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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사라져야 할 곤충은 없어 - 곤충학자 김태우의 곤충 이야기
김태우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4년 4월
평점 :
개인적으로 '세상에 사라져야 할 곤충은 없어'라는 제목이 슬펐다. 김태우 박사는 곤충덕후로서 곤충이라는 존재에 대해 상당한 애정이 있을텐데 '세상에 사라져야 할 곤충은 없어'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판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곤충을 잘 모르는 일반 대중이 가지고 있는 곤충에 대한 혐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SNS에서는 모기, 파리, 바퀴벌레 등은 무조건적인 유해곤충이라고 생각하고 혐오하며 박멸해야 하고, 최대한 잔인하게 죽이는 방법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곤충이나 벌레를 무조건적으로 혐오하는 것 자체가 다수의 사람이 얼마나 자연에 무지하고 이해도가 낮은지에 대해 알 수 있고, 그만큼 도시화/산업화로 인하여 자연과의 친밀도가 떨어졌는지 확인하는 척도일 수도 있다. 모기와 파리 같은 경우는 다수의 사람이 해충으로 알고 있지만, 모기와 파리의 도움으로 수정을 하는 식물의 숫자가 벌과 나비로 수정하는 식물보다 많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적다. 모기와 파리는 벌과 나비보다 마르고 체구가 작기 때문에 꽃이 작은 경우 수분 과정에서 벌과 나비보다는 모기와 파리의 도움을 훨씬 더 많이 받는다. 모기와 파리가 없다면 특정 식물이 아예 멸종하여 자연생태계 파괴가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모기와 파리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곤충이 생태계의 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인간중심적인 시각에서 보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혐오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동서양에서 그림으로 곤충을 그렸던 심사임당과 지빌라 메리안의 가상 대화였다. 강릉시 죽헌동 강릉오죽헌의 율곡기념관에 있는 신사임당의 그린 초충도 병풍은 자연의 풀과 벌레를 소재로 하여 각 폭마다 꽃과 관련된 풀벌레가 그려져 있다고 하고, 독일의 생물학자이자 삽화가인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은 자신이 채집한 벌레와 식물을 소재로 한 수채화를 제작하여 다수의 삽화집을 출간하였다. 곤충은 자연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인다면 예술이 될 수 있을 것인데, 혐오의 시선이 아닌 관심의 시선으로 곤충을 바라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