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 푸른숲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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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위스키와 소설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니 제일 먼저 검색된 책이 바로 '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였다. 집 근처에 위치한 도서관이 보수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예약대출을 한 뒤 읽기 시작하였다.

이스라엘 출신이자 소프트웨어 개발자이면서 소설을 쓰는 요아브 블룸의 판타지 소설 '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를 처음 읽으면서 적응이 되지 않았다. 꽤 초반까지는 이 책이 단편소설 인가 싶었다. 한 명의 사람이 쓴 책인데도 여러 명의 사람이 쓴 소설처럼 이어지는 듯 이어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소설을 읽기 시작한 후 ⅓ 정도 되자 캐릭터가 처한 상황이 이어지기 시작하였고 중반을 넘어가자 꽤 흥미진진해지기 시작했다. 이 책은 경험에 대한 내용이었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특정 기술을 사용하여서 '경험'을 남에게 넘기는 것이 가능하다는 발상과 그 매개체가 주로 '술'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소설에서도 술이 아닌 과자나 음식으로도 경험을 이전시키는 것이 가능하기는 했지만 주로 사용되는 것은 '술'이었고 특히 위스키를 많이 사용한 느낌이었다. 왜 하필 술이었는지, 그중에서도 위스키라는 설정을 넣었는지 생각을 해보았다.

세상에는 다양한 술이 있고 그중에서 위스키와 와인은 전 세계에서 절대적인 인기를 차지하고 있다. 여러 증류주와 과실주가 있지만 위스키와 와인의 인기와 아성은 그 어떤 주류도 넘보지 못하고 있는 추세이다. 위스키와 와인의 특징이 무엇이 다를까 생각을 해보았는데, 위스키가 와인보다 오크통에서 숙성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길어서가 아닐까 싶었다. 와인은 오크통에서 보내는 시간이 최대 2년을 넘지 않는 것 같고 그 이후에는 병입을 하여 바틀 에이징을 하는 반면, 위스키의 경우 종류와 나라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스카치나 아이리시 위스키의 경우 10년 이상 숙성된 것이 매우 많다. '경험'이라는 것이 하루아침 사이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어떤 사람이 오랜 기간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오랜 시간 오크통에서 숙성되는 위스키가 경험을 녹일 수 있는 제일 좋은 매개체가 아니었을까 싶다.

나는 책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 중에서 악역인 스테판을 '동정'했다. 스테판이 악인이 된 이유는 원하지 않게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상처받았고 그 상처로 인하여 절망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스테판의 행동은 변명할 여지없이 악독한 것이었지만 스테판이 사랑하는 연인이 그의 곁에 계속 남아있었다면, 스테판은 악인으로 살아가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영웅이 되는 건 학교에서 영웅주의에 대해 배운 다음 나가서 용감한 행동을 하기 때문이 아니야. 용감한 행동을 하기 때문이지. 행동이야말로 사람을 만든다.

경험이 쌓여서 사람을 만든다고는 하지만, 나의 경험이 아닌 것이 온전한 나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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