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이윤하가 쓴 '호랑이가 눈 뜰 때'를 읽고 난 후에 같은 '천 개의 세계' 시리즈로 출간 된 '드래곤 펄'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 읽게 되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생활한 사람답게, 한국 문화나 감성에 대한 이해도는 미국에서만 자란 한국계 소설가보다 월등히 높다고 생각되었지만, '드래곤 펄'은 집중해서 읽기에는 재미가 없었다. 미국의 문화를 받아들인 사람답게 '성중립' 언어를 사용하여 성소수자에 대한 인지는 높은 편이라고 생각되었지만, 나이가 어린 여성이 주인공일 경우 지정성별이 여성인 사람이 쓴 글보다 허술하다고 느껴졌다. 드래곤 펄의 주인공은 만 13세의 어린 여성인데 비교적 높은 능력과 실수 없이 일이 진행된다. 물론 나이가 어느 정도 많아 보이게끔 요술을 쓴다지만, 소설가 이윤하는 성별을 이유로 무시당하거나 차별당한 경험이 없는지 매번 매 순간마다 너무나 쉽게 일을 풀린다. 아마 현실에서의 진짜 여성이었다면 중간에 폭력을 당하거나, 위협을 당한 경험이 소설에 녹아있었을텐데 그런 일이 전혀 벌어지지 않고 쉽게 풀린다. '호랑이가 눈 뜰 때'와 '드래곤 펄'에서 느껴지는 것은 대가족에 대한 감성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었다. 대가족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청소년의 욕구와 국가에 대한 애국 사이에서 '드래곤 펄'의 주인공 여성은 가족을 선택하고, '호랑이가 눈 뜰 때'의 주인공 남성은 국가를 선택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 선택에 개인의 생각과 가족의 정체성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특징을 SF소설로 컨셉을 잘 만들었다는 생각은 들지만, 스토리 전개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