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 난 물고기 모어
모지민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떤 방식으로든 '아는 사람'이 쓴 글을 '읽는다'는 것과 그 글을 읽고 또 다른 글을 '쓴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부담스럽다. '털 난 물고기 모어'가 딱 그러하다. 나는 이 사람을 안다. 한 때 매우 자주 만났고 어떤 상황에서는 조금은 '친했다'라는 언어로 표현될 수 있는 그런 사람의 글을 읽고 리뷰를 쓰는 지금 나의 감정은 상당히 복잡하고 부담스럽다. 나에게 '모어'는 '모어'가 아니라 '모지민'이며 드래그 아티스트 이전에 '춤을 매우 잘 추는 뮤지컬 배우'였다. 조금은 예민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예민'이란 어느 예술가, 어느 사람이나 조금씩 가지고 있는 요소였기에 신경쓰이지 않았다. 출연하고 있던 뮤지컬을 자주 보러 가던 당시 대학생이었고 시험때문에 공연을 보러가지 못하다가 10일 정도의 간격을 두고 공연을 보러 갔을 때 나를 보고 '왜 이렇게 오랜만에 왔어? 무슨 일 있는줄 알았잖아.'라는 말로 반가움과 약간의 걱정을 표현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당시 같이 공연에 출연 했던 거의 대부분의 배우와 나는 '괜찮은' 관계를 유지했고 공연 이후 가끔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할 수 있는 그런 사이였다. 모지민씨도 마찬가지였고 해당 공연 이후 김선아 배우님과 함께 출연했던 뮤지컬 아킬라를 보러갔을 때도 웃으며 잠깐 인사하고 헤어진 그런 사이였다. 그리고 뮤지컬 아킬라 이후 몇 년 동안, 거의 10년을 만나지 못했지만 그 동안 모어라는 드래그 아티스트로서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했던 모습을 알고 있었다.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우연히 다시 얼굴을 마주하게 된 순간은 얼마 전, 2022년 3월에 나와 친한 사진가와 함께한 전시장에서였다. 나는 완전히 다른 시기에 알게된 두 명의 사람이 친척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고, 그 사실을 안 순간 충격을 받았다. 전시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모어는 내가 아는 모지민이었으나 우리는 서로 상당히 놀랐고 약간은 어색했으며 반가움과 당황스러움 그 어딘가에 놓여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아는 모지민이라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 내가 모르는 모어만이 존재한 글귀에서 내가 아는 사람과 내가 모르는 사람의 간극을 없애거나 채워보려고 시도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그 순간에 잠깐 스치듯 존재했던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우리 이렇게 가끔은 만나며 살길 바란다. 자주 만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가끔은 만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