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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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는 유명한 일본인 작가이다. 스페인의 서점에 스페인어로 번역된 아시아 작가 중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나 에세이가 제일 많았다. 채식주의자를 쓴 한강의 소설이나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가 스페인어로 번역되어 있기는 했지만 한국의 소설보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 압도적으로 더 많이 눈에 띄었고 그 다음이 스페인어로 번역된 중국 소설이었다. 한국에서 상실의 시대로 더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노르웨이의 숲은 나도 읽었었고 영화로도 보았지만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한 감정 때문에 딱히 좋아하지 않는 작품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IQ84나 다른 소설, 에세이를 읽을 시도는 해보았지만 잘 읽혀지지 않았다. 독서모임 송년회에서 굳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를 스스럼없이 집은 이유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글에 대한 도전의식 때문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유명한 이유는 어쨋거나 글을 잘 쓰기 때문일테고, 나는 익숙치 않음에 거부감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무라카미 하루키가 방문한 곳의 여행에세이를 한 권으로 묶은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의 목차를 보았을 때, 내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에서 느끼는 낯설음은 그저 익숙치 않음에 대한 거부감이 아니었다. 나와 무라카미 하루키는 종자부터 다른 사람이었다. 나도 살면서 여러 번 해외여행을 갔었고 꽤 다양한 나라를 다녀보았음에도 무라카미 하루키가 갔던 곳과 단 하나도 심지어 나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러기도 쉽지 않을텐데, 그냥 나와 무라카미 하루키는 뭐 하나도 전혀 안 맞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를 읽으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방식으로 본 세상의 일부를 알 수 있었지만, 나와 다른 사람의 존재에 대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글 읽기였다. 내가 이상한 사람은 아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이상한 사람은 아니다. 그저 서로 안 맞는 사람일 뿐이었다. 앞으로도 무라카미 하루키는 계속 글을 쓰고 출판을 할테고 나도 책을 읽다보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에 닿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서로 만나지 않는 평행선이 될 수도 있지만 아시아 문학의 한 부분으로서의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은 예술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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