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Penelope Cruz - Parallel Mothers (Madres Paralelas) (패러렐 마더스) (2021)(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Various Artists / Sony Pictures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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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페러렐 마더스의 원제는 Madres paralelas이다. Parallel Mothers의 스페인어 버전인데, 사실 스페인 영화고 감독과 출연진, 배경 모두 스페인인데 왜 한국개봉 시 제목을 영어로 바꾸었는지 1도 모르겠다. 스페인어가 한국인에게 통하지 않을 것 같으면 그냥 한국어 제목을 따로 붙이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는 페넬로페 크루즈가 맡은 사진작가 야니스(재니스)가 인터뷰이인 학자와 연인이 되고 임신을 하여 출산을 하는 과정에서 만난 아나와 여러 관계를 맺는 영화이다. 이 영화를 어떤 하나의 주제로 관통시키지 못하고 정리할 수 없는 이유는 사람이 살면서 생기는 모든 감정과 갈등과 이야기가 한꺼번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야니스는 이미 결혼을 한 학자와 한국으로 따지면 불륜관계에서 임신을 한 것인데, 한국이나 아시아 지역에서 이런 관계라면 엄청난 욕을 먹을 일이지만, 스페인에서는 별로 개의치 않는 분위기인 듯 하다. 야니스 주변의 그 누구도 야니스의 불륜에 대해서 왈가왈부 하지 않고, 야니스가 싱글맘으로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도 건들지 않는다는 점은 '이기주의가 아닌 개인주의가 가지는 장점'을 보여주는 듯 하다.

아나의 경우 동급생의 강간으로 임신을 하게 된 케이스인데, 청소년임에도 그리고 강간으로 낳은 아이라도 모성애를 가지고 키운다는 점에서 여러 고민과 생각이 들게 되었다. 아나는 부모의 이혼과 가족 관계 내에서 그 누구도 아나를 지지해주지 않았던 상황에서 병원에서 같은 날 출산을 하게 된 야니스에게 여러 부분을 의지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화가 많이 났던 부분은 아나가 학교 동급생에게 강간을 당했던 사실을 아나 스스로 그녀의 아버지에게 알렸음에도 아나의 아버지는 경찰에 신고를 하거나 아나를 보호해주기 위한 그 어떤 일도 해주지 않고 지속적으로 아나가 강간당하도록 두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아나의 아버지는 아나가 임신을 하자 바로 아나의 어머니에게 그녀를 보내버린다. 여러 면에서 가족에게 무책임하고 관심이 없으며 양육비까지 주지 않는 무책임한 아버지라는 설정이 어이없고 '이 인간은 뭐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병원에서 야니스와 아나의 아이가 뒤바뀌고, 아나가 키우던 야니스의 아이는 죽으며, 아나가 야니스의 집에서 생활하며 자신의 친 딸인줄 모르면서 보모 일을 하는 과정에서 아나와 야니스는 마치 부부나 연인과 같은 관계가 된다. 영화에서는 아나와 야니스가 키스와 섹스를 하며 야니스가 전 애인을 만나고 늦게 집에 들어온 날, 질투를 하는 모습도 그려진다. 아나가 모든 사실을 알고 야니스의 집을 나가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둘이 화해를 했는지 웃으며 같은 자동차에서 내리며 식사를 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다툼과 화해 사이에 야니스는 전 애인과 섹스를 하고 또 아이를 임신한 상태이며, 아나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영화를 관통하는 다른 주제는 바로 스페인 내전에서 무참히 살해당한 마을 주민의 유해 발굴 작업이다. 한국의 박정희 독재 정권처럼 스페인도 스페인 내전 이후 1975년 독재자 프랑코가 죽을 때까지 독재 정권 아래에서 살았으며 이후 1985-6년까지 대략 10년 정도의 민주화 과정을 거치는 기간이 있었다. 스페인 내전의 시작과 프랑코의 독재 정권 시절, 그리고 민주화 과정 동안 수많은 사람이 정치적인 이유로 사살되었는데 이런 부분은 스페인 내전 중에 일어나 게르니카 사건 등으로도 알 수 있으며 이 사건 말고도 여러 부분에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나 제주 4.3사건과 비슷한 일이 스페인에서도 벌어졌다. 영화에서도 야니스의 증조부가 프랑코 독재 정권 시절에 마을 사람 여럿과 총살 당한 사건을 밝히고 유해 발굴 작업을 하려는 상황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 아나는 다른 의견(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는 태도에 상당히 화를 낸다. 한국에서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나 제주 4.3사건에 대한 다큐멘터리나 논픽션 영화/드라마가 나오면 이런 일은 거짓말이라고 말을 하거나 왜 과거의 일에 집착하느냐는 의견을 밝히는 사람이 있다. 과거는 과거로 묻어둘 수 있겠지만 과거의 일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고 말을 하고 싶다.

참 복잡하고 모순되며 개인적인 이야기와 국가적인 이야기가 얽히고 섥혀 후기를 적기 참 어렵고 나의 후기가 좋은 후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영화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평론가와 관객의 평점이 모두 그닥 높지 않다는 점은 의외지만 나는 이 영화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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