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 시설사회를 멈추다
홍은전 외 지음, 정택용 사진,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외 기획 / 오월의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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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거주시설을 비롯하여 요양원 등을 소유하고 있던 석암재단이 프리웰으로 변화하면서 장애인 당사자의 시설거주가 아닌 지역사회에서의 자립과정과 재단 해체에 대한 책인 '집으로 가는 길-시설사회를 멈추다'는 사실 내가 아는 이야기이다. '아는'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이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잘 안다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철저하게 주변인이었을 뿐이니까. 나는 장애인탈시설운동을 주도적으로 하고 있는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을 알고,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를 알고,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에서 활동하다가 프리웰 재단의 이상장으로 역임하여 재단 해체와 거주인의 탈시설을 적극 지원한 박숙경 언니와 김정하 언니를 알고, 이 책의 공동 저자인 홍은전을 알고, 석암재단 투쟁을 하고 후에 한국 최초의 탈시설 지역사회 자립을 한 장애인 당사자이자 이 책에 인터뷰이로 참여한 김진수 형, 김동림 형, 김용남 형, 방상연 형, 하상윤 형, 황인현 형을 안다. 모두 내가 아는 사람이며 같이 활동을 했던 사람이다. 내가 장애해방운동에서 활동을 할 당시에 장애인 당사자의 탈시설-자립생활을 지원하고자 음성꽃동네를 함께 방문했던 사람이다.

석암재단의 비리척결 투쟁을 할 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에서 사회복지 실습을 했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의 다수의 활동가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활동을 했거나 두 개의 단체 활동을 병행했기 때문에 사회복지실습을 하며 석암재단 비리척결 투쟁 장소에 몇 번 따라갔던 기억이 있고 후에 석암재단이 프리웰로 바뀌면서 탈시설 지원을 위한 장애인 거주인 인터뷰 및 교육 때문에 향유의 집에 방문했던 적도 있다. 책에 나오는 사건을 나는 상당히 분절적으로 경험했으며 분절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장애인거주시설을 소유한 재단의 비리 투쟁부터 해체까지의 맥락을 알고 있지만 내부 상황까지 자세히 알거나 기억하지 못했기에 책을 읽으면서 예전의 기억에 새로 알게된 사실이 덧붙여졌다.

한국에는 아직까지 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살 수 없는 무언가 결핍된 사람이라는 생각이 사회에 통용되고 있다. 이런 생각은 장애인거주시설에서 근무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어쩌면 상당히 많은 수의 사회복지사와 대다수의 일반 시민이 가지고 있는 생각일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이 사는 것은 '너무나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사람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장애인에게 위험한 사회가 과연 비장애인에게 안전한 사회인가? 모든 사람이 위험하지 않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는가? 그런 생각의 전환은 해봤는가? 장애인이 사회에서 사는 것이 위험한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 아닌가?

최근 장애인의 지하철 타기 운동을 하면서 많은 비장애인이 출근길에 늦었으며 그 상황 때문에 지하철 타기 운동을 진행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과 모든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이루 말 할 수 없는 모욕과 욕설을 퍼부었다. 모든 사람에게 출근이란 자신의 생계가 달린 문제이기에 예민하고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예민하고 민감한 상태에서 투쟁을 진행한 전장연과 그 외 모든 장애인에게 모욕적인 언사와 욕설을 퍼붓기 전에 지하철 승강장 하차 시 발이 빠져 사람이 죽은 사건이라거나 지하철 역사 내 휠체어 리프트로 환승을 하다가 죽은 사람에 대한 생각은 해보았는가? 2015년 12월 15일 뉴스핌의 기사를 보면 사망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철도 승강장의 발빠짐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2017년까지 서울 지하철 신촌역, 신길역, 고속터미널역과 같은 주요 20개 역사 승상장에 접이식 안전 발판이 설치된다고 적혀 있지만(기사 링크 https://vo.la/U6Gn92), 2022년 5월 17일 뉴시스의 기사를 보면 지난 1999~2017년 수도권 내 지하철에서만 17건의 리프트 낙상사고가 일어났고 대부분 중상을 입거나 사망에 이르렀고, 2022년 3월 동대입구역에서 한 지체장애인이 하차를 하다가 다리가 승강장 틈새에 끼는 사고가 발생하였다(관련 기사 https://vo.la/oPibQ3). 장애인은 승장장 내 승하차의 위험에서 비장애인보다 더 위험할 뿐만 아니라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여 환승을 할 때도 비장애인보다 더 위험한 환경에 처해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하여서 어떤 존재의 자유를 빼앗고 시설이라는 곳에 가두어 두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며 인권침해이다. 전장연이 끊임없이 장애인의 지하철 타기 운동을 진행하여 지하철과 시내 버스의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요구하는 것처럼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사는 것은 안전하지 않으니 장애인은 시설에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보다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 우리 모두가 안전한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한다. 단순히 '아마 위험하니까 장애인은 시설에 가서 살아.'라는 말보다는 '우리 방법을 찾아보자.'라는 말이 더 설득력 있고 현실성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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