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니즘 - 음식에서 윤리까지 식습관을 넘어선 비거니즘의 모든 것
에바 하이파 지로 지음, 장한라 옮김 / 호밀밭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거니즘은 단순하게 고기, 해산물, 우유, 버터, 난류 등을 먹지 않는 식습관에 대한 도서가 아니다. 시대에 저항하는 정신과 사회 내에서 비인간 동물을 억압하는 구조과 교차하는 실천의 다중적 의미로 볼 수 있다. 인간 동물과 비인간 동물의 관계에서 인간동물의 소비는 비인간동물에 대한 착취를 넘어서 차별과 생태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게 만든다. '식물도 생명이다'라는 도덕주의와 불편함에 대한 회피와 조롱의 논조에 대해 반격을 하는 것이 아닌 사회 내에서의 모순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에바 하이파 지로의 큰 뜻이라고 생각하였다.

한국어로 번역된 비거니즘을 읽으면서 저자의 의도를 흐리고 정치적 의미를 훼손하는 언어 선택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 부분은 '식물성 우유', '대체우유', '비건우유'라고 쓴 단어였다. 이런 단어 선택은 단순하게 번역의 실수가 아니라 한국 내에서 비건 운동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유(牛乳)라는 단어에서 '우'는 한자로 표기된 소 우(牛)를 의미한다. 두유를 두우유(豆牛乳)라고 표기하지 않고 두유(豆乳)라고 표기한 것처럼 식물성 우유라는 단어 자체가 모순되며 의미를 비틀고, 비건이 지향하는 정치적 입장을 무력화시키는 행위이다.


인스타그램을 통하여 출판사 측에 단어의 오류를 전달하였으나 출판사 측은 “2022년 10월 당시에는 사회적으로 ‘식물성 우유’나 ‘대체우유’를 다른 단어로 대체하려는 합의가 온전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는 사실과 다르며, 매우 무책임한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식물성 우유’는 자체가 잘못된 표현이며, 이를 사용한 것은 사회적 합의의 문제 이전에 기본적으로 한국어라는 언어에 대한 이해도와 감수성이 매우 낮다고 생각되었다. 외국의 서적을 번역하여 출판을 하는 것은 단순히 글자를 옮기는 기술이 아니다. 번역과 편집은 원저자의 사상과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행위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핵심 개념을 훼손하거나 오역하는 것은 원저자의 철학을 왜곡하는 일이며, 더 나아가 비건 운동에 대한 대중의 오해를 부추길 수 있다. 비건을 실천하는 삶이란 비인간동물의 신체와 노동을 상품화하지 않는다는 정치적 입장에서 출발하며, 언어 역시 그 정치적 색채를 반영해야 한다. 동물의 신체를 전제로 한 언어 차용을 지양해야 하는 상황에서 잘못된 단어 선택은 비건 운동의 중심 가치 중 하나인 [인간동물 중심의 세계관을 전복하려는 시도] 자체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비거니즘의 철학에 대한 출판사와 번역자의 무지가 아쉽다. 비건 운동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오해와 왜곡에 시달리고 있기에 비건 관련 서적의 출판은 사회적 인식에 깊은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출판 과정에서 윤리적 감수성과 언어적 세심함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며, 비건이라는 운동의 본질을 흐리지 않는 ‘언어적 실천’이 요청드리는 바다. 정치적인 부분에서의 언어 선택도 매우 중요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