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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45분 열차에서의 고백
리사 엉거 지음, 최필원 옮김 / 황금시간 / 2023년 2월
평점 :
여성이 주인공이 스릴러 소설을 읽다보면 어느 사회에서든지 성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인한 차별과 함께 자연적으로 남성이 가지고 있는 신체적인 우위로 인한 폭력에서 여성은 자유롭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셀레나와 그레이엄은 겉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좋은 가정이다. 사회적인 고정관념으로는 남성이 돈을 벌고 여성이 가정주부를 도맡아하는 집안이 아닌 여성인 셀레나가 집안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으며, 남성인 그레이엄이 자녀를 돌보고 있다. 아니, 그레이엄이 자녀를 돌보아야 했다. 개인적인 생각로는 여기에서부터 문제가 시작된 것 같다. 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고착화 된 사회에서는 거의 무조건 경제와 관련된 노동은 남성이 주로 하고, 가사와 돌봄 노동에 대한 부분은 여성이 주로 하게 되어있다. 그레이엄의 실직 이후 경제활동을 셀레나가 책임지게 되었다면 가사 및 돌봄노동은 그레이엄이 90%를 맡아야 하는 것이 맞다. 내 생각에는 그렇다. 하지만 그레이엄은 경제활동을 재개할 생각이 전혀 없음에도 가사노동과 두 자녀의 돌보는 일 또한 하지 않았고 그러기에 셀레나는 가사도우미가 필요해졌기에 사건이 시작되었다고 본다. 무조건 집 안에 있는 사람이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100% 전담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 사람이 경제활동을 100% 책임지고 있다면 성별과 상관없이 비교적 집 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은 사람이 더 많은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해야하는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 '7시 45분 열차에서의 비밀'에서는 여성인 셀레나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고 직장에 출근을 하고 있으니, 집 안에 있는 시간이 많은 그레이엄이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주로 해야만 하는데 전혀 하지 않는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그레이엄이 객관적으로 '나쁜 사람'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일을 하지 않거나 가사노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나쁜 사람'으로 규정짓는 것이 아니다. 스릴러 소설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스포일러 할 수는 없지만 그레이엄이 실직을 한 이유는 이 사람이 '나쁜 사람'이었기 때문이며,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한 줄로 평하자면 폭력적이고 위선적인 남성에 대한 여성 연대의 승리라기보다는 객관적으로 나쁜 사람을 처단하기 위한 일반 사람의 고군분투가 아닐까?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절대적으로 선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모두 조금씩의 결함이 있고 나쁜 짓을 하기도 하며 꼭 그레이엄이 아니더라도 범죄자 캐릭터도 있다. 그 범죄자조차 그레이엄보다는 덜 나쁜 사람이었을 뿐이다.
다른 사회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는 SNS에 보여지는 모습만을 보고 어떤 한 사람을 평가할 때가 있다. 우리가 언제나 명심해야 할 점은 SNS에 업로드되는 부분은 0.1초도 되지 않은 찰나의 시간을 잡은 사진이거나 길어야 2분 미만의 영상일 뿐이다. SNS에 업로드 된 셀레나의 가정은 상당히 화목해보이는 4인가정이었겠지만 그 이면에 생긴 조그만 틈까지 SNS에서 볼 수는 없다. SNS에서 보이는 사람의 모습 100% 진실이라고 믿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