말과 같은 것"이라고 반박했다는 일화를 보면 최대한 한국인 입장에서 소설을 쓰려고 노력한 것 같다.
일환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제1부 왕조의 몰락을 읽을 때, 불편했던 점은 조선 후기의 복잡한 정치적 상황과 당파적인 이해관계가 비교적 단순화되었다는 것이다. 명성황후와 대원군의 갈등이 여성 정치인과 가부장적인 대원군의 개인적인 갈등으로 비춰진 모습이라거나 일환의 행동이 개인적인 용기와 비극으로만 보였다는 것은 유럽계 백인이 보는 아시아의 전형적인 모습으로만 비추어진 모습이다. 한국 민중이 가지고 있던 상황이 고된 삶과 낙천적이고 순박한 이미지로만 표현된 것은 아쉽다.
그럼에도 펄 S. 벅은 한 가족 내에서 변화하는 사회와 다양한 이념 갈등을 풀어내기 위해 노력했다는 흔적이 보인다. 성격이 서로 다른 두 형제 연환과 연준의 선택은 민족적 정체성과 자유, 분열되는 윤리와 개인의 희생에 대하 문학적 묘사로 쓰여지고 있다. 개인의 행복을 뒤로 하고 민족을 위해 정처없이 떠돌지만 폭력주의를 정당화 할 수 없는 연환과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가족을 위해 희생하려다 사망한 연준의 삶은 시대적 비극이다.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이지만 혁명가로서 살았던 연준과 순교자가 된 연환에 이어 부모없이 살아 방황하는 사샤와 중립을 지키고자 하는 양의 갈등은 단순한 정치적인 입장 차이를 넘어 역사가 만든 비극의 서막이었다. 그 당시의 한국에서 한국인은 어떤 삶은 살아야만 하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