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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레퓨테이션: 명예 1~2 세트 - 전2권
세라 본 지음, 신솔잎 옮김 / 미디어창비 / 2023년 11월
평점 :
시작은 일을 하는 여성이었다. 정확하게는 여성 정치인이었다. 리벤지 포르노와 관련된 법안을 준비하는 열정적인 여성 하원의원. 페미니스트'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SNS상에서 다수의 남성에게 폭언을 듣고 있는 여성이었다. 한국은 물론 정말 많은 국가에서 '남성보다 우월해 보이는 여성'이면서, 실제로 어느 정도의 권력을 가진 것 처럼 보이는 여성은 폭력적인 언사를 듣는 것이 공통인 것 같다. 심지어 그 여성의 정치 성향이 우파/좌파인 것과는 상관이 없다. 한국에서도 박근혜, 전여옥, 나경원부터 장혜영, 류호정까지 정말 많은 '욕설'을 듣고 있다. 우파 여성 의원은 좌파 남성에게 좌파 여성 의원은 우파 남성에 '동일한 폭언'을 듣는다.
레퓨테이션의 주인공인 엠마는 리벤즈 포르노를 처벌하는 법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고 이 부분은 다수의 남성이 엠마에게 '남성혐오 페미니스트'라는 낙인을 찍는 이유가 되었다. 불법촬영 영상물에 대한 법적 처벌을 하자는 주장이 '왜 특정 성별을 비난하는 일'처럼 여겨지는가에 대한 부분이 언제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절대 다수의 남성'이 여성의 신체를 불법촬영하여 공유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라면 그 사회는 잘못되었다. '범죄자로 의심받는 것'이 기분나쁘다면 오히려 자신은 상관없는 일이니 불법촬영 영상물을 촬영 및 유포하는 사람을 더 강력하게 처벌하자고 남성이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레퓨테이션에서는 엠마의 자녀 클레어가 학교폭력 피해자이자 라벤지 포르노 가해자가 되었고, 엠마는 자녀를 지키기 위해 실수로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이 되었다. 책의 내용을 스포할 수는 없지만 엠마도 라벤지 포르노 피해자이기도 했다. 여성이 극성 페미니스타가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이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남성으로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이 사회에서 상당한 특권을 누리는 일인데, 많은 남성이 이 기득권을 빼앗기고 싶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의 피해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